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YWCA ‘한국여성지도자상 운영위원회’ 선정

곽배희 소장, 45년간 94만건의 법률상담·화해조정

서지현 검사, 검찰 내 성추행 폭로해 미투 본격화

 

(왼쪽부터) 곽배희 가정법률상담소 소장, 서지현 검사 ⓒ한국YWCA연합회
(왼쪽부터) 곽배희 가정법률상담소 소장, 서지현 검사 ⓒ한국YWCA연합회

45년간 여성들의 가정문제 법률구조와 가족법 개정운동에 앞장서온 곽배희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소장이 제16회 한국여성지도자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검찰 내 성추행 사건을 폭로해 미투(#Metoo) 운동을 촉발한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는 젊은지도자상을 받는다.

한국YWCA연합회 ‘한국여성지도자상 운영위원회’(위원장 한영수)는 2일 한국 사회 여성인권 향상에 기여한 수상자들의 공로를 격려하며 올해 선정 결과를 발표했다.

대상에 선정된 곽 소장은 한국 최초의 가정문제 전문 상담기관이자 민간 법률구조 법인인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서 1973년부터 45년간 법률구조 활동을 통한 여성권익 향상에 헌신했다.한국여성지도자상 운영위원회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거나 법을 잘 몰라 불이익을 받는 사회적 약자, 특히 가정문제에서 열악한 지위에 있는 여성들을 위해 지난 45년간 94만여건의 법률상담과 화해조정을 지원했다”고 평가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가 지원한 무료 소송구조는 1067건에 달한다.

곽 소장은 가족법 개정 운동에도 앞장섰다. 가정문제 법률상담을 통해 드러난 문제 가운데 구조적인 성차별로 인해 발생한 문제가 많았기 때문이다. 동성동본금혼 폐지, 호주제 폐지, 가정폭력특별법 제정, 이혼숙려기간 및 이혼전 상담 제도화와 양육비 이행확보 관련법 제정 등이 여성계가 가족법 개정 운동을 통해 일궈낸 성과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는 혼인의 자유와 성평등 정신을 침해해온 동성동본금혼 규정을 폐지하기 위해 피해신고센터를 개설하고 변호인단을 결성해 1997년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판결을 이끄는데 기여했다. 특히 곽 소장은 2000년 호주제 폐지를 위한 시민연대 공동대표를 맡아 2005년 가족법의 대표적인 성차별의 핵심조항인 호주제 폐지를 이끌어내는데도 기여했다.

젊은지도자상에 선정된 서지현 검사는 현직 검사로서 검찰 내 성폭력 실태를 피해자의 목소리로 고발해 미투 운동이 전 사회로 확산되는데 기여했다. 서 검사의 용기 있는 고발은 권력과 결탁한 성폭력 앞에 침묵을 강요받거나 숨죽여야 했던 수많은 여성들에게 큰 힘을 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의와 공정함을 구현해야 할 최고 사법조직인 검찰 내 성폭력 문제를 세상에 드러내 성범죄가 남성 개인의 일탈이 아닌 가부장적 권력구조와 성차별적 위계문화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드러냈다. 서 검사의 고발 이후 정치계, 예술문화계, 연예계, 학계, 종교계 등 사회 각 분야에서 성폭력 피해자들의 미투 운동이 확산됐다.

한국여성지도자상 운영위원회는 “‘내부개혁을 위한 작은 발걸음’으로 시작된 서 검사의 결단은 남성 위주의 한국 사회구조를 전면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인식으로 이어지며 만연된 성차별을 근절하고 ‘성평등 민주주의’ 가치를 일궈나가는 운동으로 발전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여성권리 확립을 위해 애쓴 박에스더 YWCA 고문총무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2003년 제정된 한국여성지도자상은 YWCA와 한국씨티은행이 협력해 운영하고 있다. 시상식은 오는 17일 오후 2시 서울 명동 전국은행연합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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