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처음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선언하고 국정과제로 ‘실질적 성평등 사회 실현’을 내세우며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취임 초 여성장관을 부처 요직에 임명하고 여성폭력방지기본법 제정을 추진하며 여성대표성 제고와 젠더폭력 대응에 관해 선도적으로 정책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성평등 정책을 총괄·조정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 대통령 직속 성평등위원회는 기존 ‘양성평등위원회’ 유지로 뒷걸음질 쳤고, 공직인사 검증에서 ‘성평등’은 빠지면서 인사에 오점을 남겼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발표한 100대 과제 중 ‘실질적 성평등 사회 실현’의 주요 추진 과제로 △성평등정책 추진체계 강화 △여성 대표성 제고 △성평등 의식문화 확산 △젠더폭력 방지 기반 구축 등을 제시했다. 과제별로 공약 이행 상황을 살펴본다.

 

 

여성장관급 30% 달성

문재인정부에서 가장 관심을 끌었던 공약 중 하나는 ‘여성장관 30% 달성’이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초 조현옥 청와대 인사수석, 강경화 외교부 장관, 피우진 국가보훈처장 등을 잇따라 임명하며 처음으로 여성 장관이 30%를 넘을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다. 특히 그동안 여성장관이 주로 맡았던 여성·환경·복지 영역을 넘어 외교부, 국토부 등 정부 핵심 요직에 여성을 임명함으로써 ‘성평등 정부’를 향한 청와대의 의지를 드러냈다.

처음 약속했던 여성장관 30%는 달성하지 못했다. 국무총리를 포함한 국무위원 18명 중 여성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김은경 환경부 장관,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등 5명이다. 여성장관 비율은 27.7%로 역대 정부 최다지만, 30%는 넘지 못했다. ‘장관급’으로 범위를 넓히면 여성 비율이 30%를 넘긴다. 18부·5처·17청의 장관급 기관장 19자리 가운데 피우진 국가보훈처장까지 6자리가 여성으로, 여성장관급 비율은 31.6%가 된다. 또 정부위원회 여성 참여율은 2017년 처음으로 40%를 달성했다. 여성 고위공무원과 공공기관 여성임원 목표제를 처음으로 도입하고 경찰대학 신입생 선발과 간부 후보생 모집 시 남녀 구분을 없애는 등 공공부문 여성대표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보인다. 하지만 최근 남북정상회담 관련 자문위원회 구성이나 대통령 개헌안 마련을 위한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등 주요 위원회에서 여성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여성폭력방지기본법 제정 추진

정부는 ‘젠더폭력 근절’을 위한 다양한 제도를 속속 시행하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 대응을 위한 ‘디지털성범죄 피해방지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불법영상물 삭제비용을 부담하는 등 피해자 지원 강화와 함께 영상물 유포 가해자의 처벌을 징역형을 높이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당초 약속한 ‘젠더폭력방지 기본법’(가칭)은 ‘여성폭력방지기본법’(가칭)으로 이름이 바뀔 예정이다.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은 여성에 대한 폭력을 방지하고 피해자를 보호할 책임이 국가에 있음을 명확히 하며, 여성 폭력 방지정책과 통계를 체계적으로 구축하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투(Metoo·나도 말한다) 운동 확산에 따라 공공부문 대상 특별점검을 실시하고 문화예술분야 성희롱·성폭력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해 국가인권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민간 전문가 등 10명 내외로 구성된 ‘특별조사단’과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 신고·상담센터’를 운영했다.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소송 등 2차 피해에 대한 두려움 없이 피해 사실을 공개할 수 있도록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경우 명예훼손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는 ‘수사 과정에서 위법성 조각 사유’(형법 제310조)를 적극 적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범부처를 아울러 정책을 추진해가기에 여성가족부의 권한과 예산이 부족하다는 한계가 지적됐다. 정부가 미투 운동이 요구하는 성차별‧성폭력의 근본적인 근절을 위해서는 전 사회적 변화를 추동할 수 있는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관련 기사 [‘페미니스트 대통령’ 1년]② ‘젠더 관점’ 실종된 공직자 인사검증 (http://www.womennews.co.kr/news/14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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