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공방 통해 문제제기와

음모론 기반한 부인 반복되면

2차 피해는 더욱 커질 것이다

 

이재명 경기지사 당선자 관련 이른바 ‘스캔들’을 접했을 때 이런 생각을 했다. “언제까지 한국사회가 개인 능력이 아닌 사생활로써 사람을 판단할 것인가?” 물론 정치지도자에게는 일반대중보다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 하지만 사생활을 ‘불륜’ 프레임으로 재단하면서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시도가 더 이상 먹히지 않는 사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굳이 남의 사생활에 돌을 던지고 싶다면, 그 전에 수많은 모텔과 호텔의 영업이익을 만들어주는 자신의 생활을 돌아보는 것이 우선일 듯하다.

그런데 이제 단순한 사생활 이슈가 젠더폭력의 2차 피해로 번지는 양상이다. 두 사람 사이를 들여다 볼 수 없는 상황에서 이런 글을 쓸 경우, 혹시라도 없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가능성 때문에 많이 망설였다. 더군다나 이제 당사자는 길거리에서 나한테 적극적으로 악수를 청하는 후보가 아니라 막강한 권력과 자원을 가진 자가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한국사회에서 작동하고 있는 집단지성의 움직임을 볼 때 지금 침묵한다면 나중에 비겁한 사람으로서 후회할 것 같다. 그래서 감히 문제제기를 해본다.

일단 문제제기의 전제는, “이재명 당선자와 김부선씨 사이에 사귐의 시간이 있었다”는 주장을 인정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일면식도 없는 공지영씨의 문제제기, 김부선씨의 TV 인터뷰, 언론의 흐름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다. 개인적 관계에서의 사귐을 이 당선자는 이번에 김부선씨 관련 이야기가 나왔을 때, 그냥 솔직히 인정했으면 됐다. 이제 우리 대중 상당수는 사생활을 정치적 스캔들과 구분해서 받아들일 정도 인식 변화는 했다. “지금까지 이런저런 이유로 인정하기 어려웠지만, 사실 이런 일이 있었다…” 그 다음에 사과를 하든, 김부선씨 개인과의 관계를 어떤 식으로 재설정하든 그건 당사자 간 일이다. 그랬다면 선거 결과보다 더 많은 지지표를 받았을 지 모른다. 그런데 부인으로써 일관했을 뿐 아니라 개인적 문제제기를 정치적 음모론으로 포장해서 되받아쳤다.

워낙 음모가 난무하는 정치판을 볼 수 있는 한국사회에서 일단 문제부터 던져보는 음모론자들이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기도 하다. 제기한 여러 음모론 중 큰 것 한 두개만 확인돼도 나머지는 상관없는 세상이다. 문제제기 당사자는 여전히 대중의 사랑을 받으며 자리를 지킬 수 있다. 음모론 프레임 안에서 진영 구분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내 편을 지키기 위해서는 미러링으로서 음모론 자체도 수단으로서 정당성을 갖는다.

그러나 음모론을 제기하는 순간 이 당선자는 개인 사생활 문제를 #미투 운동으로 만들고 말았다. 대중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모르겠지만, 김부선씨를 이른바 ‘꽃뱀’으로 만드는 결과를 가져왔다. 아니면 최소한 남자를 이용해 유명세를 타려는 부도덕한 여자 구도를 만들었다. 성폭력 피해자가 갖는 전형적인 2차 피해 양상이다. 앞으로 법정 공방을 통해 문제제기와 음모론에 기반한 부인 양상이 반복된다면 김부선씨가 경험하는 2차 피해 양상은 더욱 커질 것이다. 반면, 숨죽이면서 #미투 운동이 잠잠해지길(?)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이 보내는 유형·무형의 지원을 이 당선자는 받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한국사회의 모습에서 어떤 희망을 볼 수 있을까?

너무 순진한 생각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김부선씨 상황을 진심으로 헤아리는 입장 표명을 하길 바란다. 그러면 #미투 운동으로 가버린 상황을 개인 사생활 문제로 되돌릴 수도 있을 것이다. 설혹 선거법 위반 관련 법정공방이 이어진다 하더라도 정상 참작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면 도지사 이재명으로서 능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지 않을까? 선택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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