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은빈 알디프 대표 

뷰티 브랜드 매니저 경험 살려 

티&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창업 

블렌딩 티는 과학과 예술의 조화

다양성·존엄성 목표로 성장할 것 

 

이은빈 알디프 대표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이은빈 알디프 대표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화장품 브랜딩과 제품 개발을 쭉 해오다가, 회사를 그만둔 뒤 평소 좋아하던 차를 배웠다. 그러다가 티 소믈리에가 되고, 결국엔 티 전문 브랜드 ‘알디프’(ALTDIF)를 만들었다. 화장품과 차를 좋아하는 만큼 향과 맛에 예민한 그는 다양한 블렌딩티를 제조해 판매한다. ‘경화수월’ ‘나랑 갈래’ 등 맛부터 향 그리고 네이밍까지 어느 것 하나 평범한 것이 없다.  

알디프(ALTDIF)의 A는 아트(art), L은 라이프(life), T는 차(tea)의 앞 글자에서 따 왔다. DIF는 존엄성(dignity), 다양성(difference) 등을 의미한다. 평소 좋아하는 소설인 ‘데미안’의 유명한 구절에서 따 온 앞글자다. 이은빈 알디프 대표는 “알의 껍질을 깨뜨리는 작은 행동이 곧 세계의 변화가 되듯, 알디프는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는 제품과 사소한 행동을 통해 존엄성과 다양성이 있는 삶으로의 변화를 꿈꾸는 티&라이프스타일 브랜드”라고 설명했다.

알디프의 대표 제품은 핸드메이드 케이스에 개별 티백을 포장한 ‘트라이앵글 티백’이다. 블렌딩티마다 차의 맛과 향기를 떠오르게 하는 상황 설명이나 메인곡도 포함돼 색다른 의미를 더한다. 이 대표는 현재 이태원에서 작은 카페(Tea Bar)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직접 블렌딩한 차를 코스 메뉴로 선보인다. 서울 글래드라이브강남에선 두 달 동안 팝업 스토어 형태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현재 디자이너와 매장 관리자 등 4명의 직원을 두고 있으며, 작년 기준 연매출 2억원을 기록했다.

-창업을 결심한 이유가 무엇인가.

2016년 10월 공식 론칭 한지 1년 반이 흘렀다. 중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에 돌아와 대기업에 취직해 5년을 일했다. 졸업 후 24살에 바로 취업해 쉴 새 없이 달려와 보니 어느새 30대가 코앞이더라. 그만두기 전 중국에 주재원으로 가 있었는데 끊임없는 업무와 바뀌지 않는 구조에 회의감을 느꼈다. 퇴사를 결심했고 1년간 휴식기를 가졌다. 평소 좋아하던 책, 공연, 영화를 실컷 봤다. 특히 차를 많이 마셨다. 그때 관련 자격증을 따고 차를 전문적으로 배웠다. 당시 사귀던 남자친구가 스타트업에 다니고 있었는데 자연스레 창업을 권하더라. 소비적이지 않으면서 사람들에게 위안을 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화장품 브랜드 매니저로 일한 경험도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블루오션이라 선도적으로 뛰어 들면 가능성이 있겠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대기업에서의 경험이 영향을 미쳤나.

대기업은 보통 탑다운(Top-Down) 구조라고 생각하는데, 내가 일한 곳은 안 그랬다. 브랜드 담당자가 직접 책임, 권한을 지고 팀장과 일대일로 소통하는 수평적인 구조였다. 그렇다 보니 프로젝트를 몇 번만 맡아도 일이 금방 늘었다. 브랜드 매니저는 마케팅부터 브랜딩, 제품개발, 시장조사, 전략 모든 걸 맡아 진행한다. 또 끊임없이 새로운 트렌드를 찾아야 한다. 스타트업과 공통점이 있는 셈이다. 승진이 빨리 된 편이라 중국에서는 마케팅 총괄로 일했다. 사실 뭘 해도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찬 상태였다.

-알디프는 단순한 티 브랜드가 아닌 ‘티&라이프스타일’ 브랜드다.

차를 마시는 사람들에게 라이프스타일 자체를 제안하는 기업이 되고 싶었다. 차를 통해 기호와 취향을 나타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전에는 ‘소유’로 자신의 정체성을 과시했다면, 요즘은 점점 자신의 ‘경험’으로 정체성을 표현한다. 소비 패턴도 바뀌고 있다. 일본과 미국에선 소비가 ‘투표’라고 말할 만큼 중요하게 여겨진다. 한국에서도 점점 그런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블렌딩티를 판매하고 있다.

티 블렌딩은 예술과 과학의 경계라고 이야기한다. 각 원료의 성질이 맞아야 하기 때문에 맛이 우러나는 건 과학의 영역이다. 떠오른 이미지를 캐치하는 건 예술의 영역이다. 화장품과 티 제조는 사실 굉장히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 그래서인지 티를 만들기 위해 향을 조합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너무 설레고 너무 재밌다. 먼저 이미지를 떠올리고 그 비율을 생각해 원료 수급을 한 뒤 티백 만들어주는 회사에 찾아가 샘플을 만들어달라고 한다. 그 후 블렌딩 비율을 맞춰본다.

 

알디프 티 퍼퓸 ⓒ알디프
알디프 티 퍼퓸 ⓒ알디프

-차에 익숙하지 않은 2030 여성을 공략한 점이 독특하다.

2030 여성들의 식습관 자체가 많이 바뀌고 있다. 한식보단 디저트와 커피를 먹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 되어 버렸다. 새로운 것을 접하는 데 두려움이 없는 세대다. 자신의 좋은 경험을 널리 알리기 때문에 바이럴이 잘 되는 특징도 있다.

-유명 커피 전문점도 국내 차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아마 프리미엄 티 시장은 성장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다. 티 우리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한국 사람들의 급한 성향과는 잘 맞지 않는 면이 있다. 규제도 문제다. 현재 홍차의 관세가 40%다. 국산 전통 차는 원가가 높다. 2015년도 자료 조사했을 때 국내 차 시장 규모가 2000억 정도였다. 이마저도 경계를 어디까지 잡아야 하는지 정확하지 않다.

-창업하면서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경영과 투자 부문이 가장 어렵다. 창업 당시 중소기업진흥공단 청년창업사관학교로부터 도움을 받았다. 1억5000만원 정도의 지원금을 받았는데 이후 지원이 끊기니 투자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 다행히 지인이 좋은 투자자를 연결해줘 해결할 수 있었다. 들쑥날쑥한 매출도 고민이다. 크라우드펀딩할 땐 매출이 확 오르는데 평상시는 그렇지 않다. 작년 하반기부턴 안정적으로 매출이 나오고 있지만,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앞으로의 목표는

다양한 분야에서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하면서 우리의 철학을 지켜나가고 싶다. 사회의 ‘다양성’과 개인의 삶의 ‘존엄성’이라는 우리의 목표를 지키면서 돈도 벌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장기적인 목표다. 또, 티 외에도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할 수 있는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다. 티 퍼퓸부터 시작해 다양한 제품군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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