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혜 요구하기전에 스스로 능력 키워야”

“어느덧 새마을부녀회 일을 시작한 지도 20년이 넘었습니다. 그중에서도 불우이웃을 위한 김장담그기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몇 개의 트럭에 실린 배추들을 보면서 언제 다 담그나 걱정할 새도 없이 회원들끼리 힘을 합하니 눈 깜짝할 사이에 배추가 김치가 되더군요. 회원들간의 협동단결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은 기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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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봉사가 뗄래야 뗄 수 없는 삶의 일부로 생활화되어버린 박정희(60) 대구광역시 여성단체협의회장. 소박한 모습 속에 서민들과 함께 부대끼며 살아온 20여년의 인생이 묻어 있다.

평범한 전업주부서 경영인으로 변신

평범한 여느 주부와 다름없이 결혼과 함께 집안일에만 전념했던 박 회장은 결혼 10년만인 1974년, 농협에 비닐을 납품하는 ‘유신산업사’를 인수했다. 살림밖에 모르던 박 회장이었지만, 고등학교 교사를 하던 남편의 벌이로는 네 자녀를 키우기 힘들겠다는 현실 인식이 경영 전선으로 뛰어들게 했다. 그리고 그는 현재까지 유신산업사 사장으로 탁월한 경영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열심히 공장을 경영하던 박 회장은 사업이 어느 정도 안정되자 문득 돈버는 것만큼이나 이웃과 함께 하는 삶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전부터도 사회에서 얻은 이윤을 다시 사회로 환원해야 한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었지만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박 회장은 특히 소외된 이웃에게 관심을 기울이면서 봉사활동에 동참했다.

“저 살기에 바빠서 주위를 둘러볼 여유가 없었나 봅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자신만을 위한 삶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죠. 처음으로 봉사활동을 시작한 것은 지난 1988년 달서구 성서2동의 새마을부녀회 회원으로 활동하면서부터입니다. 새마을부녀회에서는 물질적인 도움 외에도 직접 몸으로 이웃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일이 많았습니다. 그래서인지 맘이 더 뿌듯하고 하는 일에 보람을 느꼈습니다.”

박 회장은 새마을부녀회 회원으로 활동을 시작해 동, 구 회장을 거쳐 대구시 회장에 이르기까지 20여년 동안 새마을부녀회에서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다. 대구시 새마을부녀회장 임기동안에는 새마을 복지회관을 건립하고 전라도와 친선교류 협정을 체결하였으며, 김장철에는 독거노인이나 생활보호대상자들의 가정에 김치를 나누어주는 등 더불어 사는 삶을 몸소 실천했다.

이런 박 회장의 노력이 바탕이 되어 대구시민 생활 곳곳에 파고들게 된 새마을부녀회 활동은 박 회장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대구시민이라면 누구나 경험했을, 그러나 무심코 지나친 ‘환경안내소-쓰레기 되가져오기 캠페인’이 새마을부녀회가 착안한 성공적인 사업이다. 대구지역 행락처에서 쓰레기를 되가져오면 휴지나 기타 여러 가지 생활용품으로 교환해 주는 이 활동은 현재 대구시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박 회장과 새마을부녀회는 또 각 구에 있는 복지시설과 손잡고 소외된 노인들에게 일일 며느리를 연결시켜 주는 일도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박 회장은 특히 새마을부녀회를 체계적인 조직으로 정비, 방대한 사업을 추진력 있게 펼치고 있다.

‘소신껏 능력껏 성심성의껏’ 일한다

박정희 회장은 1990∼97년까지 새마을부녀회 회장과 대한어머니회 달서구 회장을 겸직했다. 대한어머니회 달서구 회장으로서 박 회장은 계성고등학교 유도부 학생들의 운동여건 개선을 위해 비디오를 기증, 보다 나은 환경을 조성하였다. 또 달성고등학교 연당 조성시 나무를 기증하여 학생들의 학업 분위기를 개선시키는 등 전교생에게 어머니의 사랑을 전달했다.

이전에도 학교 어머니회에서 활동했었지만 내 자녀만을 위한 활동보다 전체를 위해 봉사해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이처럼 경영인으로서, 사회의 숨은 봉사자로서 열심히 사는 박 회장은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지경이다. 그래도 바깥일로 바쁜 엄마, 아내를 탓하지 않고 각자 알아서 잘 살아주는 가족들이 고맙다고 박 회장은 전한다.

“가족들이 저를 항상 믿어주고 응원해 줬습니다. 일하고 봉사한다고 늦게까지 바쁘게 다니는 저에게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어머니며 아내라고 용기를 주었지요. 남편과 아이들의 지지가 없었다면 지금의 저도 없을 겁니다.”

이런 박 회장의 숨은 공로는 가족들의 이해 뿐 아니라 각종 상으로도 인정받았다. 1989년 박회장은 새마을중앙본부 회장상을 수상했고, 90년에는 대구시장상, 91년 대통령표창에 이어 98년 새마을훈장 근면장을 수여받았다.

박 회장은 지난 3월, 제10대 대구광역시 여성단체협의회장에 선출됐다. 지난 20여년간 새마을부녀회에서 차분한 성품과 탁월한 추진력, 전회원을 감싸안는 포용력으로 지지를 받아온 박 회장의 저력은 여성단체들간의 협력과 친선을 도모하고 여성단체의 발전을 이룩하며 여성단체의 의견을 정부 및 사회에 반영시킬 목적의 여성단체협의회에서도 확연히 드러났다.

지역여성 문화갈증 해소·전문화 교육에 주력

박 회장은 대구광역시 여성단체협의회장을 맡은 지난 4개월 동안 문화의 중앙편중현상으로 인해 우리 주부들이 자신들의 끼를 제대로 발휘할 수 없음을 안타까워하며 여성들의 잠재된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행사인 ‘제1회 달구벌여성축제 주부동아리경연대회·한국여성미술대전’을 개최했다. 이 자리는 지역여성들의 문화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는 기회였을 뿐 아니라, 여성들 스스로 삶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케 한 장이었다.

또한 박 회장은 그간 ‘여성·가족 문제 세미나’, ‘아버지가 딸에게 쓰는 사랑의 편지 공모전’, ‘착한 어린이·자애로운 어머니 발굴 시상식’을 개최하여 건전한 가정·건전한 사회 만들기 운동을 폈다.

“앞으로도 해야 할 일이 더 많을 것 같습니다. ‘소신껏 능력껏 성심성의껏’은 제가 일을 추진할 때 좌우명으로 삼고 있는 행동지침입니다. 옳다고 생각하면 회원들을 설득하여 꼭 이루어냅니다. 물론 회원들간의 유대관계를 강화시키고 단합할 수 있는 주춧돌을 마련하여 행동하는 게 우선돼야 하겠지요. 대구여협회장으로 있는 2년 동안 여성단체 회원들간의 유대강화는 물론이고 지역여성의 발전을 위해 시급한 과제인 여협회관을 건립할 계획입니다. 또 여성들의 전문성과 정보능력을 확대하기 위한 컴퓨터 교육과 정보교환을 위해 대구여협 홈페이지를 개설하여 적극 활용할 계획입니다. 이와 함께 바른 선거 문화 정착을 위한 유권자 의식교육도 여협이 해야 할 사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박정희 회장은 여성에 대한 특혜를 요구하기에 앞서 스스로 능력을 키워야 하고, 그러기 위해 여협이 여성의 전문화 교육에 앞장서겠다고 재차 강조한다.

<대구 추지현 통신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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