[인터뷰] 이영준 사색의향기 상임이사

매일 170만명에게

‘향기메일’ 선물 

 

‘문화 나눔’ 운동을 통해 대한민국에 행복 바이러스를 확산시키고 싶다는 이가 있다. 바로 이영준(58) 사색의향기 상임이사다. “문화 나눔은 다양성을 추구하기 때문에 경쟁보다는 협업을 일어나게 해요. 4차 산업혁명시대에서도 문화 나눔 원리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다가설 수 있을 겁니다. 문화를 나누며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감성은 결코 어디에 쉽게 종속되지 않을 거예요.”

사색의향기는 ‘행복문화나눔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비영리 민간단체다. 2004년 설립돼 향기메일 발송, 한글사랑 운동, 독서문화 활성화 운동 등 문화 나눔 사업을 펼쳐왔다. 이 상임이사는 “‘비영리, 비정치, 비종교’ 등 ‘3비’ 원칙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중 ‘향기메일’은 지금의 사색의향기가 있게 한 사업이다. 메일을 통해 아름다운 글귀, 시나 소설의 한 구절, 명언 등을 주고받을 수 있다. 사색의향기 홈페이지(www.culppy.org)에서 회원가입을 하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사색의향기’를 자신 혹은 지인에게 선물할 수 있다.

사색의향기를 설립하기 전, 대기업에 근무했다는 이 상임이사는 “하루하루 첨예한 경쟁을 이겨내야 했다. 소유로 인한 만족은 얻었지만 궁극적으로 진정한 행복은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대기업에서 분사한 기업의 사장직을 맡다가 납품하던 기업이 부도가 나면서 모든 것을 내려놓게 됐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변화를 좇게 됐다.

“저는 기계공학과를 전공해서 거의 반평생을 엔지니어로 지내왔어요. 그런데 내면에는 문화적 욕구가 있었죠. 그 중 하나가 책을 읽고 싶다는 욕구였어요. 그게 북클럽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어졌고, 사색의향기를 낳게 됐지요.”

그는 직장생활을 하며 구축한 네트워크를 활용했다. 사회관계를 맺으며 소통해온 1600여명의 지인에게 메일을 보냈다. “제가 봄, 가을마다 1000여권의 책을 구매해서 고객 분들에게 보내드렸었어요. 그런데 사업에 실패했으니 이제 책을 보내드릴 수 없게 됐다고 알려드리는 메일을 보냈죠.”

하지만 이 상임이사는 책을 놓을 수 없었다. 결국 ‘좋은 책 이벤트’를 벌였다. “매주 책 한 권을 정해 50권씩 샀어요. 사이트를 하나 만들어 책의 서평을 써 올렸죠. 그리고 메일을 보냈어요. 제 글에 댓글을 달면 선착순으로 책을 보내주겠다고. 그러자 댓글이 주르륵 달렸죠.”

그렇게 회원이 하나 둘 늘어 지금은 온라인 회원만 170만명에 이른다. 사색의향기를 기반으로 설립된 독립 단체는 7개 기관, 국내외 지부는 215개에 달한다. 현재 국내외 지부 등에 회비를 납부하는 오프라인 회원은 3만명이다. 그렇다면 왜 ‘사색의향기’일까? “지식이 지혜로 가기 위해서는 경험을 축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 사색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가 상상한 것들을 몸 밖으로 꺼내 향기를 나게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이 상임이사는 근본적인 질문에 맞닥뜨렸다. “나는 이걸 왜 하지?”라는 물음이었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 결국 도달한 답은 “행복하기 위해서”였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고민하다 그는 행복에 관한 책을 탐독하기 시작했다. “3년에 걸쳐 책을 150권, 논문을 80편 정도 읽었어요. 그러니까 답이 나더라고요. 행복은 ‘관계’에서 온다. 그리고 사람과 사람이 행복한 관계를 맺을 때 그 사이에는 문화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후 사색의향기는 ‘행복한 문화나눔 공동체’라는 더욱 뚜렷한 정체성을 갖게 됐다. 이 상임이사는 이걸 토대로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냈다. 현재 사색의향기 사이트 주소이기도 한 ‘culppy’다. ‘culture(문화)’와 ‘happy(행복한)’를 합쳤다. 말 그대로 ‘행복한 문화’다. ““앞으로도 문화 나눔 운동을 통해 많은 분들이 사색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싶어요. 문화와 사색은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자극하죠. 그 자극으로 우리나라 곳곳에 행복 바이러스가 퍼져 나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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