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 방불케 하는 홍익지구대 

여성 순경으로서의 보람과 애환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오후 당직 근무 중인 정수진 순경. 홍익지구대는 전국 지구대 파출소 중 112 신고 처리 건수가 가장 많은 곳이다. ⓒ김용주 프리랜서 사진기자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오후 당직 근무 중인 정수진 순경. 홍익지구대는 전국 지구대 파출소 중 112 신고 처리 건수가 가장 많은 곳이다. ⓒ김용주 프리랜서 사진기자

서울 마포경찰서 홍익지구대는 112 신고 처리 건수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곳이다. 지난 해 접수된 신고만 3만 5천 여 건. 전국 지구대 파출소 가운데 가장 TOP 이다. 그래서인지 사건 사고도 끊이질 않는다. 이곳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직원만 모두 70여명, 19명씩 한 팀을 이뤄 4팀이 교대근무를 한다. 더욱이 사건 사고가 많은 주말에는 당직 근무자만 26명까지 늘어난다.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삶의 현장이다. 

홍대 주민들은 말한다. 경찰직을 한번쯤 꿈꾸는 사람이 있다면 홍익지구대에서 하루만 지켜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는다고···· 이처럼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홍익지구대에서 자신의 맡은 바를 묵묵히 수행하는 여경이 있다. 

바로 정수진 순경이다. 정순경은 지난 해 2016년 경찰 국가공무원 시험에 97대 1이라는 시험 경쟁률을 뚫고 합격, 경찰에 입문했다. 기자가 방문 한 24일 오후. 손 병철 홍익지구대장은 당직 근무자인 정 순경에 대해 지구대가 자랑하는 여성경찰 중 한명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전국에서 112 신고 처리 건수가 가장 많다는 홍익지구대에서 정순경과 함께 여성 경찰로서의 보람, 그리고 애환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 학창시절의 꿈이 경찰이였나

 학창시절엔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것이 많았다. 교사, 군인 등등. 여성은 제복에 대한 로망이 있다. 그래서 제복 입는 군인이나 경찰이 되고 싶었다. (웃음)

- 경찰이 되려고 결심한 이유는?

대학교 때, 빌라1층에서 살았다. 새벽에 불상의 남자가 침입하여 112에 신고했다. 결국 잡지는 못했다. 경찰이 1층 창문에 방범 벨을 달아주는 것을 보고 나도 저런 든든하고 친절한 경찰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97대 1 경쟁률을 뚫었다. 부모님의 반응은?

아버지가 택시운전을 하신다. 경찰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많이 보셔서 반대를 많이 하셨다. 일반직 공무원 준비를 하라고 설득하셨다. 합격했을 때도 좋다는 내색을 안 하셨다. 그런데 어느 날 친척 분하고 전화 하는걸 듣게 되었는데 자랑을 많이 하셨다. 정말 많이 좋아 하셨다 (웃음)

- 올해 홍익지구대가 대통령 표창장을 받았다

항상 밤낮 가리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것을 대통령님께서 알아주신다는 생각에 감사했고, 앞으로도 사고 없이 열심히 근무하자고 다짐했다, 평생 살면서 대통령 표창을 받을 날이 흔하지 않다. 동료들도 홍익지구대에서 근무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대통령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홍익지구대는 서울서 112 신고 처리 건수가 가장 많은 곳이다. ⓒ김용주 프리랜서 사진기자
홍익지구대는 서울서 112 신고 처리 건수가 가장 많은 곳이다. ⓒ김용주 프리랜서 사진기자

- 경찰을 지망하는 후배들에게 팁을 하나 준다면?

시험은 필기 뿐 아니라 체력 시험도 있으니 틈틈이 운동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경찰에 입문해서도 체력적으로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 밤샘 근무하면서 많이 느끼고 있다.

- 올해 총경 급 승진에서 여성 4분이 승진 했다. 

멋있었다. 아무래도 조직에서 여경이 소수이기 때문에 바라보는 시선이나 편견은 존재하겠지만 그 속에서 총경까지 올라가는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총경은 경찰의 꽃이다. 이번 인사를 보면서 바른 법 집행으로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그런 꽃 (총경)이 돼보는 상상을 해봤다. (웃음)

- 여성 경찰 공무원으로서 앞으로의 계획은?

내년에 수사경과 시험을 봐서 수사 부서에서 근무해 볼 생각이다. 아직 경찰에 입문한지 얼마 되지 않아 경험이 많지 않지만, 수사를 하면서 국민들의 맘을 다독여 주고 그 속에서 경찰로서 보람을 느끼고 싶다.

- 여성으로서 밤샘 당직 근무 힘들지 않나

 당직을 1년6개월 해 보니 하루하루 밤새면서 쌓인 피곤함이 누적이 되는 것 같다. 홍익지구대는 주간 근무보다 야간 근무 때 힘쓰거나 머리 쓰는 일이 많다. 경찰은 지식뿐만 아니라 체력까지 뒷받침 되어야 하는 직업이라는 걸 항상 느끼고 있다. 

- 홍익지구대원으로서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지구대에서 처리하는 사건 대부분이 주취자의 사건 사고인데 다음날 술이 깨어 보면 자신이 잘못한 것에 대해서 기억을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술이 깨면 자신이 뭘 잘못했냐며 민원을 제기 한다. 하지만 술에 취해서 기억 못한다고 법 집행을 안 할 수는 없다. 법은 무지를 용서하지 않는다

- 여성 경찰공무원으로서 대통령에게 표창을 받는 날이 온다면 

 여성 경찰관으로서는 대통령님께 표창을 받는다면 최고의 영광 아닌가.

 

정 순경과 인터뷰를 마칠 무렵 기다렸다는 듯이 112 상황실로 부터 출동 무전이 끊임없이 울려댔다. 술에 취한 취객들이 순찰차에 실려 업혀 들어오기 시작했다. 지구대장과 직원들이 매트레스를 깔고 담요를 덮어주기에 정신이 없다. 취객들의 토사물 치우는 것도 경찰의 몫이다. 그래도 짜증내거나 불평하는 직원은 없다.  

취재를 끝내고 한 시간 가량 지구대에 머물며 상황을 지켜보니 적어도 여성 경찰공무원으로 홍익지구대에 근무한다는 것은 쉽지만은 않은 일임을 알 수 있다. 인사불성으로 매트레스에 업어져 자고 있는 취객과 이성을 잃은 취객의 고함소리가 공존하는 곳, 안개가 자욱이 낀 홍익지구대의 밤은 오늘도 이렇게 깊어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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