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인 15일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성폭력 가해 교수 파면 촉구, 대학 내 성폭력 근절을 위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스승의 날’인 15일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성폭력 가해 교수 파면 촉구, 대학 내 성폭력 근절을 위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대학생들, 스승의날 맞아

성폭력 가해 교수 파면

대학 내 성폭력 근절 촉구

“성폭력 가해 교수들, 당신에게 줄 카네이션은 없다! 대학 당국은 성폭력 가해 교수 파면하라! 성폭력을 묵인 방조하는 2차가해를 중단하라!” 

15일 스승의날, 대학생들이 ‘성폭력 가해 교수 파면 촉구와 대학 내 성폭력 근절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가해 교수 파면이 스승의날의 의미를 회복하는 것”이라며, 가해 교수 이름이 적힌 카네이션 판넬을 찢는 퍼포먼스도 벌였다. 

‘3.8 대학생 공동행동’ 등 대학생 단체 대표로 나온 12명은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소속 대학 내 성폭력 사건과 이후 학내 상황을 공유하고, 교육 당국의 엄정한 대응을 촉구했다. 

 

‘스승의 날’인 15일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성폭력 가해 교수 파면 촉구, 대학 내 성폭력 근절을 위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스승의 날’인 15일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성폭력 가해 교수 파면 촉구, 대학 내 성폭력 근절을 위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서울대 사회학과 H교수의 성희롱·성추행·인건비 횡령 파문

서울대에선 사회학과 H교수가 2010년부터 대학원 지도학생, 학부생, 학과 조교 등을 상대로 너는 좀 맞아야 한다”, “남자 없이 못사는 여자가 있다는 데 제가 딱 그 케이스다” 등 폭언과 성희롱·성추행, 인건비 횡령 등을 저질러 구설에 올랐다. 지난해 학내 폭로로 드러난 내용이다. H교수는 지난 1일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았다. 성낙인 서울대 총장은 “처분이 가볍다”며 직접 재심의를 요청했다. 사회학과 학생들은 ‘솜방망이 처벌’에 항의해 동맹 휴업을 선포했다. 

하일지 동덕여대 교수의 성추행·혐오 발언 파문

동덕여대에선 하일지(본명 임종주) 문예창작과 교수가 성추행, 성희롱 발언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지난 3월 강의 중 ‘미투’ 비하 발언을 해 파문을 빚었다. 이외에도 하 교수가 강의실에서 “여자애들은 (성적) 경험이 없을수록 글이 별로다”, “장애인은 성관계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해야 한다” 등 혐오발언을 했고, 2년 전 동덕여대 재학생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학생회는 지난 3월 비판 성명서를 내고 하 교수에게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하 교수는 기자회견을 열고 “미투라는 이름으로 무례하고 비이성적인 공격을 받게 됐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으나, 학교 측은 “진상조사 후 규정대로 엄정 조치하겠다”며 사표 수리를 보류했다. 하 교수는 지난달 피해 주장 학생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연세대 문과대 A교수의 상습 성희롱 파문

지난해 말 연세대에선 문과대 A교수가 제자들을 지속적으로 성희롱했다는 피해 학생들의 폭로가 나왔다. “A교수가 강의 조모임 구성을 위해 여학생들을 강단 앞으로 불러내 남학생들에게 ‘이상형을 골라 보라’고 하고, 강의 뒷풀이에서 “술자리에 여자가 없으면 칙칙하다”며 여학생들을 남학생들이 앉은 테이블에 한 명씩 앉히는 등 수차례 성희롱을 저질렀다” 등의 내용이었다. 이들은 “약 1년간 학과 간담회, 입장문, 교내 윤리인권위원회 등을 통해 문제를 제기하고 사과를 요구했지만 묵살당했다”고 주장했다. A교수는 지난 2월 ‘2018년 말까지 성희롱 예방교육 10시간 이수’ 징계를 받았다. 피해자들은 ‘불충분한 처벌’이라며 반발했고, 그간 대학 측의 사건 묵인·방치로 2차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최근 연세대 총여학생회는 2월부터 재학생·동문들과 함께 이 사건 해결을 촉구하는 연서명에 나섰다.

성균관대 학과장 출신 이모 교수·유모 교수 등 성희롱·성추행 파문

성균관대에서도 교수들의 성폭력 폭로가 이어졌다. 지난 3월 성신여대 서비스디자인공학과 유모 교수가 학생들을 오랫동안 성추행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문화융합대학원장을 지낸 이모 교수가 남정숙 전 성균관대 교수와 제자들을 상대로 수년간 성추행과 성희롱을 저지른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다. 남 전 교수와 피해 학생들은 2015년 이러한 사실을 폭로하는 투서를 냈다. 이 교수는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았고, 지난 1월 남 전 교수에 대한 강제추행·성희롱 혐의로 벌금형을 받았다. 그러나 성균관대의 대응은 2차 피해를 낳았다. 남 전 교수에게 ‘학교의 명예를 훼손하고 교수의 품위 유지를 위반했다’고 지적했고, 비정규직 교원(대우 전임교수)이었던 그와의 계약을 연장하지 않아 성균관대를 떠나게 만들었다. ‘미투’ 운동 이후로 다시 알려지면서 성균관대 재학생들을 중심으로 피해자들을 지지하는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이화여대 미대 K교수·음대 S교수 성희롱·성추행 파문

