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 강제추행 혐의를 받고 있는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지난 23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했다. ⓒ뉴시스·여성신문
상습 강제추행 혐의를 받고 있는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지난 23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했다. ⓒ뉴시스·여성신문

법원 “범죄 중대하고 도주할 우려”

성범죄 혐의 62건 중 구속영장엔 성추행 혐의 24건만

“친고죄 폐지 전·상습 성폭행 확인 어려움” 등 이유

여성 단원들을 상대로 상습적으로 성폭력을 저지른 혐의를 받는 이윤택(66) 연희단거리패 전 예술감독이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이언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23일 밤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피의자의 지위, 피해자의 수, 추행의 정도와 방법 및 기간 등에 비추어 범죄가 중대하므로, 도망할 염려 등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이 씨의 상습강제추행 혐의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지난달 이 씨의 성폭력을 처음 세상에 알린 피해자의 ‘미투(#MeToo)’ 고발 이후 38일 만이다. 

구속영장엔 성추행 혐의만 포함됐다. 피해자 17명이 총 62건의 범죄 사실에 대해 처벌을 요구했으나, 서울경찰청은 지난 2010년 4월부터 2016년 6월까지 이 씨가 8명을 24차례에 걸쳐 강제추행한 혐의에 대해서만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현행법상 직접적으로 처벌이 가능한 행위가 많지 않았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 전 감독의 범행은 주로 2013년 성폭력 친고죄 폐지 전에 발생했다. 피해자가 범인을 알게 된 날로부터 6개월이 지나면 친고죄로 고소할 수 없다. 

경찰은 2010년 이후 발생한 사건들에는 2010년 신설된 ‘상습죄’를 적용해 처벌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2010년 이후 상습적으로 성추행을 당했다면 피해자 고소 없이도 수사가 가능하다. 하지만 성폭행의 ‘상습성’을 확인하기가 어려워서 성폭행 혐의를 구속영장에 넣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 전 감독의 상습성을 입증하기 위해 구속영장 신청서에 17명의 피해사실을 모두 적시했다. 

이날 오전 10시19분께 서울 서초동 법원에 출석해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를 받은 이 씨는 취재진들 앞에서 주요 혐의를 일부 부인했다. “폭행과 협박이 있었냐”는 질문에 “사실도 있고 왜곡도 있다. 재판을 통해서 진실을 밝히겠다”고 했다.

이씨는 1999년부터 2016년 6월까지 극단 연희단거리패를 운영하면서 김수희 극단 미인 대표 등 극단 단원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 중 경찰에 구속된 유명인은 미성년자 성폭행·추행 혐의로 최근 구속기소된 조증윤 극단 번작이 대표에 이어 이 씨가 두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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