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연남동서 #미투시민행동 주최 집회

미투 지지·연대 발언과 거리 행진 이어져

 

7일 오후 ‘#미투 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이 주최한 ‘성차별·성폭력 끝장집회’가 끝난 뒤 참가자들이 홍대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7일 오후 ‘#미투 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이 주최한 ‘성차별·성폭력 끝장집회’가 끝난 뒤 참가자들이 홍대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우리 사회의 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Metoo)’ 외침이 홍대 거리에서 울려 퍼졌다. 7일 오후 서울 연남동 경의선숲길에서 시민단체 연대체인 ‘#미투 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이하 #미투시민행동)이 주최한 ‘성차별·성폭력 끝장집회’가 열렸다. 이날 여성문화예술연합, 전국기간제교사노동조합, 페이머즈, 안희정 성폭력사건 대책위원회 등 사회 곳곳에서 미투 운동에 대응하는 단체 활동가들이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연대를 외치며 성차별·성폭력를 뿌리 뽑기 위한 변화를 촉구했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공동대표의 사회로 문을 연 행사는 활동가들의 발언으로 이어졌다.

처음 마이크를 잡은 정미례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대표는 ‘고 장자연 리스트’ 사건을 언급하며 “(장자연씨가)목숨 걸고 쓴 유서와 같은 문건을 남겼지만 권력과 사법 시스템의 ‘침묵의 카르텔’은 공고했다”면서 “경찰은 압력에 밀려 수사하는 척만 했고, 검찰은 모든 혐의자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재조사가 이뤄지는) 고 장자연 사건을 성역없이 수사하라”고 외쳤다.

뒤이어 발언대에 오른 여성문화예술연합 소속 신희주 감독은 “정책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제가 이제는 문화예술계 내 성폭력 문제에 목소리를 내고 변화를 촉구하기 위해 동료들과 함께 공부하고 필요한 정책을 국가에 요구하고 있다”며 “모든 여성들이 자신의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정부에 요구할 수 있는 흐름이 미투를 시작으로 더 커지기를 바란다”고 했다.

 

7일 오후 서울 연남동 경의선숲길에서 열린 ‘성차별·성폭력 끝장집회’에서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공동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7일 오후 서울 연남동 경의선숲길에서 열린 ‘성차별·성폭력 끝장집회’에서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공동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미투를 외친 참가자도 있었다. 페미당당의 우지안 활동가는 데이트폭력 피해 경험을 드러내며 자신과 비슷한 피해를 경험한 수많은 여성들에게 연대의 뜻을 전했다. 그는 “그 사람은 괴물이 아니었다. 저도 순수한 피해자가 아니었다”며 “성폭력 사건을 한 사람의 일탈행동이라거나 특출나게 나쁜 사람이어서 일어났다는 말은 피해자를 계속해서 고립시키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저나 제 친구처럼 유명하지도, 대단하지 않은 사람에게 폭력을 당한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라며 “이제 작은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우리들은 서로의 용기가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전국기간제교사노동조합의 박혜성 위원장은 고용 불안으로 직장 내 성폭력에 취약한 기간제 교사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했다. 박 위원장은 “기간제 교사들은 임용이나 재계약에서 불이익을 받을까봐 그냥 참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임용이나 재계약의 권한을 쥐거나 영향을 줄 수 있는 교장이나 부장교사에게 성폭력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아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페미니스트 게이머 모임인 페이머즈의 가이드님도 게임업계 내에서 자행되는 이른바 ‘페미니즘 사상검증’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girls can do anything’(여성들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이 적힌 휴대폰 케이스를 가져도 ‘메갈’이 되고, 『82년생 김지영』을 읽어도 ‘메갈’으로 한다. 페미니스트들을 모두 메갈이라면서도 ‘한남’이란 단어는 폭력적이라고 주장한다”면서 “이 모든 잣대들은 그저 페미니스트를 메갈로 낙인 찍기 위해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린 더이상 메갈로 낙인찍히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그들에게 성차별주의자라는 딱지를 붙여나가겠다”고 말했다.

 

7일 오후 서울 연남동 경의선숲길에서 열린 ‘성차별·성폭력 끝장집회’에서 참석자들이 발언자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7일 오후 서울 연남동 경의선숲길에서 열린 ‘성차별·성폭력 끝장집회’에서 참석자들이 발언자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신혜슬 이화여대 조형예술대 공동대표는 대학 내 교수 성폭력 문제를 공론화해 가해 교수에 대한 파면 권고를 이끌어낸 것이 연대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SNS를 통해 응원과 지지의 메세지가 쏟아졌고 기자회견 준비 등 학생들의 세심한 도움이 있었다. 무엇보다 많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가해자로 지목된 교수 방에 포스트잇을 붙여줬다”며 “교수의 영향력 아래에서 피해사실을 고발하거나 지지하는 것은 어려운데, 타 학교에서도 많이 나서주셨다”면서 감사 인사를 전했다. 신 공동대표는 “잘못에 대한 합당한 결과를 받을때까지 끝까지 지켜보겠다”면서 “다른 학교에서 미투 운동이 이어지고 있지만, 주목받지 못하고 대해선 힘들게 싸우고 계신분들이 많다. 아직 드러나지 않은 피해자분들께도 지지와 연대 부탁 드린다”고 당부했다.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홍대 거리로 행진을 이어갔다. 이날 500여명(주최 측 추산, 경찰 추산 350명)으로 시작한 거리 행진은 홍익대학교 앞을 지나 홍대 주차장을 지나면서 점점 불어나 1000명(주최 측 추산)까지 늘어났다. 행진 참석자들은 “성차별 성폭력 이제는 끝장내자” “우리가 기억한다 우리가 증거다” “꽃뱀은 그만 찾고 강간 문화 철폐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1시간 가량 거리 행진을 이어갔다. 주말을 맞아 홍대를 찾은 시민들 중 상당수는 행진 행렬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봤다. 휴대폰을 들어 사진 촬영을 하거나 일행과 미투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특히 10~20대 여성들은 “미투다”라고 반응하며, 직접 유인물을 받아가거나 사진 촬영을 하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작은 목소리로 “화이팅”을 외치거나 행진 대열에 합류하는 여성들도 있었다. 행진을 마친 후에는 경의선숲길로 돌아와 참가자 발언을 들은 뒤 집회를 마무리했다.

이날 집회와 거리 행진에 참여한 김희영(23)씨는 “나도 성폭력 피해를 고발했다가 오히려 가해자로부터 명예훼손으로 소송을 당했다”며 “나처럼 억울한 일을 당하는 여성들이 많은데 이번 집회처럼 미투를 지지하고 연대하는 목소리들이 지속적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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