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희애 ⓒYG엔터테인먼트
배우 김희애 ⓒYG엔터테인먼트

배우 김희애가 영화 ‘허스토리’(감독 민규동) 출연 제의를 받고 난 뒤 느꼈던 소감을 말했다.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서 그는 “(‘위안부’ 피해) 할머님들은 약자 중의 약자셨고, 나이도 드셨고, 힘든 경험도 하셨다. 그런 분들이 든든한 배경도 없이 일본 재판장 앞에서 당당하게 말씀하시는 모습이 제 마음을 움직였다. 감동적이었다”고 작품에 임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이어 그는 “제가 할머님들을 위해 이 영화를 해야겠다는 사명감은 없었다”면서도 “한 여성이 할머님들을 도와드리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고 전했다.

‘허스토리’는 일본군‘위안부’ 및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 10명이 1992년부터 1998년까지 6년간 일본 시모노세키와 부산을 오가며 일본 정부를 상대로 법정투쟁을 벌인 ‘관부재판’을 소재로 한 영화다. 이번 영화에서 김희애는 할머니들의 재판을 돕는 원고단 단장 ‘문정숙’으로 분해 연기 변신을 펼쳤다.

‘위안부’ 피해자들의 실제 이야기를 토대로 한 작품에 임하는 그의 마음은 어땠을까. 김희애는 “할머님들이 고군분투하는 모습, 그 이후의 세월 그리고 문정숙이란 인물이 할머님들을 돕는 모습이 마음에 와 닿아 작품에 참여하게 됐다. 그런데 하고 보니 제가 몰랐던 역사도 알게 됐다”며 “‘내가 너무 무지했구나’라는 반성도 하게 되더라. 그래서 진심을 다해서 연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제가 연기한 분은) 그 시대에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음에도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용기를 내지 않았나. 오히려 제가 (연기를 하며) 그분들에게 더 용기를 받고 이 영화를 통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는 알게 모르게 부담감을 느꼈다고도 했다. “마지막 촬영이 끝난 날 막 울었던 기억이 나요. 저도 오랫동안 (배우) 일을 해서 별로 운 적이 없는데, 그렇게 울었던 건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촬영을 잘 마치고 화장을 지우러 갔는데, 기쁨인지 슬픔인지 영문 모를 눈물이 막 나더라고요. ‘이건 뭐지?’ 싶었어요.”

그는 법정에서 할머니들의 피해 증언을 일본어로 번역하는 장면을 찍을 당시 “정신 바짝 차리고 하자고 생각했다”며 “역사적으로도 사실이었고 제가 연기한 분은 실존해 계시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민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최대한 진심을 갖고 하자는 마음이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작품에서 배우 김해숙은 ‘위안부’ 피해를 겪고 모진 인생을 버티며 살아가다 극적으로 재판에 참여하게 되는 원고 ‘배정길’을 맡았다. 배정길과 함께 일본 정부에 맞서는 원고단 ‘박순녀’, ‘서귀순’, ‘이옥주’는 예수정, 문숙, 이용녀가 연기해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또 할머니들의 무료변론을 맡은 재일교포 변호사 ‘이상일’ 역의 김준한을 비롯해 김선영, 이유영 등이 힘을 보탰다. 영화는 오는 27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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