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옥 제주지방경찰청 총경 “30년 전 순경 시작하며 경찰서장 목표 세웠다”
김영옥 제주지방경찰청 총경 “30년 전 순경 시작하며 경찰서장 목표 세웠다”
  •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8.07.24 09:34
  • 수정 2018-08-02 22: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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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옥 제주지방경찰청 총경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김영옥 제주지방경찰청 총경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인터뷰 김영옥 제주지방경찰청 총경

홍일점이라며 차별...남성·계급 질서에 도전의식

남성도 힘들다는 조사계 직원 자처

육아와 승진시험 병행...낙방도, 수석도 여러번

파출소장, 지구대장 때 직원들 일부 반대

 

12만명에 육박하는 경찰 조직에서는 고위직 간부를 총경(경찰서장급) 이상부터로 본다. 이들은 총 693명으로 전체의 6.8%를 차지한다. 지난해 12월 전국에서 총경 승진 인사자 86명 중 여성은 4명이고 순경 출신은 11명뿐이었다. 30년 전인 1988년 순경으로 경찰에 첫발을 디뎠던 제주지방경찰청 김영옥 총경의 승진은 의미가 남다르다.

7월 초 제주지방경찰청에서 만난 김영옥 총경은 헤어젤을 발라 깔끔하게 정돈한 묶음 머리와 말투, 행동 등 모든 면에서 절도가 느껴졌다. 그가 들려주는 30년 경찰 인생에서 쌓아온 ‘최초‘와 ‘최고’의 이력 밑바닥에는 그의 과감한 결단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치열한 도전이 있었다. 그는 인생에서 가장 잘한 결단으로 “서귀포 남원읍 시골마을 중학생이었던 소녀가 제주시내 고등학교로 진학을 선택한 것”이라고 했다.

6.25참전 용사였던 아버지 밑에서 4남5녀 중 일곱 번째인 그는 1970년대 가난한 형편에도 제주시내 학교에 진학하기로 결심했다. 주변의 권유 때문이 아니었다. 때마침 읽은 『제인 에어』의 영향이었다.

“주인공 제인 에어처럼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우리 사회처럼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분위기 속에서 이를 거부하고 공부를 하고 사랑을 선택하는 모습에 깨달음을 얻었다. ‘여기서 이대로 살다가는 평생 귤밭에서 농사지을 게 뻔하다’는 생각을 했고, 여성의 뻔한 삶에서 벗어나려면 제주시내에 공부하러 가야 한다는 마음을 먹었다.”

스스로의 결정으로 나고 자란 고향을 벗어나 새로운 삶을 개척하기 시작한 소녀는 40년 후 제주지방경찰청에서 여성 최초로 최고위직인 총경(경찰서장급)에 올랐다. 경찰을 통틀어 총경급 이상 간부 중 여성은 16명에 불과하다.

김 총경의 꿈은 사실 경찰이 아니라 군 장교였다. 그러나 대학 졸업 무렵 전국에서 10명을 선발하는 여군장교 시험에서 떨어졌다. 더 이상 취업을 미룰 수 없었던 그는 우연히 경찰에 도전하게 됐다.

“뭔가를 하고 싶었다. 보통 여자들이 하지 않는 일, 남녀 구분없이 여성으로서도 능력을 발휘할 수 있고 인정받을 수 있는 일, 내 스스로 판단하고 주도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게 군 장교였다. 대학 마칠 때 시험을 봤는데 떨어졌다. 집안이 어려워 취업을 서둘러야 했고 미래를 어떻게 설계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그 때 아이들을 가르치던 태권도장에서 사범님이 군과 비슷한 조직으로 경찰을 추천해주셨다”

경찰 시험 보기 전에 하사관 시험을 쳐서 입대를 한 적도 있다. 그러나 하사관으로는 군에 입대해서는 평생을 보내도 장군으로 올라갈 수 없음을 알고는 다음날 새벽 도망쳐 나왔다. 결국 경찰이 되고 파출소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얼마 후 서귀포경찰서에 발령받았을 때도 여성은 김 총경 1명뿐이었다. 업무 환경은 철저히 남성·계급 중심이었다. 그는 이 때 경찰서장을 해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당시 여경이라고 하면 홍일점이라고 했다. 근무도 한가한 부서 위주였다. 중요한 임무를 맡기지 않았다. 그때 여경이 아닌 경찰로 인정받겠다고 다짐을 했다.”

당시 남성도 힘들어하는 조사계를 자처한 것도, 1995년 결혼해 두 자녀를 키우면서 승진 시험을 매번 준비한 것도 이같은 초심 때문이었다. 순경에서 경위까지 승진시험에서 낙방도 여러번 했지만 수석도 여러번하면서 이름이 알려졌고 1998년에는 경위 계급장을 달고 제주 경찰 최초로 파출소장을 맡았다.  2004년 경감 승진시험까지 통과하면서 첫 여성 지구대장 자리에 올랐다. 2011년에는 경찰대학 출신 등 전국의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경정 승진, 2012년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 취득, 2014년 제주지방경찰청 시니어 강사로 활약했다.

김 총경은 슈퍼우먼은 없다고 했다. 그의 승진과 수상 뒤에는 가족의 희생이 있었다.

