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권진흥원,  ‘더 많은, 더 큰 #MeToo를 위하여’ 포럼 

 

연극·뮤지컬 관객들이 2월 25일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연극뮤지컬관객 #With_You 집회를 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연극·뮤지컬 관객들이 2월 25일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연극뮤지컬관객 #With_You 집회를 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경제적으로 취약한 문화예술인들의 상황을 이용한 ‘권력형 성폭력’이 문화예술계 내 성범죄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왔다. 성폭력 가해자를 고발하는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사회 각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문화예술계 내 성폭력 근절을 위해서는 예술인들의 경제적 여건이 보장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원장 변혜정)은 지난 2월 27일 오후 본원 대교육장에서 ‘젠더기반폭력에 맞선 우리의 외침-더 많은, 더 큰 #MeToo를 위하여’를 주제로 제2회 이후 포럼을 열었다.

이날 발제에 나선 신희주 영화감독은 “지난 2015년 예술인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화예술인 67%의 월평균 수입은 100만원 이하로 나타났다”며 “이런 상황에서 여성들에게 일자리나 후원을 제시하며 성관계를 강요하는 부당한 대가성 요구가 업계에 만연해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신 감독은 문화예술인의 경제적 고립과 성범죄 발생의 상관관계, 학연·지연·유명세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권력관계 등을 문화예술계의 성범죄 발생원인 등으로 꼽았다.

이어 그는 “수많은 예비 예술가들은 어릴 때부터 여성을 성적인 대상으로 여기는 예술작품에 노출되며 그로 인해 왜곡된 성의식을 학습한다”며 “예술이라는 가림막 너머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문화 권력에 균열을 내기 위해 인권을 보장하는 정부 주도의 예술 정책 실행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또 피해자 신상 보도 등 2차 가해를 일삼는 언론에 대해 우려를 내비치며 성폭력 문제를 가해자 개인의 문제로 국한시키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성범죄는 사회구조적인 문제이며 성폭력 근절을 위해서는 중장기적 정책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법률사무소 유림의 이선경 변호사는 “대한민국에서 성폭력 피해를 입게 되면 사법적 구제 절차를 밟거나 가해자가 속한 조직에 징계를 요청할 수 있도록 법제도가 완비돼 있음에도 피해자들이 공식적인 창구가 아닌 ‘미투’ 대열에 합류하고 있는 이유를 생각해봐야 한다”며 “미투 운동은 피해자의 마지막 구조신호이며 우리사회가 외면하고 있던 성폭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미투 운동을 통해 피해자들이 역으로 명예훼손으로 피소될 위험성이 있는 만큼 명예훼손 고소의 문제점과 이에 대한 대응전략를 안내하며 미투 운동을 독려했다.

배복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는 “조직 내에서 피해여성은 자신이 겪은 성적침해, 성적 괴롭힘, 성폭력 경험을 말할 때 ‘다른 의도’를 의심받고, 자신을 ‘꽃뱀’으로 몰아가는 주변인의 시선과 맞서야 하고, 가해자의 역공에도 단단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며 “권력적이고 위계적인 조직문화를 평등하고 존중하는 조직문화로 바꾸기 위해 권력을 분산하고 견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진흥원은 이날 포럼에서 논의된 내용들을 바탕으로 성폭력·성희롱 없는 한국사회를 위한 피해자 관점에서의 다양한 대책을 모색하고 대국민 참여를 독려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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