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인터뷰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미군 기지촌 위안부 국가 상대

손배소 항소심 승소에 기여

“미군 위안부 진상규명,

명예회복법 통과해야”

“미투 계기로 가해자에 관대한 판결 

근본적으로 뒤집는 판결 나와야”

 

과거 미군 기지촌에 주한미군을 위한 위안부가 있었고, 박정희 정권이 성매매를 조장·관리했던 인권 유린의 역사가 수십년이 지난 최근 공식화됐다. 지난 2월8일 미군 기지촌 위안부의 국가 상대 손해배상청구소송 항소심 재판부 판결을 통해서다.

역사 속에 묻힐 뻔 했던 미군 위안부들의 피해 사실을 밝혀낸 이 소송은 공교롭게 박정희의 딸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2013년 국정감사가 도화선이 됐다.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박정희 전 대통령이 친필 사인으로 지시한 ‘각하유보분 특별기금’ 정부 문서를 공개해 ‘미군위안부’ 관리 사실을 드러낸 것이다. 수십년 간 피해자의 규모는 수만명이 될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번 소송에 참여한 인원은 120명이다.

유승희 의원(서울 성북갑)은 3선이 된 지금도 국회에서 꾸준히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고 있는 대표적인 정치인이다. 지난해 연말 예산결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소위에서 성매매 방지 지원 예산이 삭감될 뻔했으나 이를 지켜내는데 중진인 유 의원이 앞장섰다. 그는 ‘미투(Me too)’운동에도 일찌감치 목소리를 냈다. 검찰 내 성추행 폭로 일주일 만인 지난 2월6일 국회 본회의 경제분야 대정부질문 순서에 검은 상복차림으로 미투 팻말을 들고 단상에 올라 미투운동 지지를 선언을 한 것이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성폭행 의혹이 폭로된 다음날인 3월 6일 만난 국회에서 유 의원의 표정은 무거웠지만 입장은 단호했다. 안 전 지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피해자의 방송을 봤다며 “슬프다가 아니라 숨이 막히더라”고 표현했다.

“보호받고 싶어서, 보호해줄 사람이 없어서 국민의 보호를 요청했다. 담담하게 말하는 것 같지만 사력을 다해 말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개인의 힘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폭력적인 상황이다. 막대한 권력에 눌려있는 상황에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구구절절하게 느껴졌다. 미투라는 게 피해자가 증언을 하는 건데 그 행위가 목숨을 건 투쟁, 사투라고 볼 수 있다.”

미투 이후...“사법부 획기적 변화 필요”

유 의원은 우리 사회가 피해자를 문제 삼는 분위기뿐만 아니라 법과 제도가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사법부의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봤다.

“그야말로 ‘대격변기’다. 미투를 성평등 사회로 진전시킬 수 있는 계기로 만들기 위해서는 2차 피해 입지 않도록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법을 빨리 마련해야 한다. 사법부도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 폐지를 적극 검토해달라.”

특히 “이번에야말로 피해자에게는 가혹하고 가해자에게 관대한 성폭력 판결을 근본적으로 뒤집어엎을 수 있는 판결이 나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권력형 성폭력의 경우도 피해자가 거부 의사를 표시해도 적극적인 저항 여부를 따지고, 예전의 성관계가 있었는지를 정황적 근거로 보고 유추 해석해서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하고 가해자 처벌이 굉장히 어렵게 돼있는 법적 상황을 극복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6일 국회의원실에서 여성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6일 국회의원실에서 여성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미군 기지촌 위안부 국가손해배상소송 항소심 승소

미투운동에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지난 2월 초 나온 미군 기지촌 위안부들의 국가 상대 손해배상청구 소송 항소심 판결은 여성 인권에 관한 또 하나의 역사적인 사건이다. 국가가 성매매를 방조하고 조장한 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한 것이다. 1심 재판부가 국가의 기지촌 설치 자체를 불법행위 자체로 인정하기 어렵고, 1977년 전염병예방법 시행규칙 이전에 시행된 강제 격리의 위법성만을 인정했던 판결을 2심에서 뒤집었다.

