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서지현 검사의 용기 있는 폭로(?) 이후 ‘#Me Too, Time’s Up‘(미투, 타임즈업) 캠페인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여성에 대한 폭력 근절 운동을 한 평생 해온 저의 입장에선 한편 아쉬움을 느끼고, 또 다른 한편 다행이라 생각됩니다. 우리 사회에도 그동안 성폭력 생존자들의 수많은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그 목소리들은 때로는 직접적으로 때로는 간접적으로, 때로는 크거나 작게 계속됐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귀 기울여 듣지 못했습니다.

지난주! 흔히 인권의 대변자라 칭해지는 검찰 내의 성추행 사건이 드러났습니다.

여성에 대한 폭력은 언제 어느 곳에서나, 어떤 신분에 있는 여성들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일이기에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피해자들이 자신을 밝히고 가해자를 특정하는 것은, 언제나 자신의 전 생애를 걸 만큼의 용기를 필요로 합니다. 그래서 저는 다시 한번 서지현 검사의 용기에 경의를 표합니다. ‘#Me Too’(미투) 캠페인이 시작된 미국의 경우 유명인들이 가해자를 특정하고 자신들의 피해 상황을 상당히 구체적으로 밝혔습니다.

미투 캠페인을 지나치게 제한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지금도 미국에서 지속하고 있고, 서 검사와 같이 가해자를 지목하고 자신을 드러내는 미투 캠페인이 있고, 가해자와 피해 상황을 특정하지 않으나, 피해자로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미투 캠페인이 있습니다.

저는 가해자를 밝혀야만 자신이 피해자임을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자칫 피해 당사자들이 가해자를 지목해 말하지 않는다고 해서 피해 사실을 의심받거나, 가해자를 밝혀 말하지 못함을 혹시라도 자신의 용기 없음으로 생각해선 안 되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피해 사실을 드러내는 것 자체도 커다란 용기를 필요로 하고, 그 말하기는 다른 당사자들에게 힘이 됩니다. 과거 성범죄 경험이 있으나 나름대로 해결돼 굳이 지금 말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이들도 연대의 의미로 미투 캠페인을 함께 할 수도 있습니다.

서지현 검사의 경험은 그 한 사람에게 국한되지 않습니다. 한국사회 여성 대부분의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미투 캠페인이 여성에 대한 폭력과 성폭력 문제의 심각성을 환기하고, 그 문제점을 전폭적으로 개선하는 계기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지금 서 검사를 비롯해 많은 여성들이 다시 한번 용기 있는 목소리를 우렁차게 내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이번에야말로 그동안 놓치고 아쉬워했던 여성 폭력에 대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 외부 기고문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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