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강화군 군수 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이광구 예비후보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인천 강화군 군수 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이광구 예비후보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이광구 인천 강화군수 민주당 예비후보

강화 농산물 판매, 장애인재활시설 지원, 안전 운동 등

농민이 제값에 쌀 판매할 수 있게 ‘쌀펀드’ 조성

“난 금융전문가, 절약한 예산 주민 위해 쓰겠다”

 전통 보수지역인 인천광역시 강화군 군수 선거에 시민운동가 이광구(54)씨가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로 출마했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주민들도 있지만, 국민이 주인이 되는 시대가 열려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그는 관심의 대상이다.

이 예비후보는 20여년 간 강화도에 살면서 지역공동체 운동에 힘을 쏟고 있다. 장애인 직업재활 시설인 쌀도정공장과 쌀빵공장, 강화 주민의 농산물을 판매하는 로컬푸드협동조합에 참여하고 청년공동주거운동 등을 주도하고 있다. 또 ‘안전한 강화’만들기로 주민들이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인도 만들기 등을 추진했다.

그의 오랜 시민운동의 출발점은 대학 때 했던 학생운동이다. 서울대학교 법대 3학년 당시 제적당하고 감옥에 2번 다녀왔다. 이후 공장 노동자 생활을 거쳐 노동상담을 했고, 대우자동차, 증권사, 재무설계사 등 20개 넘게 직장과 직업을 바꿨다. 그렇지만 시민운동은 계속해서 병행해오고 있다.

“애가 셋인데 다들 저한테 아빠는 하는 일이 뭐냐고 물어요. 저는 세상을 바꾸는 운동을 한다고 하죠. 지역을 살리는 것이 진짜 민주주의입니다. 민초들이 주인이 돼야 합니다.”

지방선거에 뛰어들어서도 세상 바꾸기에 집중하고 있다. 예비후보로 등록 후 주민들과 악수하는데 여념이 없는 보통의 예비후보들과 달리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정책공보물을 제작하는데 선거운동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선거 2개월을 앞둔 12일에는 주민들에게 발송했다. 지방선거가 정책선거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책의 대상은 여성, 장애인, 어린이, 청년, 노인 등 사회 약자가 많다.

“주민 한분이 제게 그러더라고요. 노인회관은 많은데 왜 어린이회관, 청소년회관은 없냐고요. 지역에 놀이터도, 공원도 없어요. 현재 군에는 젊은층에 대한 정책방향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직업을 여러 번 바꿨지만 그는 재무상담, 금융전문가로 자리매김했다. 그 강점을 살려 지자체에서 허투루 새는 돈을 막아 주민들에게 돌려주겠다고 한다.

“저는 250억원을 주민에게 돌려주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어요. 이 점에선 청년수당을 지급한 이재명 성남시장과 비슷합니다. 과거 개인 재무상담을 할 때 새는 돈 5% 이상을 잡아서 자녀 대학자금, 주택 마련, 노후 대비 등 장기 투자할 수 있게 했고 보람이 컸어요. 강화군은 한해 예산이 5000억원인데 5%면 250억원이에요. 공공부문은 5%보다 훨씬 많을 겁니다. 강화군이 올해 추경으로 450억원을 책정했는데 그중 200억원을 도로공사에 씁니다. 중대한 공사도 아닌데다가, 기업에 지급한 공사대금은 결국 강화군에서 빠져나갑니다. 지역엔 보탬이 안 되는 거죠. 정치인들은 자기 자랑을 할 때 중앙부처에서 예산을 따왔다고들 하는데, 결국 다른 지역 예산을 빼앗아오는 제로섬 게임이죠.”

 

이광구 예비후보가 임원으로 재직했던 골든브릿지투자증권과 희망일터가 2018년산 강화 벼 수매펀드 투자지원 협약식을 12일 체결했다. 벼수매 자금을 마련해 농민이 헐값이 아닌 농협의 벼수매가와 같은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광구 강화군수 예비후보
이광구 예비후보가 임원으로 재직했던 골든브릿지투자증권과 희망일터가 2018년산 강화 벼 수매펀드 투자지원 협약식을 12일 체결했다. 벼수매 자금을 마련해 농민이 헐값이 아닌 농협의 벼수매가와 같은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광구 강화군수 예비후보

그는 새는 돈을 어린이·장애인·청년 등 사람에게 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금이 아니라 지역상품권을 지급하고, 축제도 기획하고, 어린이 프로그램 지역에 예산을 쓸 계획이다. 스쳐 지나가는 관광이 아니라 머무는 관광으로 전환하는 것도 그의 목표다.

지역공동체운동과 금융설계의 교집합으로 만들어진 공약 중 하나가 ‘쌀펀드’다. 농업분야에 자금 투자가 돼야 농업이 살고 지역이 산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정부도 크라우드펀딩을 활성화하려고 하고 있어요. 쉽게 말해 소액투자를 모아 돈을 돌게 하고 나아가 가치있는 곳에 투자하는 것입니다. 강화도에 장애인이 운영하는 쌀정미공장이 있는데 자금이 없어 제가 돕고 있어요. 농민들은 농협의 수매량이 적기 때문에 나머지 벼는 도매상들에게 넘겨야 합니다. 농민은 쌀을 제가격을 받지 못해 불안해하고 도매상만 좋은 일 시키고 있어요. 이번에 쌀펀드가 성사되면 농협 수매가와 같은 가격으로 판매하게 돼 안심할 수 있게 됩니다. 이 모델이 성공하면 다른 지역에도 적용할 수 있고, 다른 농업 분야에도 확장할 수 있고요. 농업을 살리는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라 봅니다.”

강화군은 군사분계선에 맞닿아 있다 보니 남북 정세에 특히 민감하다. 그렇다보니 보수색이 강했다. 그 역시 이산가족이다. 2014년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에 참가해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대신해 북쪽의 외삼촌을 만났다. 버스에 탄 삼촌의 손을 잡은 그의 모습이 우연히 AP통신에 포착돼 2014년 올해의 사진으로 뽑혔다.

그는 강화 앞바다의 중립수역을 관광상품으로 만들고, 남북고급인력이 참여하는 강화평화 밸리 조성, 철책선과 검문소를 제거해 생활 불편을 해소하겠다고 했다. 특히 인천공항을 경유하는 외국인들이 환승을 위해 기다리는 몇 시간 동안 관광선을 타고 강화를 오가는 여행상품을 기획하고, 영종도와 강화를 잇는 다리를 놓아 외국 관광객을 불러들일 수 있다고 봤다.

이 예비후보의 부인 최미란 씨는 2006년 지방선거에 출마한 적 있다. 최 씨는 강화여성의전화 회장을 역임했고 20여 년째 여성운동을 하고 있다. 이 예비후보에겐 이번이 첫 선거다. 시민운동을 오래 해왔지만 정치를 하고 싶다는 의지를 갖게 된 건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지난해 촛불혁명의 장이 된 서울 광화문에 다니면서 ‘광화문을 촛불을 강화도로 옮겨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촛불혁명의 과정 자체가 정치 경험없는 민초들에 의해 이루어졌어요. 지방선거 역시 기존 정치세력화되지 않았던 사람들이 나서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기껏해야 민노총, 한노총, 환경단체 정도 아니었나. 정말 더 어려운 사람들, 자영업자, 여성, 장애인 등은 거의 등장하지 않았는데, 이번 지선에서 예전에 비해 상당히 분출할 거라 봅니다. 미투(#Metoo)를 포함해 삶의 현장에서 목소리가 나와야 합니다. 그런 사람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조직화해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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