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은정 더클로젯 CTO, 성주희 더클로젯 대표(오른쪽)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육은정 더클로젯 CTO, 성주희 더클로젯 대표(오른쪽)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인터뷰] 패션 공유 플랫폼  

더클로젯 성주희 대표, 육은정 CTO 

패션계의 에어비앤비, 우버 목표 

“서울에서만 10만명 옷장 열겠다” 

“옷장 속 잠든 옷들로 돈을 벌어 드립니다.” 스타트업 더클로젯컴퍼니(이하 더클로젯)은 개인의 옷장에서 입지 않는 옷과 쓰지 않는 가방 등을 타인에게 빌려주고, 타인의 패션 아이템을 빌려 쓰는 패션 공유 플랫폼이다. 2016년 9월 서비스를 시작해 최근 6개월 동안 20배가 넘게 성장했고, 더클로젯은 최근 카카오벤처스로부터 투자 유치까지 받았다.

초기 명품 가방 30개를 빌려주는 렌털 서비스로 사업을 시작한 더클로젯은 지난해 2월부터 ‘패션 공유 모델’을 도입하며 다른 패션 렌털 업체들이 문을 닫는 와중에도 굳건히 회사 규모를 키웠다. 현재 관련 특허를 지닌 국내 유일 업체로, 가방을 맡긴 고객에게는 월 렌털 수입의 50%, 의류는 60%를 돌려준다.

지난 24일 서울 강남구 더클로젯 본사에서 성주희 더클로젯 대표, 육은정 더클로젯 CTO를 만났다. 성주희 대표는 “더클로젯은 단순한 렌털 회사가 아니”라며 “데이터 기반의 패션 테크 기업으로 앞으로 아시아 시장의 패션 아이템 소비문화를 바꿔나갈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더클로젯 홈페이지 캡처 ⓒ더클로젯 홈페이지 캡처
더클로젯 홈페이지 캡처 ⓒ더클로젯 홈페이지 캡처

-패션 렌털 서비스를 결심한 계기는.

성주희 대표(이하 성) “옷장은 가득 차 있는데 결혼식에 입고 갈 옷이 없었다. 순간 ‘이 옷들을 재활용할 수는 없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소셜벤처(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기업가가 설립한 기업 또는 조직)라는 걸 처음 알았다. 지난해 카이스트 사회적기업가 MBA에 지원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명품 가방 30개를 사서 빌려주는 렌털 서비스로 시작했다.”

-패션 렌털 서비스에 도전한 다른 업체들이 문을 닫는 동안 유일하게 더클로젯만 살아남았다.

“피벗(Pivot, 스타트업이 신제품을 출시한 이후 시장의 반응이 좋지 않을 때 사업모델을 다른 방향으로 변경하는 것) 한다고 하지 않나. 셰어링(sharing·공유) 제조업으로 시작했지만 고객 요구에 맞춰 플랫폼 사업으로 바꿨다. 공유 플랫폼으로 전환하지 않았으면 아마 못 버텼을 것이다. 특히 원래 비즈니스 모델로는 자금이 상당히 부족했다. 가방 30개로 시작했을 때, 고객 500명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공급에 문제가 생기기도 했다.”

육은정 CTO(이하 육) “무조건 고객지향 서비스다. 빠르게 고객의 요구를 파악하고 테스트를 통해 가장 좋은 방법을 도출해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린 스타트업(Lean startup·아이디어를 빠르게 시제품으로 제조한 뒤 시장 반응을 통해 다음 제품 개선에 반영하는 전략) 방식이다. 이것이 늦어지면 중견기업, 대기업을 이길 수 없다.”

-중간에 패션 렌털 플랫폼으로 서비스를 변경했다.

“100% 사입을 통해 렌털하는 비즈니스 모델은 건물을 사서 10년 동안 월세를 받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고객이 늘어나면 다음 달 또 그만큼의 자금이 필요하다. 건물을 매달 사는 것과도 같다. 하지만 수익은 10년에 걸쳐 받을 수 있다. 대기업도 못 해낸 이유다. 구매비용 없이 스케일업(Scale-up)할 수 있는 이유는 셰어링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손익분기를 내면서 당장 다음 달 만 명이 모여도 그만큼 스케일업할 수 있다. 그 부분에서 분명 차이가 났을 것이다.”

