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미경 모아디자인연구소 대표

펫코노미 시장 6조

아토피 옷에서 수의까지 

고급 옷 수요 증가추세

 

반려동물 맞춤의류 제작 등을 주 업무로 하는 박미경 모아디자인연구소 대표는 “모아디자인연구소가 국내 반려동물 시장에 선순환을 가져다줄 수 있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반려동물 맞춤의류 제작 등을 주 업무로 하는 박미경 모아디자인연구소 대표는 “모아디자인연구소가 국내 반려동물 시장에 선순환을 가져다줄 수 있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반려동물 1000만 시대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사람이 늘면서 관련 시장 규모도 점점 커지고 있다. 관련 산업을 뜻하는 국내 펫코노미(petconomy) 규모는 2012년 9000억원에서 2015년 두 배 증가한 1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오는 2020년에는 5조80000억으로 시장규모가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규모 6조원은 2016년 아웃도어·주얼리·의료기기 시장과 맞먹는 규모다. 현재 CJ몰 등 대기업에서 반려동물 전문몰을 운영하고 있으며, 1인 영세사업자 등 소규모 업체들도 다양한 펫코노미 사업에 종사하고 있다.

박미경 모아디자인연구소 대표는 반려동물 맞춤의류를 제작, 판매하는 일을 주 업무로 한다. 지난 2016년 사업자등록을 냈으며 다양한 체형을 가진 반려동물의 옷을 맞춤 제작해 배송해준다. 모아디자인연구소의 반려동물 맞춤의류는 편안함과 특별함이 강점이다. 반려동물 신체특성을 고려해 불편하지 않게 몸에 잘 맞는 옷을 만들어준다. 또한 아토피와 같은 피부질환이 있는 반려동물을 위해 좋은 소재를 사용하는데 주안점을 뒀다. 이밖에 다양한 DIY키트를 개발, 수강생을 대상으로 수업도 진행하고 있다.

“어느 날 강아지 맞춤 수의를 제작해달라는 말을 들었어요. 본인이 키우던 강아지가 이제 얼마 못 살 것 같은데, 마지막 가는 길을 준비해주고 싶다는 거예요. 그 뒤로도 꽤 많은 분께서 맞춤 수의를 찾는 걸 보고 이제 반려동물은 우리에게 ‘가족 그 이상의 의미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중국산 값싼 재질의 옷을 입고 불편해하는 아이들을 보며, 더욱 편하고 예쁜 옷을 만들어주자고 다짐했습니다.”

모아디자인연구소를 창업하기 전 박 대표는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일했다. 학창 시절 유명 건축가들이 비좁고 열악한 공간을 새단장해주는 프로그램인 ‘러브하우스’를 보며 꿈을 키웠다. 그는 국내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프랑스 대학에서 인테리어를 전공했다. 이후 한국에 들어와 5년간 인테리어 업체에서 일하며 경력을 쌓았지만 매일 같은 야근과 고된 노동 강도는 그를 병들게 했다. 주말에도 근무해야 했고, 업무량이 많아 병원에 못 가는 날들이 이어졌다. 같은 업계에 종사하는 남편을 만나 가정을 꾸렸지만, 결혼과 동시에 도저히 워라밸이 유지되지 않는 환경에서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고민에 빠졌다. 출산 문제도 빼놓을 수 없었다.

결국 그는 회사를 그만두고 1년간 인생의 첫 휴식기를 가지기로 결정했다. “당장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일이 무엇일까 찾는 것이 먼저였어요. 취미 생활을 시작하기 위해 가장 먼저 찾은 곳이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동부여성발전센터였죠. 이곳에서 의류 수업을 듣던 도중 결혼 전 반려동물을 키우며 직접 옷을 만들었던 기억이 떠올랐어요. 강아지와 고양이를 직접 키웠었고, 이전부터 취미로 관련 용품을 만드는 데 재미를 느꼈었거든요.”

