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이 시려서 양말을 신지 않으면 잠을 잘 수가 없어요.” “옷을 아무리 껴 입어도 몸에 바람이 든 것 같이 떨려요.”

겨울이 다가오면서 수족냉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의 하소연이다.

42세의 이모씨(동작구 신대방동)는 20대 후반에 아이를 출산한 후부터 손발이 차고 발끝과 무릎, 허리가 시려왔다. 이게 병인가 싶어 그냥 참았는데 최근에는 어깨가 뻐근해지고 두통까지 생겨 잠을 쉽게 이룰 수가 없었다.

최근 병원에서 그는 수족냉증이란 진단을 받았다. 수족냉증은 체온, 소화, 심장박동 등 자율신경계의 이상이 나타나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못할 때 나타난다. 또 혈관운동신경과 관계깊은 여성호르몬 등 내분비 이상이 있을 때도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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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외선체열영상진단법’을 이용해 수족냉증 정도를 측정할 수 있다. 사진은 수족냉증이 심한 40대 여성의 사진이다. 손과 발이 가장 낮은 온도인 검은색으로 나타나 증상이 심함을 보여준다. <사진제공·경희의료원>

경희강남병원 이경섭(한방부인과) 원장은 “난소호르몬의 분비가 불규칙할 때 뿐 아니라 갑상선 기능 저하, 골반 내 염증, 성호르몬 부족, 빈혈, 저혈압 등이 있을 때도 냉증이 올 수 있다”며 “냉증을 대수롭지 않은 질병으로 여기고 방치해두면 다른 병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남성에게도 냉증이 생길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여성에게 발병율이 높고 연령적으로 보면 19세 이하의 사춘기와 40대 중반 이후의 갱년기 여성들에게서 호르몬의 균형이 깨지면서 많이 나타난다고 한다. 또 출산후 산후조리에 실패했을 때, 갱년기, 유산 후, 냉방장치가 된 환경에 오랫동안 노출된 여성들에게도 냉증이 많이 나타난다.

수족냉증, 뜸·침·한약 등으로 치료가능

적외선체열법으로 몸의 온도 측정해 진찰

냉증의 증상은 처음에 손발, 발끝이 차고 무릎이나 허리가 시린 것에서 나타난다. 또 아주 심해지면 몸에서 찬바람이 나오는 듯한 느낌이 계속 들고, 팔다리가 차고 몸에서 땀이 나오기도 한다.

냉증이 동반하는 증상 중 대표적인 것은 머리가 아프고 어깨가 뻐근하며 허리가 아픈 것이다. 또 불면증이 나타나거나, 수면중에 자주 소변이 마려운 것, 복통, 불임, 월경불순, 침이 자꾸 고이는 것, 얼굴이 뜨거운 것 등의 증상 중 일부가 나타날 수도 있다.

이경섭 원장은 “신경통, 류머티즘, 고혈압 등이 있는 사람은 냉증과 함께 동반 증상이 나타날 경우 더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병원에서 이용하는 대표적 치료법은 한약, 침, 뜸, 부항치료 등이 있고 적외선이나 전기자극 등도 혈액순환 개선에 이용한다. 환자의 증상과 냉한부위 정도에 따라 치료를 하고 있다.

최근엔 일부 병원을 중심으로 ‘적외선체열영상진단법’을 이용하고 있다. 컴퓨터를 통해 인체 피부의 체온을 다양한 색상으로 표현해서 어느 부위의 온도가 가장 차가운지 체열변화를 진단하는 검사방법이다. 이 검사를 통해 보면 평균적으로 손의 냉증은 어깨부위와의 온도 차이가 1.5。C 이상, 발의 냉증은 무릎부위와의 온도차이가 1.0。C 이상 차이가 난다고 한다.

경희의료원 조정훈(한방부인과) 전문의는 “냉증의 경우 오랫동안 방치한 사람일수록 치료기간 역시 길다”고 주의를 준다. 심할 경우에는 레이노증후군이나 교원병 등의 원인이 될 수도 있으므로 손발이 시린 냉증이 지속되면 치료를 생각해봐야 한다.

이최 현주 기자 nora01@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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