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연극 뮤지컬 관객 #WITH_YOU’ 집회가 열렸다. 집회 참가자 중 한 명이 ‘공연계 성폭력 OUT’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25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연극 뮤지컬 관객 #WITH_YOU’ 집회가 열렸다. 집회 참가자 중 한 명이 ‘공연계 성폭력 OUT’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마로니에 공원 앞 300여명 모여 

“사람 짓밟는 예술 필요 없다…

성범죄자 처벌하라” 한 목소리

문화예술계 ‘미투(#MeToo)’ 운동이 확산되는 가운데 연극·뮤지컬 관객들이 피해자들을 지지하며 거리로 나섰다. 이들은 “공연계 성폭력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폭로를 지지한다”며 성범죄 가해자들의 의혹 해명과 처벌을 촉구했다. 현재까지 연출가 이윤택과 윤호진, 배우 조재현과 한명구 등이 자신의 성폭력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으며, 배우 조민기 등이 관련 의혹을 받고 있다.

‘연극 뮤지컬 관객 #WITH_YOU’ 집회가 25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혜화동 마로니에 공원 앞에서 열렸다. 약 300명의 관객이 마로니에 공원을 가득 채웠다. 이들은 “성 범죄자는 무대에 오를 자격이 없다. 우리는 그들의 작품을 보이콧 하겠다”고 선언했다. 손에는 일제히 ‘공연계 성폭력 OUT’이라고 적힌 피켓이 들렸다.  

이들은 “피해자는 보호하고 가해자는 처벌하라” “공연계는 성 범죄자 퇴출하라. 성 범죄자 무대 위 재활용은 관객이 거부한다” “침묵하고 방관하는 당신들도 마찬가지” “예술의 근간은 사람이다, 사람을 짓밟는 예술은 필요 없다” 등의 구호를 반복적으로 외치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25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연극 뮤지컬 관객 #WITH_YOU’ 집회가 열렸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25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연극 뮤지컬 관객 #WITH_YOU’ 집회가 열렸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자신을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이자 연극·뮤지컬 관객이라고 밝힌 한 발언자는 “최근 벌어진 문화예술계 미투 소식을 한꺼번에 접하고 너무 화가 나 눈물까지 났다”며 “관객인 저조차도 힘든데 연극, 뮤지컬을 전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또 다른 청소년들의 충격은 제가 감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일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평소 좋아하던 작품의 제작자와 배우 등이 성 범죄자라는 사실을 듣고 힘이 빠졌다. 내게 힘을 주던 공연이 배신감으로 나를 힘들게 할 줄은 전혀 예상 못했다”며 “많은 관객도 나처럼 느낄 것이다. 관객에 배신감과 충격을 안겨 준 이윤택 연출가와 연희단거리패 등 성폭력 가해자들은 정당한 법의 심판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 발언자는 “그들은 절대 공연계에 발을 들여서는 안 된다. 추악한 적폐가 완전히 없어져야 한다”며 “성폭력 범죄자들의 공연을 절대 보지 않겠다. 관객 또한 범죄자들의 공연을 원하지 않는다. 피해자들을 응원하고 연대하겠다”고 덧붙였다.

 

25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연극 뮤지컬 관객 #WITH_YOU’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성 범죄자는 무대에 오를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25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연극 뮤지컬 관객 #WITH_YOU’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성 범죄자는 무대에 오를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비판의 목소리는 계속됐다. 또 다른 발언자는 “좋아하는 연극과 뮤지컬이 수많은 범죄와 폭력 아래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듣고 배신감이 들었다”며 “어떻게 범죄를 감옥이 아닌 무대에서 반성하겠다고 하는지 가증스럽다”고 비판했다.

이어 “나를 포함한 관객들의 수식하기 어려운 절망이나 배신감보다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훨씬 더 중요하다”며 “아무리 나를 감동하게 했던 콘텐츠와 감독이어도 당신(피해자)들과 함께하겠다, 그것이야말로 내가 사랑하는 이 판을 지키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심지혜(22·노원구)씨도 관련 작품의 보이콧 의사를 밝혔다. 심지혜씨는 “한 명의 관객으로서 피해자를 응원하는 또 다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다시는 가해자가 제작했거나 참가하는 공연을 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업계에 종사한다는 김현영(28·가명)씨 또한 “나 또한 피해자가 될 수 있었다는 생각에 오늘 집회에 나오게 됐다”며 “더 이상 이런 일들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집회는 피켓 제작과 구호 선정 등 대부분의 과정이 자발적으로 이뤄졌다. 앞서 주최 측은 “관객 개개인이 공연 티켓 취소, 공연 불매, 기획사 보이콧 등을 통해 ‘미투’ 운동에 대한 지지의 뜻을 표할 수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좀 더 주체적인 움직임을 보여주고다 했다”며 “여럿이 모이면 성폭력 가해자나 공연 기획사들에게 더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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