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내 폭로되고 있는 Me Too 사건의 해결을 위해 14개 대학 33개 동아리가 모여 30일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함께 말하면 비로소 바뀐다 3.30 펭귄들의 반란’ 문화제를 개최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대학 내 폭로되고 있는 Me Too 사건의 해결을 위해 14개 대학 33개 동아리가 모여 30일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함께 말하면 비로소 바뀐다 3.30 펭귄들의 반란’ 문화제를 개최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우리가 이런다고 세상이 바뀝니다.” 

30일 저녁 7시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앞은 미투(#Metoo)의 근본적 해결을 촉구하는 거대한 외침으로 가득찼다. 페미니스트 대학생들의 문화제 ‘함께 말하면 비로소 바뀐다 3.30 펭귄들의 반란’ 현장의 열기는 뜨거웠다. 차별‧혐오 없는 대학을 만들자며 뭉친 전국 14개 대학 35개 단체 소속 학생들이 함께 연 행사로 작년 3월 30일 행사에 이어 두 번째다. 참가자 150여명은 이날 행진하면서 “함께 말하면 비로소 바뀐다”고 외쳤다.

미투와 위드유 발언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투 운동을 폄훼하는 캠퍼스 분위기를 비판하는 발언도 많았다. “남자 교수들, 선배들로부터 ‘나도 이러다가 미투 당하는 거 아니야’라는 농담 섞인 말을 들었습니다.” 동덕여대 여성학 동아리 WTF(What the Femisism) 장준희 씨는 “그들이 미투 운동을 가볍게 말하고 농담으로 소비할 수 있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며 “당신들의 권력으로 무지함을 여과 없이 드러낼 수 있었던 것이다. 성범죄 피해자들과 여성들에게 미투 운동은 결코 가벼울 수 없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가해 교수와 학생들의 솜방망이 처벌을 규탄하는 발언도 이어졌다. ‘서울대 H교수 대응을 위한 학생 연대’ 백인범(21‧남) 씨는 “서울대 사회과학대 H교수는 몇 년에 걸쳐 지도 학생과 대학원생, 동료 교수 등을 대상으로 성추행과 폭언 그리고 노동착취와 횡령 등을 저질렀다. 하지만 학교 본부는 단지 3개월만의 정직을 내렸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백씨는 “본부는 3개월 이내 징계를 내려야 함에도 8개월 동안 늑장 대응했다. 또한 법을 어기고 징계 지연한 것에 대한 사과도, 교수 성폭행에 대한 앞으로의 대책도 없었다”며 “이에 학생들은 지난주부터 본부 앞에서 무기한 천막 농성에 들어갔다. 가해자 교수는 쫓아내고 그들을 옹호하는 대학의 구조를 함께 바꿔내자”고 말했다.

 

대학 내 폭로되고 있는 Me Too 사건의 해결을 위해 14개 대학 33개 동아리가 모여 30일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함께 말하면 비로소 바뀐다 3.30 펭귄들의 반란’ 문화제를 개최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대학 내 폭로되고 있는 Me Too 사건의 해결을 위해 14개 대학 33개 동아리가 모여 30일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함께 말하면 비로소 바뀐다 3.30 펭귄들의 반란’ 문화제를 개최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예진 동국대 페미니스트 모임 ‘쿵쾅’ 대표는 “사건 처리 과정에서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영상대학원 C교수의 성폭행 의혹이 제기됐지만 본부는 2차 가해가 우려된다며 공론화를 막았다”며 “지난해 ‘단톡방 성희롱 사건’ 또한 총 6명 중 두 명이 재심을 신청했고, 그중 한 명이 유기정학을 받아 올해 다시 복학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성폭력 사건은 불평등한 권력 관계 하에서 발생하는 것”이라며 “성폭력 사건 해결에서 학생들은 감시의 주최를 넘어 실천을 만들어가야 한다. 단순히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에서 나아가 공동체가 앞으로 어떻게 가야 할지, 제2의 C교수가 나오지 않으려면 어떻게 바꿔야 할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전했다.

송예진 경희대 국어국문학과 페미니즘 소모임 ‘흰’ 대표는 “성폭력 가해 의혹이 있던 A교수는 여전히 강단에 선다. 2016년 말 공식적인 문제를 제기했지만 그 이후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며 “해당 학과와 교수 그리고 운영위원회는 10개월간 침묵해왔다. 그 어떤 어른도 공동체 내 성폭력에 대응하는 방법을 알려 주지 않았다”고 소리를 높였다.

일상 속 차별과 혐오를 고발하는 발언도 이어졌다. “남성 또한 성희롱, 성추행의 피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저는 화장하고 옷을 예쁘게 입는다는 이유로 ‘계집애’ ‘남자답지 못하다’는 말을 듣고 살았습니다.” 국민대 성소수자 동아리 큐비닛 소속 H씨는 성별 이분법을 강조하는 일부 남성들을 비판했다.

H씨는 “여성성을 수행한다고 주입받으며 수차례 교정을 시도당했다. 때론 원치 않는 행동을 강요당해 수치스럽고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야만 했다”며  “성소수자로서 여성들이 겪은 차별과 혐오를 조금이나마 공감한다. 다른 남성 피해자들도 같이 느끼리라 믿는다. 미투, 위드유 운동을 통해 성폭력과 성차별이 없는 세상을 꿈꾼다”고 말했다.

“오래전부터 대학은 성폭력의 박물관이라 불릴 정도로 다양한 성폭력이 존재했다. 이제는 미투, 위드유를 넘어 안전하고 평등한 대학을 만들어 나가자.” 미투, 위드유 발언과 공연에 이어 참가자들은 평등한 대학을 만들기 위해 연대하자며 ‘3·30 펭귄들의 선언’을 낭독했다. 이후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부터 남정숙 교수가 성추행 사건을 고발한 성균관대학교까지 행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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