“승진을 하고 싶었기 때문에 공부를 해야 하는데 시간을 내는 게 너무 힘들었다. 승진 시험 준비하려면 1년은 준비해야 하는데 출산과 맞물렸다. 입덧에 시달리다가, 아기를 낳고나서는 눕힌 구덕을 발로 흔들면서 책을 봤다. 유치장에 피의자가 새로 오면 밤중에라도 가야 한다. 밤 12시쯤 연락이 와서 5살된 첫째를 데려가 경찰서 안에 혼자 두고 유치장에 다녀왔다. 10분 정도 걸렸는데 캄캄한 데서 철장에 매달려 눈물 콧물 범벅으로 엄마를 부르며 울고 있더라. 이렇게 하면서 직장을 다녀야 하나 생각이 들었다.”

김 총경에게는 순경에서 경장으로 승진 후 경찰을 그만 둔 여자 동기가 있었다. 김 총경은 그 친구가 사표 냈을 때 만류해보려고 경무계에 직접 찾아가 사표 수리를 기다려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양가 부모님에게 육아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처지였기에 더 이상 말릴 수 없었다고.

목표와 방향 통해 동기부여

그가 경찰 조직에 있어야 할 중요한 이유는 경찰 조직의 미래 방향에 대한 고민 때문이었다.

“내가 할 일이 많더라. 조직 변화가 필요하다는 걸 많이 느꼈다. 입문 당시 경찰은 국민에게 외면당하던 시대였다. 과거 경찰들은 혁신을 하고 싶어도 경찰의 의미를 잘 몰랐다. 범인 검거하고 무질서를 단속하는 것이 안전이라는 식의 생각에 머물러 있었다. 1990년대 말부터 국민들 속에 들어가야 경찰이 존재한다는 생각이 시작됐다. 봉사, 친절, 서비스 개념이 생겼다. 시대가 바뀌니 우리도 바뀌기 시작했다. 희생과 봉사만 하는 직업이 아니라 전문 직업이라는 생각을 가지면서 우리 스스로 자존감을 회복하고 자긍심, 내부 만족도가 높아야 국민들에게 더 좋은 서비스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그는 미래를 내다보는 동시에 정신적 피해를 입은 국민과 동료들의 마음을 곁에서 들여다보는데도 노력하고 있다. 경찰 생활 도중 심리치료학 석사 학위를 받은 것은 이 때문이다.

“지구대에서 근무하면서 변사, 살인사건, 가정폭력 등 현장을 다니다보면 사람이 멀쩡할 수 없다. 기계적으로 사건을 처리한다 하더라도 내면에 상처가 될 수밖에 없다. 조직 내에서 이 문제를 해결해줘야 하지 않나 하는 막연한 생각이 오래전부터 있었고 상담심리, 사회복지사 공부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또 성폭력 피해자 심리 상담과 청소년 상담에도 중요하다. 주민 봉사와 서비스를 위해 필요하다.”

김 총경은 계급이 바뀔 때 마다 성과를 냈다. 제주국제공항경찰대장을 하던 당시에는 공항공사와 담판을 지었다. 제주 경찰의 골칫거리 중 하나가 제주공항의 유실물센터를 담당하는 일이다. 당시 인력으로는 대테러 업무, 불법체류 등에 집중하기도 모자랐기 때문이다. 다른 결국 공항공사와 협의해 풀어냈다.

승진 그 자체가 그에겐 강한 동기부여가 됐다. 김 총경은 잠시 고민한 후 “욕구 5단계처럼 욕구도 발전하는 것 같다”고 했다.

“더 큰 목표를 잡고 달성하는데 희열이 컸다. 승진에 따라 계급에 맞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게 좋았다. 파출소장 할 때 일부가 반대하더라. 직원 17명이 다 남자인데 여자가 어떻게 지도하고 관리할 수 있느냐는 거다. 해보니 잘 되더라. 그 다음에 지구대장 할 때는 직원이 60명이 넘었다.”

그는 특히 “주변에서 ‘여자가 왜 못 해? 김영옥이 하잖아’ 이런 얘기할 때 동기부여가 됐다”고 했다. “제가 저 자리에 가면 또 새로운 목표를 세워 해보고 싶다는 도전의식과 성취감이 생겼다. 계속 해보고 싶더라. 잘못하면 욕도 많이 먹을 수밖에 없어서 더 열심히 최선을 다했다”는 것.

선배 여성 경찰이 후배에게...

경찰 조직에서 여성의 비율은 10.9%에 불과하다. 앞으로 여성 선발 비중을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지구대장, 파출소장 등 주민접점부서를 두루 거쳤던 김 총경은 여성이 30% 정도로 늘어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경무나 복지 등 힘쓰는 일보다는 올바른 사리판단이 특히 중요한 업무가 있다는 점에서다. 다만 모든 군과 경찰은 업무의 특수성을 감안해 보통 여성보다 체력이 이상이어야 한다는 건 맞다고 강조했다. 수갑을 채우는 일부터 힘이 필요하고 야간 밤샘 근무도 체력 없이는 절대 안 된다는 것이다.

김 총경은 책임감과 의무감을 여성경찰로서, 순경 출신으로서 많이 느낀다고 했다.

“이 조직에 들어와 내 꿈을 펼쳤고, 인간적인 삶도 누리고, 직장인으로서 갖는 성취, 희열도 맛보고 월급으로 아이 공부도 시키고 내 삶이 이어져 왔다”면서 “이제 이 조직에 길면 6년 남았는데 조직에 돌려주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어떤 일이냐는 물음에 30년 경찰은 이렇게 말했다. “어느 부서에게 가더라도 직원들을 지지해주고 독려하고 참여해주고 조직 내에 하고자 하는 일이 발전된 방향이라면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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