지난 3월 이화여대에서는 조형예술대학 K교수와 음악대학 관현악과 S교수가 학생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K교수가 2005년부터 학과 MT, 자신의 작업실 등에서 학생들에게 자신의 종아리를 주무르게 하는 등 지속적으로 성추행·성희롱했고, 자신의 지인이자 유명 예술가들을 상대로 학생들이 술자리 접대를 하도록 부추겼으며, 학생들이 성추행을 당하는 것을 알면서도 방조했다는 내용이었다. S교수는 지도교수로 부임한 이후 수십년간 학생들의 외모평가 발언 등 성희롱을 일삼았고, ‘건강상의 이유’ ‘자세교정’ ‘악기지도’ 등을 빌미로 학생의 몸을 만지거나 상의에 손을 넣어 브래지어 끊을 조절하는 등 성추행을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달 말 이화여대 재학생 등 2800여 명은 가해자로 지목된 교수들의 파면을 요구하는 시위를 열었다. 이대 성희롱심의위원회는 조사 결과 이들의 혐의는 사실이라며 지난달과 이달 초 K교수와 S교수에게 파면을 권고했다. 아직 확정된 징계 사항은 없다. 

 

‘스승의 날’인 15일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성폭력 가해 교수 파면 촉구, 대학 내 성폭력 근절을 위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스승의 날’인 15일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성폭력 가해 교수 파면 촉구, 대학 내 성폭력 근절을 위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교수 성폭력 폭로 쏟아져도 징계는 없다”

“성폭력 폭로가 쏟아져도 징계는 없다. 대학의 문제 해결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이날 기자회견을 연 대학생들은 입을 모았다. “징계를 받고 돌아온 교수에 의한 2차 가해와 묵인 동조도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H교수를 포함해 모든 성폭력 가해 교수는 파면돼야 한다. 그들은 스승의날 카네이션을 받을 자격이 없다. 파렴치한 일을 저지른 자들이 무슨 스승인가.” (신재용 서울대 총학생회장)

“교수의 성폭력이 공론화된 지 반년이 흘렀지만, 연대 본부는 학생이 실감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학생의 교육권을 보장하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는 학교는 더는 안전한 공간이 아니다.”(수빈 연세대 부총여학생회장)

“미투 운동 이후로도 대학의 변화와 각성은 일어나지 않았다. 미투 운동은 ‘평화로운 교정을 해치는 일’로 여겨졌고, 학교 측은 피해자들을 지지하는 대자보를 다 떼어냈으며 숱한 2차 가해를 방조했다.” (함수민 성균관대 문과대 여학생위원장·위드유 특별위원회) 

“학교 측의 진상조사는 폭로 후 약 한 달 후 시작됐다. 학교는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 응해 모든 자료를 제출했지만, 피해자에겐 연락하지 않았다. 가해자의 사표 수리를 보류했고 2차피해도 막지 못했다. 가해자의 ‘역고소’에 시달리는 피해자를 위한 법률·심리 지원도 없었다.” (문아영 동덕여대 H교수 성폭력 비상대책위원회)

“대학 본부가 신속하고 엄정한 대응을 약속했지만 가해 교수는 두 달째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않고 있다. 대학은 피해자가 안전히 돌아올 수 있는 공동체가 아니라 가해자 안전한 공동체를 표방하는 것인가?”(김혜린 이대 동아리연합회장)

 

‘스승의 날’인 15일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성폭력 가해 교수 파면 촉구, 대학 내 성폭력 근절을 위한 기자회견’이 열려 관계자가 교육부 장관 면담요청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스승의 날’인 15일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성폭력 가해 교수 파면 촉구, 대학 내 성폭력 근절을 위한 기자회견’이 열려 관계자가 교육부 장관 면담요청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학생들은 교육부와 대학 당국에 △성폭력 가해 교수 파면 △성폭력 묵인·방조 등 2차가해 중단 △가해자가 피해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는 문제 해결 △성폭력 사건 해결 과정에 학생 참여 보장 등을 촉구했다. 

“곳곳에서 교수들의 성폭력 폭로가 이어졌다. 이는 몇몇 괴물의 문제가 아니다. 공고한 젠더권력 구조와 교수의 권력에서 비롯된 문제다. 우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김혜린 이대 동아리연합회장) “오늘 우리의 문제 제기가 모든 젠더폭력에 대한 성찰로 나아갈 때까지 멈추지 않겠다. 여성을 지워온 학교 당국은 바뀌어야 한다. 그 전까지 당신들에게 줄 카네이션은 없다. 우리는 ‘미투’가 혁명을 만들 시작이라고 믿는다.” (함수민 성균관대 문과대 여학생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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