동부여성발전센터는 여성의 직업능력 개발을 위한 교육과 함께 다양한 취업·창업 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박 대표는 수업을 듣던 도중 우연한 계기로 창업아이템을 정하고 사업계획서를 쓰면 예비창업자로 동부여성발전센터에 입주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그 즉시 반려동물 맞춤의류를 기반으로 하는 사업계획서를 썼고, 면접과 심사를 거쳐 당당하게 예비창업자로 선정됐다. 입주 6개월 만에 모아디자인연구소로 사업자등록을 해, 벌써 입주 2년 차다.

“1년 동안 나와 가장 잘 맞는 공예가 무엇일까 고민했어요. 또 미래의 아이를 키우면서도 제 시간을 할애할 수 있는 일이어야 했고요. 의류 수업을 듣다 보니 관련해서 사람들을 대상으로 수업도 진행할 수 있고, 그에 맞는 DIY 키트 개발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박미경 모아디자인연구소 대표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박미경 모아디자인연구소 대표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박 대표는 현재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다양한 디자인의 반려동물 맞춤의류를 제작하고 있다. 마녀복, 인디언복 등 특별한 코스튬부터 반려동물의 특별한 날을 위한 웨딩드레스, 슈트, 한복도 만든다.

그는 “5년간의 프랑스 유학 경험이 이처럼 다양한 디자인을 시도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20대 때 디자인 공부를 위해 언어도 안 되는 상태에서 무작정 프랑스로 떠났어요. 1년간 어학원을 다니고, 3년간 대학을 다니며 공부했죠. 학교를 졸업한 뒤엔 프랑스 인테리어 회사에 취직해 인턴으로 1년 동안 일했어요.”

“프랑스 학생들은 작품과 관련해서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서슴없이 말해줘요. 자신의 작품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거죠. 저 또한 다른 친구들의 디자인을 보면서 다양하게 사고하는 습관이 생겼고, 시각이 넓어질 수 있었어요.”

그는 “프랑스에선 엄마보다 아빠가 아이 하교 시간에 더 많이 데리러 간다”며 “길거리에서도 유모차 끄는 아빠들을 흔히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점심시간은 2시간, 야근을 하는 직원을 찾아볼 수 없다. 유학생이었지만 한 달 20~30만원 정도의 주거비 복지혜택도 받았다. 하지만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그를 다시 한국행 비행기를 타도록 만들었다.

그는 현재 모든 공예를 반려동물과 관련된 상품으로 연구, 제작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최근에는 폼폼 아트에 푹 빠졌다. 일본 트리코트리(trikotri)라는 작가가 2014년도에 처음 시작한 아트다. “2016년도에 처음 강아지 폼폼을 접했어요. 작년부터 제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강아지 폼폼 제작 원데이 클래스를 시작했고, 폼폼 민간 자격증도 만들었어요.”

최근 모아디자인연구소는 직접 개발한 ‘강아지 폼폼 DIY 키트’를 내용으로 하는 텀블벅을 진행 중이다. 텀블벅을 통한 일부 수익금은 유기 동물을 위한 후원금으로 쓰인다. 후원 금액에는 수업료, 수업 당일 포함하는 키트를 포함했다. 모아디자인연구소는 소규모로 운영하는 유기동물보호소에 의류후원도 하고 있다.

박 대표는 “최근 대학에서 반려 의류가 신설과목으로 선정되는 등 반려동물 시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학생들 진로 코칭 쪽으로도 사업을 확장시킬 생각”이라며 “현재 블로그와 SNS 등의 유통 채널과 함께 스토어팜, 홈페이지 개설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1인 창업가로서 세무, 디자인, 컨설팅, 마케팅 등을 홀로 해야 하니 하루 24시간을 일해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끔은 ‘포기할까’ 생각도 들었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생각에 창업을 후회하진 않습니다.” 박 대표는 “판매금액의 일부를 반려동물을 위해 후원하고, 다시 관련 용품을 개발하는 데 쓰는 등 모아디자인연구소가 국내 반려동물 시장에 선순환을 가져다줄 수 있으면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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