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송월 단장 방남 일정 동안

외모 품평부터 루머까지

일거수일투족 보도한 언론

관음적 시각 적나라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을 이끌고 방남한 현송월 심지연관현악단장이 22일 오후 서울 국립극장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은 1박2일동안 서울과 강릉의 공연장을 둘러보면서 무대 조건과 필요한 설비, 객석의 규모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뉴시스·여성신문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을 이끌고 방남한 현송월 심지연관현악단장이 22일 오후 서울 국립극장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은 1박2일동안 서울과 강릉의 공연장을 둘러보면서 무대 조건과 필요한 설비, 객석의 규모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뉴시스·여성신문

현송월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장의 21~22일 남한 방문은 여성에 대한 한국사회의 관음적 시각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이는 일주일 전인 지난 15일 남북실무접촉 당시 현 단장의 핸드백이 소개될 때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특히 앞으로 평창동계올림픽을 방문할 북한 여성 응원단을 두고 재현될 일이라는 점에서 언론 자정을 위한 노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북한 예술단 파견 사전점검단을 이끌고 1박2일 일정으로 남한을 찾은 현 단장은 공연장 후보지를 검토하기 위해 첫날 강릉아트센터에 이어 둘째날 잠실학생체육관, 장충체육관, 남산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등을 살펴봤다. 현 단장의 지위는 군 계급으로는 우리 대령급이고 노동당 당 중앙위원회의 후보 위원이다.

언론은 현 단장이 남한에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외모에 대한 관심과 평가를 쏟아냈다. ‘모피 두르고 존재감 드러낸 현송월’이라는 한 유력매체의 기사 제목은 언론의 평균적인 보도행태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언론은 올블랙 패션, 헤어 스타일, 머리핀, 여우털목도리, H라인 스커트, 살구색 스타킹, 앵글부츠, 장신구 등 머리부터 발끝까지 패션을 샅샅이 관찰하고 시시콜콜 평가하기 바빴다. 현 단장이 먹은 음식 가격을 소개하는 것은 예사고 유력 언론에선 ‘별실에서 팬케이크와 오믈렛, 베이컨과 멜론, 오렌지주스, 아메리카노 등을 먹었다’고 시시콜콜 보도했다. ‘섞인거 말고 아메리카노 커피로 달라’는 현 단장의 멘트가 보도되자 화제가 되기도 했다.

누리꾼들의 관심도 자연스럽게 쏠렸다. 포털사이트 검색창에서 ‘현송월’을 검색하면 자동완성으로 가장 먼저 ‘현송월 나이’가 뜨고 그다음 ‘현송월 에르메스’, ‘현송월 김정은’, ‘현송월 남편’, ‘현송월 가방’이 이어서 우선순위에 노출된다. 관련 기사는 일거수일투족에 그치지 않고 신상과 관련된 자극적인 뒷 얘기로 옮아갔다. 현송월이 김정일의 첩이라거나, 김정은의 옛 애인이라는 소문 등이다. 총살, 음란영상 등 단어도 확대 재생산됐다.

정치권의 보수세력 또한 한몫 거들고 나섰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현 단장과 관련해 “김정은과 무슨 특별한 관계이길래 정상외교도 아닌데 정상외교급을 뛰어넘는 영전이냐. 그 모습에 저는 아연실색했다”라고 지적했다. 정태옥 대변인은 “북에서 오는 중년 여자 하나가 온다, 간다, 만다, 제멋대로 해도 그저 감읍하고...”라면서 성별을 부각시키며 평가 절하하기에 바빴다.

현 단장에 대한 이같은 반응은 지난 15일 남북 실무접촉 당시 예견됐다. 당시 참석한 현 단장을 JTBC뉴스가 보도하면서 머리핀과 핸드백을 클로즈업해 시선을 유도했다.

언론을 비판하는 누리꾼들도 많다. 특히 같은 기간 외신 보도와 비교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방문연기를 둘러싼 남북간 힘겨루기, 공연장 점검 내용, 현송월이 상징하는 북한 선전부 세대교체의 의미 등을 담백하게 다룬다”고 전했다. 또 한국 언론이 현 단장을 케이팝 연예인처럼 대접하고 있다는 기사도 언급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언론이 여성을 소비하는 방식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민중당 대변인을 맡고 있는 김재연 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15일 JTBC뉴스의 보도를 소개하며 “뉴스 신뢰도 1위라는 프로그램에서 (중략) 여성의 외모는 가십거리로 다뤄져도 상관없다는 걸까”라고 문제제기했다. 이어 “북측의 대표단에게 이 정도라면, 이후에 방문할 예술단과 응원단 여성들에 대한 외모 품평은 어느 정도일지 안 봐도 뻔하다”면서 “시대가 변하고 있는데, 언론에서 비추는 여성의 모습은 쉽게 변하지 않는 이유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우리는 평화를 말할 때지 머리핀을 말할 때가 아니다”면서 “회담 상대방에 대한 결례를 넘어 여성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이 괜찮은 것일까?”라고 자성을 촉구했다. 이어 “이후에 방문할 예술단과 응원단 여성들에 대한 외모 품평은 어느 정도일지 소름이 돋는다”면서 “여성은 성적 상품이 아니라 인간이다. 그리고 북한여성도 동포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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