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지방선거가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이정실 여성신문
6.13지방선거가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이정실 여성신문

지방선거 국면, 여성 후보자의 홍보 전략

성역할 고정관념 강화, 희생담론과 모성신화 극복돼야

후보자가 결정되었고 공식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됐다. 미투(#Metoo)운동의 확산으로 여성의 정치세력화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여성후보자의 증가를 기대했지만 후보자의 성별 불균형은 여전해서 아쉬움이 크다. 여성후보자는 2349명으로 전체의 25.1%를 차지했지만 광역단체장이 전체 71명 중 6명으로 8.5%, 기초단체장이 전체 755명 중 35명으로 4.6%에 불과했다. 지역구만 본다면 여성후보자는 광역의회가 14.6%, 기초의회도 18.7%로 정치권 유리천장과 기울어진 운동장의 공고함을 여실히 드러냈다. 그러나 이제 남은 기간 동안 여성후보자들은 당선을 목표로 선거 전략을 짜고 선거운동을 해야 한다.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는 이미지를 만들고 홍보물을 배포하면서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고자 한다. 선거공보는 후보자의 선거운동캠프에서 당선을 위해 가장 공들여 제작하는 홍보물이다. 선거공보에는 후보자가 알리고자 하는 메시지가 압축적인 형태로 표현된다.

지방선거에 나타난 여성후보자의 홍보전략을 살펴보면 성별 차이와 특성을 강조하는 젠더전략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여성이 지닌 모성과 살림꾼 이미지, 섬세함과 따뜻함 등 여성성을 강점으로 부각시키는 전략으로 이를 통해 ‘여성후보자는 생활정치에 강하다’는 논리를 사용하는 편이다.

필자는 2014년 광역시·도의회 지역구로 당선된 여성의원 57명의 선거공보를 검토한 바 있는데 68.4%(39명)의 여성의원이 젠더전략을 사용했다. 정당별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는데 당시 새누리당이 24명 중 83.3%(20명), 새정치민주연합은 33명 중 57.6%(19명)가 젠더전략을 제시하고 있어 보수적인 당에서 상대적으로 많았다. 또한 비수도권이 28명 중에서 82.1%(23명), 수도권은 29명 중 55.2%(16명)가 젠더전략을 사용하여 비수도권 지역에서 많았다.

젠더전략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여성을 호명함으로써 여성성의 긍정적 이미지를 가져오고자 했고 여성적 특성을 강조하거나 여성의제 실현의 적임자 등을 내세웠다. 여성 호명에서는 엄마(어머니)가 가장 많이 등장했으며, 그 외 (맏)(큰)며느리·아내·딸·아줌마·학부모·맏언니·여장부·여성 등이 있었다.

특히 “가족을 사랑하는 애틋한 ‘엄마의 마음’을 담아 주민감동 서비스를 실천하겠습니다.”, “시민의 행복, 도민의 건강, 국민의 안전, 엄마의 마음으로 일하겠습니다” 등 ‘엄마(어머니)’를 강조하는 모성정치 젠더전략이 많았다. 그 외에는 “여성의 섬세함으로 주민의 삶의 질 향상”, “여성의 따뜻한 마음으로 손에 잡히는 생활정치, 더 따뜻한 지역복지” 등 여성적 특성이라 할 수 있는 꼼꼼함(세심함), 따뜻함(부드러움)을 강조하는 것이 많았으며 청렴성을 강조하는 것도 있었다.

젠더전략은 남성중심의 정치영역에서 여성의 목소리를 드러내고 새로움을 강조하기 위해 성별 차이를 긍정적으로 사용하는 전략이라고 할 수 있는데 중앙정치보다는 생활정치가 좀 더 강조되는 지방선거의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희생하고 봉사하는 마음으로 지역살림을 맡겠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것을 꼭 ‘엄마의 마음’으로 연결시켜야 하나 의문이 든다. 희생과 봉사를 생물학적인 여성성과 연결시킴으로써 성역할 고정관념을 강화시키는 측면이 있으며 완벽한 엄마(어머니)상과 그 이름으로 재생산되는 희생담론과 모성신화는 극복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이러한 젠더전략이 실제적으로 유권자의 지지를 가져오는데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여성의원의 중앙정치 진출, 여성의원의 복합적인 정체성, 여성의원의 다양한 의정활동 관심 등과 관련하여 볼 때 젠더전략이 앞으로도 계속 적절한 홍보전략인지는 여성 정치세력화의 방향과 과제와 관련하여 신중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번 여성 후보자의 선거공보에서는 ‘엄마 리더십’을 넘어서고 여성후보자의 당선이 지연되는 여성문제의 의제화와 정책적 해결, 정치권 ‘새판짜기’를 위해 꼭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좀 더 새로운 메시지와 공약 제시, 홍보전략이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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