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저임금 인상율 16.4%은 제도 시행 30년을 통틀어 역대 3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시행 한달이 지난 지금 노사는 인상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어려움 역시 호소하고 있다. 이들의 입장은 서로 다르지만 양측 모두 정부의 역할과 책임이 크다는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1개월. 현장 속 여성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전체 직원 급여 상승으로 이어지기도

정부 대책 일자리안정자금 지원 대상 해당 안 돼

“영세 중소기업 피해 대책, 속도조절 필요”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29일 오후 서울 노원역 부근에서 열린 일자리 안정자금 찾아가는 현장접수처 개소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29일 오후 서울 노원역 부근에서 열린 '일자리 안정자금 찾아가는 현장접수처 개소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지난 25일 올해 첫 월급을 지급한 컴트리 이숙영 대표는 요즘 고민이 깊다. 컴퓨터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사회적기업인 컴트리에는 총 25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이 중 12명이 장애인 직원이다. 일자리안정자금에 해당하는 중증장애인 직원은 4명에 불과하다. 8명은 최저임금 인상분에 맞는 급여를 받아야 한다. 이 대표는 1년 안 된 직원을 제외하고 직원의 95% 모두 연봉을 인상했다. 이 대표는 “회사 유지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한탄했다.

올해 첫 월급을 지급한 영세 중소기업 여성 대표들의 한숨소리가 깊다. 최저임금이 크게 인상되면 추가로 지출해야할 인건비가 갑작스럽게 늘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마련한 대책은 소상공인, 영세 자영업자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들은 사각지대에 놓인 셈이다.

대표적인 정책인 ‘일자리안정자금’조차 이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일자리안정자금은 근로자 1명당 월 최대 13만원을 지원하는 최저임금 보조제도로 고용보험에 가입한 30명 미만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다. 그러나 고용보험 필수 가입이나 초과근로수당을 더해 월급 190만원이 넘어야 하는 가입조건 때문에 망설이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또 중소기업 중에는 규모가 영세해도 30인 이상의 인원을 고용한 곳이 많다. 이들은 일자리안정자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지난 1월 한 달 간 근로복지공단에 일자리안정자금을 신청한 기업은 100만곳 중 1만1090곳에 그쳤다. 불과 1%대의 신청률이다.

산업용 테이프를 생산하는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윤소라 유아이 대표는 일자리안정자금에 대해 “영세 소상공인들을 위한 부분이다 보니 30명~50명 정도의 중간기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크게 와닿지 않는다”며 “특히 정부의 보조금을 받으면서 자신의 급여를 드러내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어 현실과 더 괴리가 있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인상은 최저임금에 해당하는 직원뿐만 아니라 컴트리의 경우처럼 전체 직원의 임금 상승에도 영향을 준다.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A제조업체는 올해 최저임금에 해당되는 직원 3명의 월급을 조정해 지급했다.

A업체는 전 직원 월급 인상을 2월 급여재조정 시기 때 논의할 예정이다. A업체 대표는 “최저임금 인상 대상 직원의 급여가 상승되면 연쇄적으로 전 직원의 급여를 올려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은 결국 근로자에게 피해를 준다고 A업체 대표는 주장하기도 했다. 인건비 상승은 제품 가격을 상승시키고, 그만큼 판매 실적이 줄어 경영이 악화되면 신규 채용은커녕 있는 직원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협력업체를 끌고 가는 기업의 경우 더욱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윤소라 한국여성벤처협회 회장은 “최저임금 정책이 급박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협회 내에서도 갑자기 오른 최저임금 때문에 힘들어하는 영세 중소기업 여성 대표 분들이 많다”며 “정부가 현장의 목소리를 더 듣고 이에 대한 대책과 함께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최저임금 피해는 결국 노동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추가 대책과 함께 인상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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