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35명 모두 남성

“다양성 고려해 채용”

 

서울대학교 경제학부에서 설립 72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인 여성 교수가 탄생할 전망이다.

8일 서울대에 따르면 이 대학 사회과학대학은 지난달 경제학부 경제학 일반 분야 교수 채용공고를 내면서 지원자를 여성으로 제한해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이 같은 조치는 양성평등기본법과 ‘양성평등을 위해 필요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교육공무원법에 따른 것이다. 서울대 경제학부 측은 그동안 성별 구분 없이 연구실적물과 교육 및 연구계획, 총괄연구업적 등으로 점수대로 뽑다 보니 여교수가 임용되지 않는 측면이 있었다며 평등법을 떠나 학문의 다양성 측면을 고려해 여교수를 뽑기로 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서울대 경제학부의 경우 현재 전임 교수 35명이 모두 남성이다. 앞서 2009년에는 여성으로는 처음 중국인 손시팡 조교수로 채용됐지만 2014년 서울대를 떠났다.

그동안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진은 남성 교수와 남학생이 많은 공대보다도 더한 ‘금녀 구역’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공대에도 여교수가 10명 안팎이지만, 경제학부에는 1명도 없기 때문이다.

특히 사회과학대의 정치외교학부, 사회학과, 심리학과, 인류학과 등 8개의 전공 중 현재 여교수가 1명도 없는 전공은 경제학부가 유일하다. 지난해 기준 경제학부 학부생 875명 중 남학생은 588명(67%), 여학생은 287명(33%)으로 전체 학생의 3분의 1이 여학생임에도 여교수가 없다. 현재 서울대 전체 교수 중 여교수 비율은 15%에 그치고 있다.

배혜화 전국여교수연합회 회장은 “경제학과에 진학하는 여학생과 여성경제학자가 늘고 있지만 여성 교수는 물론,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 경제 관련 공공기관장도 여성이 보이지 않는 현실에서 서울대의 시도는 환영할 만하다”라며 “여성 교수에게 기회를 줘야 여학생들에게도 롤모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은형 한국여성경제학회장도 “지나치게 치우친 성별 다양성을 바로잡으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회장은 “2000년대 초반 국립대 여교수 채용 확대 제도 시행 당시 자연스럽게 여성 교수가 늘어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너무 늦었다는 생각도 든다”면서 “그동안 교수와 학생 모두 남성이었고, 경제학뿐만 아니라 전체 학문이 젠더 개념 빼고 발전해왔다. 여성 교수가 반드시 젠더 이슈를 다룰 것이라고 보진 않지만 기울어진 성별 다양성을 바로잡고 연구 측면에서도 젠더 개념을 갖는 연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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