유 의원은 19대에 이어 20대 국회에서도 미군 기지촌 위안부를 위해 목소리를 높여왔다. 지난해 7월에는 ‘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보상금액 500~700만원이 결코 큰 액수는 아니지만, 그동안 국가로부터 외면당하고, 사회 내에서 손가락질 당해 온 피해자들의 억울함이 인정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판결은 국가가 성매매 포주 노릇을 하며 말살했던 여성 인권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지금이라도 피해자 보호에 나서라는 주문으로 해석된다. 국가가 한미군사동맹와 외화벌이를 위해 주한미군을 상대로 기지촌을 세워 여성들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무시하고 성적 노예화했기에 국가의 책임이 분명하게 있다. 헌법에 보장된 국민이 기본적인 생명을 보호하고 국민을 보호해야 함에도 국가가 의무를 해태(懈怠)했다.”

여성들이 미군 기지촌에 돈을 벌기 위해 자발적으로 간 것이라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유 의원은 “그런 문제 제기 자체가 문제의 본질을 흐리기 위한 것”이라고 정면 반박했다.

“여성들의 증언을 보면 대부분은 ‘숙식제공’을 해준다는 직업소개소의 사기로 기지촌에 들어가게 됐다고 증언한다. 또 포주 등에 의해 유괴되거나 인신매매로 끌려왔다. 또 스스로 판단이 어려운 미성년자도 다수 포함돼 어린나이부터 평생을 그곳에서 보낸 기구한 운명도 있다. 한번 들어가면 스스로 나올 수 없었기에 자기선택의 문제였다고 하기 어렵다. 특히 항소심 재판부는 자발적으로 들어간 경우라 하더라도 정부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군사동맹과 외화획득을 위해 성을 수단으로 삼은 이상 이들이 입은 피해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국회에 계류돼있는 법안의 조속한 처리도 촉구했다. “2심 승소를 계기로, 미군위안부 진상규명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고 본다”는 것이다.

국회 윤리특위위원장, 경제민주화포럼 공동대표 

요즘 유 의원의 관심사는 기본소득제도다. 19대부터 경제민주화포럼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그는 소득의 양극화 소득 불평등 구조를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바꿀 수 있다고 보는데 얼마나 유효한지, 적합성이 있는지 실험예산이 적은 규모이긴 하지만 확보했다.

“ICT를 주도하는 앨런 머스크 등을 비롯해 4차 산업혁명 주도자들도 기본소득제도에 관심이 많다. 관심을 갖는 경제학자들도 진보부터 보수까지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이미 몇몇 국가에서도 기본소득제도 실험을 하고 있다. 이 실험이 실패든 성공이든 양극화와 일자리 감소가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는데 중요한 시도라고 생각한다.”

유 의원은 지난해 9월부터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위원장도 맡고 있다. 국회의 낮은 신뢰도를 높이는데 막중한 책임이 있지만 더 큰 어려움은 따로 있다. 징계가 정쟁의 도구가 되면서 남발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 다루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개선 대책을 매뉴얼화와 정당 간 합의에서 찾고 있다.

“국민들로부터 지탄받는 국회의원의 행위에 대해서는 공정하고 엄중하게 징계해야 한다. 그러나 징계와 관련한 매뉴얼이 선진국은 디테일한데 우리는 추상적이다. 징계안도 세부 단계가 부족해 징계 수위를 단계적으로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당 차원에서 합의할 수 있는 부분은 합의해 불필요한 정쟁을 줄여나가겠다.”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6일 국회의원실에서 여성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6일 국회의원실에서 여성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유승희 국회의원 프로필

△1982년 이화여자대학교 기독교학과 졸업 △1985년 동대학원 석사 △한양대학교 대학원 행정학 박사 △1989~1995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중앙위원 △1995년 경기도광명시의회 의원 △1998~2003년 새천년민주당 여성국 국장 △2004년 제17대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당선 △2010년 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 위원장 △2012년 제19대 국회의원 당선(서울 성북구갑/민주통합당) △2012년~ 국회 경제민주화 포럼 공동대표 △2014~2016년 제19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 △2015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서울 성북구갑/더불어민주당)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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