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를 협박하고 성추행한 집주인이 1심에서 무죄를 받았지만, 항소심에서 결국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9부(부장판사 함상훈)는 강간 혐의로 기소된 이모(36)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1심을 뒤집어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고 20일 밝혔다. 이와 함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8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이씨는 2016년 2월 자신의 건물 4층 옥탑방에 거주하는 세입자 A씨를 자신의 집 안에서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씨는 A씨 집의 보일러가 동파돼 1~3층에 누수 피해가 생기자 “전적으로 임차인의 책임”이며 A씨에게 수리비를 요구했다.

이씨는 A씨에게 과거 교도소 전력 등을 언급하며 “수리비를 1500만원으로 부풀려 경찰에 고소하면 너는 외국에 나갈 수도 없고 인생이 망할 수 있다”고 협박했다. 이씨는 “수리비를 300만원으로 해줄 테니 성의 표시를 해라”며 협박조로 성관계를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 1심 재판부는 “이씨가 A씨를 상대로 항거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로 협박해 성폭행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워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이씨가 심리적·경제적으로 힘든 A씨에게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과다하게 부풀린 수리비를 요구했고, 사회·경제적 기반을 무너뜨려 인생을 망쳐놓겠다는 언행을 계속했다”며 “이씨는 단둘이 있는 상황에서 수리비 협의를 거부하고 오히려 5배 많은 견적서를 제시하며 계속 압박했고, 정상적인 사회인이라면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말을 거침없이 해 A씨가 매우 겁에 질린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를 벗어나고자 A씨는 어떤 요구도 들어줘야 하는 상태였고 이씨의 협박이 실제 실현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강하게 느꼈을 것”이라며 “A씨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 못 한 채 성폭행 당했다고 보는 것이 옳다”고 이씨에게 유죄를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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