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 어머니 영어동아리 ‘에코’

“재미있어요. 모두들 너무 좋아하세요. 젊어지는 것 같고 삶의 활력을 얻는 것 같대요. 사

람들과 모여 열정을 가지고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니까요. 대회를 위

해서라기보다 연습 자체가 너무너무 즐거워요.”

토요일 오전 스무명 남짓의 여성들이 모여 점심도 거른 채 아줌마축제에 선보일 뮤지컬 연

습에 한창이다. 이들은 모두 ‘구로 일하는 여성의집’ 어머니 영어 동아리 회원들이다.

이들은 연령도 다양하고 계층도 다양하고 하는 일도 다양하지만 주부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학교를 졸업한 후 오랫동안 영어를 접하지 못했다가 어떤 이유로든 영어의 필요

성을 느껴 용기를 내어 이곳을 찾은 적극적인 아줌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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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축제>에서 선보일 뮤지컬 연습에 한창인 ‘구로 어머니 영어 동아리 에코’. <사진·전성현>

사실 기혼여성들은 공부를 하고 싶어도 어린 자녀들 때문에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다. 그래

서 이곳 ‘구로 일하는 여성의집’은 놀이방을 갖추고 엄마들이 공부를 하는 동안 어린 자

녀들을 대신 돌봐주고 있다. 이외에도 여러 시설들을 개방함으로써 지역 여성들이 모여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휴식처이자 자기계발의 장소”가 되고 있다. 그래서 점점 더 많

은 주부들이 이곳을 찾으며 모임에 참석하고 있단다.

이곳이 다른 사설학원들과 다른 점은 수강료도 싸지만 인원제한이 없다는 것. 배우고 싶은

사람들에게 얼마든지 기회를 주기 위해서이다. 인원이 차면 반을 늘리는 식으로 해서 처음

에 한 반(15명)으로 시작한 어머니 영어 동아리가 어느새 세 반으로 늘었다.

동아리 어머니들이 영어를 시작하게 된 동기는 다양하지만 영어를 배움으로써 얻은 소득은

똑같다.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는 것. 영어에서 얻어진 자신감이 삶 자체에 대한 자신감으로

변화해 모든 생활이 “덤벼 나 할 수 있어”로 바뀌었다는 아줌마들. 자녀들과의 관계나 남

편과의 관계에서도 이전보다 훨씬 당당해졌단다.

이런 자신감은 아줌마축제를 준비하면서 더욱 커졌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직접 준

비하고 마련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숨은 재능들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조금 빨리 시작한 사람

조금 늦게 시작한 사람 다양하지만,

ABC부터 시작해서 문장을

만들고 대화를 하게 되거든요

영어도 노래를 처음 배울 때처럼

쉽고 재밌게 할 수 있어요

“그전에는 평범한 아줌마들로만 본 거예요 서로를. 그런데 하다 보니까 누구 엄마 그런 재

주가 있었어? 서로 놀란 거예요. 서로의 재주에. 다 숨어있던 것들이잖아요. 사장되어 있던

것들이잖아요. 어느 단체에 이런 다양한 인력들이 모여 있겠어요. 이제는 아 우리가 모이면

못할 게 없겠다 싶은 거죠.”

대학 때 무용을 전공했던 이는 안무를 담당하고 미술을 전공했던 이는 소품을 담당하고 피

아노를 전공했던 이는 반주를 담당하는 식으로 자연스럽게 역할 구분도 이루어졌다. 시장에

서 직접 천을 떼어와 재봉질도 손수 하여 의상도 마련했다.

처음에는 아주 가볍게 영어 노래나 부르려 했던 것이 그동안 숨어있던 재능들로 “서로를

도와주고 보완해 주는 ”과정을 통해 규모가 커져 영어 뮤지컬을 하기에 이르렀다. 뮤지컬

내용은 <사운드 오브 뮤직>에 나오는 ‘도레미송’을 택했다. 현재 영어 동아리 회장을 맡

고 있는 조혜경씨(44세)는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도레미송에 보면 그런 부분이 나오더라구요. 아이들이 전혀 노래를 못하는데 마리아가 노

래라는 건 아무 것도 아니다, 너희가 도레미를 가지고 모든 곡을 만들 수 있다 그러면서 노

래를 가르치는 장면이 나오거든요. 영어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필요성을 느끼기는 하지만

사실상 엄두가 안나서,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될지 몰라서 망설이잖아요. 그러다 조금 빨

리 시작한 사람 조금 늦게 시작한 사람 다양하지만, ABC부터 시작해서 문장을 만들고 대화

를 하게 되거든요. 영어도 노래를 처음 배울 때처럼 쉽고 재밌게 할 수 있어요.”

아줌마들에게 재능을 발휘할 기회를 좀처럼 주지 않는 우리 사회에서 아줌마축제를 통해 모

처럼 그런 기회를 가지게 된 영어 동아리 어머니들은 지금 신이 나 있다. 이 기회를 계속

살려가기 위해서 몇가지 계획도 세워 두었다.

우선 올 연말에 지역의 노인대학과 초등학교에서 공연을 하기로 했다. 노인들과 어린이들에

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자극을 주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영어동화 구연 전문가 과정을 만들

계획도 가지고 있다. 40주 과정의 수업을 이수하면 자격증을 받게 되는데 그러면 아이들을

모아서 동화구연반을 만들 수도 있고 동화구연 전문가 과정의 강사가 될 수도 있다.

지역의 아줌마들에게 활력을 전염시킨다는 소문난 영어 동아리 어머니들. 만약 아줌마축제

에서 상금을 타게 된다면 어디에다 쓸 것인지를 물어봤다. “1년치 영어 동아리 회비낼 거

예요.”“여행 가야죠.”

소녀들처럼 ‘까르르’웃음을 쏟아내며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영어 동아리 아줌마들이

더없이 멋지고 행복해 보였다.

<이정주 객원기자 / jena21@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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