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지난 4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긴급 공직기강 점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지난 4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긴급 공직기강 점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9일 “여성들이 행동거지·말 조심해야”

“(피해자를) 조용히 불러 예방해야지

사후 처리는 중요하지 않아” 등 발언 파문

“부적절한 발언에 유감” 해명했으나

SNS선 송 장관 해임 요구 빗발쳐

군 내 성폭력 사건이 계속되는 가운데,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성폭력은 여성 탓’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분노한 여성들은 송 장관 해임을 요구하고 있다.

송 장관은 9일 서울 용산구 육군회관에서 각 군의 성희롱·성폭력 피해 상담과 예방활동을 맡는 성(性) 고충 전문 상담관 11명과 간담회를 했다. 여러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송 장관은 “여군들을 대상으로 회식을 일정 시간 이후에는 참석하지 못하게 하는 규정을 만들려고 했지만, 양성평등에 어긋난다고 해서 그만뒀다”며 “여성(여군)들이 행동거지라든지 말하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아내가) 딸에게 택시를 타는 것이나 남자와 데이트하는 데 대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라고 간섭한다. ‘대학원 나온 애에게 왜 그러냐’고 했더니 아내가 ‘여자들 일생은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 게 많다’고 답했다. 이걸 깨닫게 해줘야 한다. 요즘 신세대 장병들은 남녀가 똑같은 것 아니냐고 항변하는 경우가 있다”라고 말했다. 

성고충 전문 상담관에게 “애(상담자)가 좀 그런 면(성폭력 피해)이 있다고 하면 조용히 불러서 사전 예방 교육으로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지, 사고 나서 뒤처리 이것은 중요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을 두고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성폭력을 당하더라도 피해를 알리지 말고 조용히 처리하라는 것이냐’라는 비판 여론이 일었다. 

   

송 장관은 이후 국방부 기자실을 찾아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취임 이후 군 내 여성 인력을 우대하고 보다 많은 기회를 주려고 노력했다. 특히 성평등 문제 개선과 (군 내) 여성 비중을 늘리는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송 장관의 부적절한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27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경비대대를 격려하는 식사 자리에서도 “식사 전 얘기와 미니스커트는 짧으면 짧을수록 좋다고 한다”고 말했다가 사과했다.

게다가 송 장관의 발언은 최근 해군·육군 장성들이 연달아 성폭력 혐의로 수사를 받는 가운데 나왔다. 분위기 쇄신은커녕 비난만 자초한 셈이다. 지난 3일 해군 장성이 부하를 성폭행하려 했다가 준강간 미수 혐의로 구속된 데 이어, 9일 육군도 경기도 모 부대 지휘관도 부하 성추행 혐의로 보직 해임됐다.

여성들은 “국방장관부터가 이러니 군 내 성폭력이 끊이질 않는다”라며 군 내 성폭력을 근절하고 잘못된 성 인식을 바로잡아야 할 송 장관의 직무 역량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9일 오후부터 트위터 등 SNS에선 ‘#송영무국방장관_해임’ 해시태그 운동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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