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일어난 ‘미투’ 캠페인 결실 맺어 

배우·작가·감독·프로듀서 등 할리우드 여성들

성폭력 피해 여성 위해 1300만 달러 기금 조성

미국 전역의 직장 내 성폭력과 성차별 문제 해결 나설 예정

첫 활동으로 골든글로브 시상식서 검정색 의상 입고 레드카펫 행진

 

할리우드의 성폭력 공동대응단체 ‘타임즈 업’ 결성에 참여한 여성 배우들. (왼쪽부터) 에바 롱고리아, 엠마 스톤, 리즈 위더스푼. ⓒ뉴시스·여성신문
할리우드의 성폭력 공동대응단체 ‘타임즈 업’ 결성에 참여한 여성 배우들. (왼쪽부터) 에바 롱고리아, 엠마 스톤, 리즈 위더스푼. ⓒ뉴시스·여성신문

지난해 미국 영화산업 내 성범죄를 고발하는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을 이끌었던 영화계 종사자들이 실제적인 공동대응에 나서기 위해 단체를 설립했다.

뉴욕타임스(NYT)는 1일(현지시간) 여성 배우·작가·감독·프로듀서 등 할리우드 여성들이 해당 업계를 비롯해 미국 전역의 직장 내 성폭력과 성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타임즈 업’(Time's Up)이라는 단체를 결성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0월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이 30여년간 성폭력을 저질러왔다는 사실이 드러난 이후, 성폭력 고발 운동 ‘미투’ 캠페인은 미국 할리우드, 엔터테인먼트 업계, 언론계, 정치계 등을 비롯해 전 세계를 강타하며 빠르게 확산했다. ‘타임즈 업’ 결성은 미투 캠페인에 이어 여성들의 행동이 구체적인 결실을 맺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타임즈 업’에는 와인스타인의 성폭력 피해자인 애슐리 쥬드를 포함해 엠마 스톤, 리즈 위더스푼, 나탈리 포트먼, 에바 롱고리아, 라시다 존스, 케리 워싱턴, 아메리카 페레라 등 여성 배우와 TV 프로듀서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숀다 라임스, 프로듀서 질 솔로웨이, 유니버설 픽처스의 도나 랭글리, 미셸 오바마의 참모를 지낸 변호사 니나 쇼와 티나 천 등 300명 이상의 여성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1일 NYT 광고에서 “남성 중심의 작업장에 끼어들고, 지위를 높이고, 의견을 내고, 인정받으려는 여성들의 투쟁은 끝나야 한다. 뚫을 수 없었던 남성 독점의 시간은 끝났다”며 ‘타임즈 업’의 출범을 알렸다.

위더스푼은 “우리는 고립돼 있지 않다”며 “마침내 서로의 소리를 들었고, 봤고, 이제는 서로 연대해 팔짱을 꼈다”고 말했다. 페레라는 “그저 가만히 있는 것은 더 이상 선택지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타임즈 업’은 성폭력 피해 여성들에 대한 법률 지원을 위해 1300만 달러(138억여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이들은 할리우드 뿐 아니라 농장, 공장, 식당 및 호텔, 간호업 등 미국 전 업계의 여성 노동자를 보호하는 데 나설 예정이다. 위더스푼과 라임스, 메릴 스트립, 스티븐 스틸버그 등이 펀드에 기부하기로 했다.

또 성폭력 피해에 적극적으로 대항하지 않거나 침묵을 강요하는 회사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 제정과 연예업계 주요 직위 남녀 비율을 대등하게 하기 위한 작업에도 착수할 계획이다. 아울러 기업 임원의 성평등 달성, 성소수자 보호, 관련 법안 제안과 성폭력 피해자의 발언권을 보장하는 방안 확보 등에도 나선다. 

타임즈 업은 첫 활동으로 오는 7일 열리는 제75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검정색 의상을 입고 레드카펫을 걷기로 했다.

배우 롱고리아는 “이것은 단순한 패션이 아니라 연대의 순간”이라며 “골든글로브에 참석하는 대다수의 여성들이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난 수년 간 우리는 여성으로서 드레스와 외모로 골든글로브를 소비했다”며 “이번에 업계는 우리가 그저 (레드카펫에)올라가서 빙글빙글 도는 것만을 기대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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