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뮤지컬 관객들이 지난 2월 25일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연극뮤지컬관객 #With_You 집회를 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연극·뮤지컬 관객들이 지난 2월 25일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연극뮤지컬관객 #With_You 집회를 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특조단 100일 운영 종료

36건 조사 5건은 인권위 진정 사건 처리 

문화예술인·대학생 6만여명 설문조사해보니

“성폭력 가볍게 여기는 문화예술계 분위기”

“프리랜서·임시직 보호할 법‧제도 부재” 지적

특조단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전담기구 설치

예술가의지위및권리보호에관한법률 제정 등 필요”

 

문화예술계에 종사하는 여성의 절반 이상이 “성희롱·성폭력을 직접 경험한 적이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문화예술계 내에서 성희롱·성폭력이 발생하는 이유로는 ‘성희롱·성폭력을 가볍게 여기는 문화예술계 특유의 분위기’, ‘프리랜서 또는 임시직 등으로 활동하는 문화예술인을 성희롱·성폭력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법·제도 부재’ 등을 많이 꼽혔다. 해결책으로는 ‘프리랜서 또는 임시직 등으로 활동하는 문화예술인을 보호할 수 있는 법률 정비’, ‘성희롱·성폭력 행위자에 대한 공공기관 등 채용 제한’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이성호)와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도종환)가 공동 구성·운영한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특별조사단(단장 조영선)’이 19일 오전 11시 인권위에서 특조단 운영 결과와 문화예술인 대상 설문조사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인권위와 문체부는 미투(#MeToo)운동 등을 통해 폭로된 성희롱·성폭력 사건 조사를 위해 지난 3월 12일부터 100일간 한시적으로 특조단을 운영해왔다. 특조단은 △여성가족부 산하 ‘문화예술계 특별신고·상담센터’로 접수된 175건 피해사례 중 피해자가 조사를 요청·인계한 30건 △특별조사단으로 직접 접수된 6건 등 총 36건을 조사했다. 이 중 5건은 인권위 진정사건으로 처리 중이다. 구제조치 권고 2건, 조정 1건, 조사 중 해결 1건, 조사 중 1건 등이다. 나머지 31건은 수사 등 필요한 조처를 하도록 연계(11건)했고, 그밖에 시효가 완성된 사건(9건)과 피해자가 조사를 원하지 않거나 피해자를 특정할 수 없는 사건(11건)은 피해자 인터뷰와 기초조사 후 종결했다.

주요 신고사건 중 ‘A대 교수에 의한 학생 성추행 건’은 검찰에 가해자에 대한 수사 의뢰, A대에 가해자 징계와 전 대학 구성원 대상 성희롱 예방 교육·구제 조처 등을 권고했다.

‘영화배급사 이사의 직원 성추행 건’은 가해자에게 손해배상과 특별인권교육을, 사업주에게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권고했다.

‘예술계 B대학의 교내 성희롱 성폭력 건’의 경우는 대학 측의 재발방지 대책 미흡으로 관련 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판단, 관리 감독기관에 감사를 의뢰했다.

특조단은 40여 개 문화예술 기관·단체와의 간담회, 전문가 간담회, 토론회도 진행했다. 또 24개 기관·단체 소속 문화예술인과 예술대 재학생 4380명(총 6만4911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해, 분석 결과와 제도 개선방안을 도출했다.

설문조사 결과, 여성응답자 2478명 중 57.5%(1429명)가 “성희롱·성폭력을 직접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남성 응답자는 1240명 중 84명(6.8%)이 성희롱·성폭력을 직접 겪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피해가 발생한 분야를 보면 연극 52.4% (412명/787명), 연예 52% (39명/75명), 전통예술 42.7% (82명/192명), 만화·웹툰 42.7% (60명/186명), 영화 42.4% (207명/488명), 미술 41.6% (294명/707명), 음악 33.2%(165명/497명), 문학 26.1%(101명/387명), 무용 25.3%(43명/170명) 순으로 응답률이 높았다.

고용 형태별로 보면, 프리랜서 44.7% (1173명/2624명), 계약직 34.7% (132명/380명), 정규직 27.1%(76명/280명)가‘성희롱·성폭력을 직접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문화예술계 내 성희롱·성폭력이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성희롱·성폭력을 가볍게 여기는 문화예술계 특유의 분위기’(64.7%), ‘성희롱·성폭력에 대한 인식부족’(54.9%),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피해자의 권익을 대변할 공적 조직 미비’( 44.5%) 등 순으로 답변율이 높았다.

성희롱·성폭력 근절을 위해 필요한 조치로 ‘프리랜서 등으로 활동하는 문화예술인을 보호할 법률 정비’(68.2%), ‘가해자에 대한 공공기관 등 채용 제한’(60.4%), ‘국가보조금 지원 제한’(56.2%),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전담기구 설치 필요’(51.9%) 등이 높게 꼽혔다.

특조단은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근절을 위한 정책 과제로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전담기구 설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예술가의 지위 및 권리보호에 관한 법률 제정 △성희롱·성폭력 행위자에 대한 공적지원 배제를 위한 법령 등 정비 △성희롱 등 예방조치가 포함된 표준계약서 마련 및 보조금 지원 시 표준계약서 의무화 정책 등을 제시했다.

또 문화예술계 대학 내 성희롱·성폭력 근절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으로 △성희롱·성폭력 고충처리시스템 정비 및 피해자 보호시스템 강화 △성희롱·성폭력 예방지침 및 매뉴얼 마련·보급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 실시 및 현장점검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봤다.

한편 문체부는 특조단이 발표한 문화예술계 정책 과제와 개선 사항을 검토해 성희롱·성폭력 예방대책에 반영, 추진하는 한편, 분야별 신고상담창구를 운영할 계획이다. 인권위는 대학 내 성희롱·성폭력 근절을 위해 관계기관인 교육부와 여성가족부의 관련 정책을 모니터링해 향후 정책권고와 의견표명을 검토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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