-주 고객층은.

“2030 직장인 여성이 타깃이다. 서울과 지방 고객 비율이 원래 7대 4였는데 이제는 6대 4 정도 된다. 거주지로는 강남이 절대적으로 많다. 호기심이 많고 얼리어답터인 분들이다. 배송에 민감한 회원 특성상 ‘당일 배송’을 원칙으로 한다.”

“여전히 수요가 많기 때문에 물량조절과 사이트상의 조절이 긴밀히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알람 서비스를 넣는다든지 개선해야 할 부분들을 조절하고 있다. 상반기 안에 고객들이 더 편리하고 빠르게 우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데이터 활용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회원 반응은 어떤가.

“지난 6개월 동안 고객들이 안 입는 옷을 내놓는 셰어링 부분만 20배 성장했다. 처음에는 이런 서비스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낯설어하는 고객들이 많았다. 새로운 고객 창출보다는 내부 고객 마케팅에만 집중한 이유다. 6개월 정도 지나니 서서히 고객들이 직접 소문을 내주시더라. 최근에는 투자를 받았기 때문에 외부 고객에게도 서비스를 선보일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바이럴(viral·누리꾼이 이메일이나 SNS 등 전파 매체를 통해 자발적으로 기업 또는 제품을 홍보하도록 유도하는 마케팅 기법)보다 무서운 마케팅은 없다고 생각한다. 최근 고객경험팀장을 스카우트한 이유기도 하다.”

 

육은정 더클로젯 CTO, 성주희 더클로젯 대표(오른쪽)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육은정 더클로젯 CTO, 성주희 더클로젯 대표(오른쪽)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윤은정 CTO는 언제 합류했나.

“올해 1월 합류했다. 대기업 5년, 스타트업 5년의 경력이 있다. 원래 SK커뮤니케이션즈라는 회사에서 일했다.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창업을 한 경우다. SNS 상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이를 마케팅에 이용하는 회사였다. 육아휴직 1년 후 아이를 키우다 2년쯤 지나니 다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쯤 대표님을 만났다. 무엇보다 이 서비스는 내가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아이 둘을 키우며 일하고 있다. 특히 유동적으로 시간을 사용할 수 있어 좋다. 오전에는 일하고, 오후 4시~5시 정도가 되면 아이들을 데리러 어린이집으로 간다. 저녁 때 다시 업무를 하는 식이다. 마음이 편하니 성과도 나오는 것 같다.”

“신뢰 기반의 자유와 책임이 확실한 회사다. 대신 결과물로 보여줘야 한다.(웃음)”

-스타트업에서 보기 드물게 대표, CTO 두 명 다 여성이다. 

“총 12명 중 8명이 여자 직원이다. 사업운영부서, 데이터사이언티스트, 개발자 2명만 남자다. 원래 6명이 움직이던 조직이었는데 최근 투자를 받으면서 추가채용을 진행했다. 남자 직원이 더 많을 때도 있었다. 성별에 상관없이 동등하게 대우한다. 현재 MD, 고객경험, 디자인, 마케팅, 사업운영 등 다양한 포지션에서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서비스 특성상 아무래도 패션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직원이 많은 것 같다. 앞으론 어떻게 될지 모른다.”

-보통 채용은 어떻게 이뤄지나.

“더클로젯의 팀장급 직원은 대부분 10년 이상의 경력을 갖고 있는 시니어들이다. 대부분 추천을 통해 함께 하게 됐다. 팀원을 인터뷰할 때도 업무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회사의 비전을 자주 이야기한다. 비전을 믿고 들어왔기 때문에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처음 인재를 잘 모으는 게 중요하다. 그러다 보면 좋은 사람들이 따라오게 된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는.

“이제 국내 온라인 의류 렌털 서비스는 우리밖에 없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패션 렌털 플랫폼으로서 국내 1위를 굳건히 하는 것이 목표다. 중장기적으로는 서울에서만 10만명의 옷장을 여는 것이다. 현재 서울 거주 2030 여성은 약 100만명 정도다. 10명 중 1명은 우리 서비스를 이용해야 생활양식을 바꿀 수 있다. 이후 전 세계 20개 대도시를 연결해 세상 어디를 가도 내 옷장이 있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최종 비전이다. 이런 것들이 진행되면 패션업계 환경과 노동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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