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적 사회문화·권위적 조직문화·
여성혐오적 남성문화가 근본 원인
성차별 문화 바꾸는 구조적 개혁해야
연극연출가 이윤택 전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의 성폭력을 증언하는 ‘미투(#MeToo)’가 이어지면서 이 연출가를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또 가해자 처벌과 함께 미투 운동 확산을 계기로 성차별적 문화를 바꾸는 구조적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21일 성명을 내고 “이윤택 감독은 성폭력을 ‘성관계’라고 표현하면서 피해자들이 힘겹게 폭로한 범죄에 대해 전혀 인정하지 않았고, ‘스승’을 지키기 위해 범죄를 은폐하려 한 내부의 동조자들은 (내부 고발을 한) 오동식씨의 표현대로 ‘지옥의 아수라’를 만들고 있다”며 “명백한 권력형 성폭력”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이 연출가는 연기지도를 핑계로 여성 배우들을 불러 ‘안마’를 빙자한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폭로가 이어지면서 파문이 확산됐다. 그의 요구를 거절한 피해자들은 극단 내에서 마녀사냥을 당하거나 캐스팅에서 배제되는 불이익을 겪었다고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이 연출가는 지난 19일 기자회견을 열어 상습 성추행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그러나 성폭행에 대해서는 “성관계는 있었으나 강제적으로 이뤄지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여성연합은 “성폭력이 ‘성관계’로 둔갑하는 상황에 대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여러 사람들이 속한 공간에서 성폭력이 ‘관습’이 되고, 은폐되고, 조장될 수 있었던 것은 차별적인 사회문화, 권위적인 조직문화, 여성혐오적인 남성문화에 그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고 짚었다. 이어 “조직 내 권력자들이 주변관계는 물론 캐스팅이라는 생존권까지 좌지우지할 수 있는 상황에서 피해자들은 더욱 입을 닫을 수밖에 없었고, 조직은 권력자를 비호하기 위해 피해를 외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성연합은 “사회 곳곳에서 미투 말하기가 터져 나오고, 피해자들을 응원하는 위드유(Withyou)를 외치는 연대자들도 늘고 있다”며 “이러한 말하기 운동은 성차별적 사회구조를 바꾸는 변화의 신호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이야 말로 성폭력을 가능케 했고 이를 은폐하고 조장하고 침묵했던 수많은 요소들을 걷어내고 구조적 변화를 이룰 때”라며 “가해자 처벌과 더불어 성차별적인 문화를 바꾸고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구조적 개혁을 이뤄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