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네트워크, “왜곡된 교복시장 바로잡겠다”

올해 고등학교와 중학교에 진학하는 두 아들의 교복을 사러 백화점에 들른 미아동의 주부 한씨는 가격표에 적힌 액수를 보고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중학생용 한벌에 18만5천원, 고등학생용 19만5천원, 갈아입을 여벌의 바지를 추가하면 30만원을 훌쩍 넘는다.

하복 구입비 15만원을 포함하면 두 아이 교복비가 1년에 100만원에 달한다.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교복을 안입힐 수도 없어 어쩔 수 없이 교복을 구입한 한씨는 얼마 후 다른 학교에서는 공동구매를 통해 같은 동복을 10만원 미만의 가격으로 장만했다는 소식을 들은 후 무척 속이 상했다.

가만히 앉아서 바가지를 쓸 수 없다고 생각한 한씨는 하복만큼은 공동구매하기로 결심하고 우선 작은애가 다니는 중학교에서 뜻을 같이하는 학부모를 모았다. 전교생을 대상으로 공동구매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뜻밖에 80% 이상의 학부모가 공동구매를 원하고 있었다. 공개입찰을 거쳐 교복을 받기까지 두달 동안 한씨는 눈코 뜰새 없을 정도로 바빴다. 그래도 힘든 줄 몰랐던 건 유명 메이커의 절반 수준인 3만5천원에 교복을 구입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외에 소비자로서의 학부모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었다는 뿌듯함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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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부모들이 대기업의 가격담합 등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를 보상받고 왜곡된 교복시장을 바로잡기 위한 주체로 나섰다. 사진·민원기 기자 minwk@womennews.co.kr

학부모들이 본격적으로 참여 소비자운동을 시작했다. 공동구매를 통해 교복값의 거품을 뺀 학부모들이 한걸음 나아가 가격담합 등 불법행위를 한 교복업체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20여개 교육·시민사회단체가 결성한 교복공동구매운동 전국네트워크(이하 공동네트워크)는 지난 4월 발족한 이래 교복 공동구매를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한편 대기업 교복 원가 공개 운동에 나섰다. 공동네트워크는 연간 4천억 원대에 달하는 교복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SK글로벌 등 상위 3사에 대해 교복 가격담합 의혹을 제기했고, 이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에 의해 사실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SK글로벌 등 상위 3사는 지난 1998년 12월∼2000년 동복판매 기간까지 약 2년반 동안 담합, 제조가의 곱절의 가격에 교복을 판매했고 교복공동구매를 방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공동네트워크는 “교복제조업체의 불법행위로 인해 전국적으로 약 250만 명의 학부모가 100억원 이상의 피해를 입었다”면서 “대기업들의 유사한 불법행위를 막고 왜곡된 교복시장을 바로잡기 위해 교복 손해배상청구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네트워크는 현재 중학교 1학년∼고등학교 3학년까지의 재학생을 둔 학부모 중 대기업 3사의 교복을 구입한 학부모를 대상으로 원고인단을 모집, 1차 원고모집기간인 9월 30일까지 1000명 단위로 원고를 모아 소장을 접수시킬 계획이다.

최종민 변호사(법무법인 동부), 김진 변호사(여민합동법률사무소), 이동직 변호사(법무법인 한결) 등으로 구성된 교복 손해배상청구소송 공동변호인단의 기초조사에 따르면 동·하복 각 한벌을 구입한 학부모를 기준으로 대략 10만원의 손해액 청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원고로 참여하고자 하는 사람은 ▲원고 참여 신청서 ▲소송 위임 동의서 ▲주민등록등본 1통 ▲학생증 사본 ▲교복구입영수증(보관하고 있을 경우)을 공동네트워크 사무국에 제출하면 된다.

김진 변호사는 “피해자의 대표성을 인정하여 일부가 소송을 제기해도 나머지 피해자들까지 구제받는 외국과 달리 우리 나라의 경우 집단소송법이 없어 피해자 각자가 소송을 제기해야 하고, 소를 제기한 피해자만 구제받을 수 있다”면서 “소액 피해자들의 권리구제뿐 아니라 가격담합 피해 소비자들이 소송, 과거 소비자에까지 소급해 피해액을 배상받고자 하는 최초의 소송이라는 점에서 이번 소송이 주목된다”고 설명했다.

YMCA 시민중계실 최은숙 간사도 이번 소송이 “기업들로 하여금 ‘소비자를 우롱하면 망한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좋은 선례가 될 것”이라면서 “집단소송법 도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향후 유사한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는 시범적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02)725-1400 http://www.school09.org

최이 부자 기자 bjchoi@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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