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택 연출가가 여배우를 성추행했다는 폭로가 이어지며 연극계에 #미투(Metoo, 나도 같은 경험을 했다는 뜻)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뉴시스
이윤택 연출가가 여배우를 성추행했다는 폭로가 이어지며 연극계에 #미투(Metoo, 나도 같은 경험을 했다는 뜻)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뉴시스

연극계 거장 이윤택 연출가가 여성 배우를 성추행했다는 폭로가 이어지며 연극계에 #미투(Metoo, 나도 같은 경험을 했다는 뜻)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15일 배우 A씨는 본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metoo’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지난 2012년 객원배우로 공연하던 당시 겪었던 일을 공개했다.

A씨는 연극촌에서 연습 중이던 작품의 객원배우로 활동할 당시 연출가가 무대 뒤에서 성추행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공연 당일 극장에서 빨간색 기모노를 갖춰 입고 리허설 중일 때 마지막 점검을 하겠다며 무대 뒤에서 연출과 만났다”면서 “발성에 대해 지적을 하며 소리를 잘 내려면 이곳으로 부터 소리가 터져나와야 한다”며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A씨는 “공연 전 너무나 정신이 없는 상황이고 당황스러운 것도 있으나 공연을 잘 마쳐야 한다는 생각에 불쾌함을 애써 눌러 감추고 무대에 섰다”고 당시의 심경을 전했다.

이후 스트린드베리의 서거 100주년 기념공연이었던 ‘꿈의 연극’을 연습하던 당시 연습을 빌미로 성추행 피해를 입었던 일도 밝혔다.

A씨는 “한적한 시골마을, 몇 안 되는 극단 단원들은 밖에, 그리고 나는 연출가와 단둘이 극장 안에. 그리고 문은 굳게 닫혔다. 연습을 빌미로, 나를 특별히 아껴 연습을 시켜준다는 명목으로”라며 성추행을 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꿈의 연극이 마무리 지으면 다음 작품 ‘오구’에 투입 될 예정이었고, 오구의 무녀로 연습을 하던 상황이었으나 악화된 건강을 빌미로 ‘꿈의 연극’을 마무리 지은 후 ‘오구’에서 하차하고 극단에서도 나왔다. 아니 도망쳤다는 말이 맞겠다”고 전했다.

 

배우 A씨는 지난 15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metoo’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지난 2012년 객원배우로 공연하던 당시 이윤택 연출가로부터 성추행 당했던 일을 공개했다. ⓒ인스타그램 화면 캡처
배우 A씨는 지난 15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metoo’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지난 2012년 객원배우로 공연하던 당시 이윤택 연출가로부터 성추행 당했던 일을 공개했다. ⓒ인스타그램 화면 캡처

A씨는 극단에서 갑자기 하차한 것에 대해 주변에서 비난의 소리를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대로 말할 수 없었던 상황도 설명했다.

그는 “무엇보다 내가 성추행의 피해자라는 점, 그래서 스스로를 더 자책하고 수치스러움에 말을 꺼내기조차 힘들었다는 것. 또한 그 극단의 모두가 어쩌면 한패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내 입을 닫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이 배우는 글에서 연출가의 실명을 밝히지 않았지만 당시 공연했던 작품과 시기로 미루어볼 때 해당 인물이 이윤택 연출가임을 암시했다.  

앞서 극단 미인의 김수희 대표는 지난 14일 새벽 자신의 SNS에 ‘#metoo’ 해시태그를 달고 10여 년 전 연극 ‘오구’ 지방 공연 당시 이 연출가로부터 성추행 당했던 일을 폭로한 바 있다.

김 대표는 이 연출가가 연습 중이든 휴식 중이든 꼭 여자단원에게 안마를 시켰고 그날도 자신에게 안마를 하러 오라며 여관방으로 불러 성추행을 했다고 밝혔다. 

이윤택 연출가는 국내 연극계의 대표적인 연출가 중 한 명이다. 1986년 부산에서 연희단거리패를 창단해 지금까지 이끌어왔으며 2005년에는 국립극장 예술감독을 역임했다. 1991년 서울연극제 대상, 2008년 대한민국연극대상 작품상 등 각종 연극상을 수상했다.

이윤택 연출가는 김수희 대표의 폭로 이후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의 의미에서 모든 활동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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