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권리’를 되찾는데 12년 2개월 혹은 10년 이상이 걸렸다면 기뻐해야할 일일까 아니면 그간의 힘든 시간이 떠올라 억울해야할 일일까. 분명 당사자라면 만감이 교차할 만한 일이다. 노동문제에서 비정규직 문제와 성차별적 문제의 상징이라 할 수 있었던 KTX 해고 승무원 사태의 극적인 타결과 ‘반도체 백혈병’ 분쟁해결을 위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피해 노동자 단체인 반올림과 삼성이 조정위원회 중재에 합의한 일을 말하는 거다.

두 사항 모두 당사자들은 고통과 간절한 투쟁의 시간을 겪어왔다.

약 13년 전, KTX 개통과 함께 입사한 승무원들은, 당시 철도청(현 코레일) 자회사에 위탁 계약직으로 근무하며 준공무원 대우와 정규직 전환을 약속 받았다. 하지만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이에 항의하며 승무원들은 파업에 돌입했다. 코레일은 이들을 전원 해고했다. 공기업이 행한 최초의 대규모 정리해고이다. 이후 해고승무원들은 천막농성, 단식농성, 철탑 고공 농성 등을 하며 치열하게 사측의 부당함에 대항했다. 그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동료를 지켜봐야하기도 했다. 끝날 듯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싸움이 극적으로 마무리 지어졌다. 물론 승무원들이 원하는 대로 승무업무로 복귀하기까지는 앞으로 시간이 더 걸릴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적 타결에 그들은 눈물을 흘렸다.

 

24일 진행된 삼성전자-반올림-조정위 중재 합의서 서명식에서 고 황유미 씨 아버지 반올림 황상기(왼쪽부터) 대표, 김지형 조정위원장, 김선식 삼성전자 전무가 중재합의서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4일 진행된 '삼성전자-반올림-조정위 중재 합의서 서명식'에서 고 황유미 씨 아버지 반올림 황상기(왼쪽부터) 대표, 김지형 조정위원장, 김선식 삼성전자 전무가 중재합의서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지난 2007년 3월 삼성전자 반도체 라인 생산라인에서 근무하던 황유미 씨가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하면서, 백혈병 질환을 직업병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뜨거웠다. 최근 삼성전자는 조정위원회의 중재안을 무조건 수행겠다다는 발표를 했다. 약 11년 만의 일이다. 이 두 사건 모두 정말 기쁘고 감사한 결과이다. 여이 두 사건에는 공통점이 있다. 부당함에 맞서서 권리를 되찾겠다는 ‘간절함’, 10년 이상의 ‘버팀’, 긴 시간 동안 피해자들의 ‘함께함’, 그리고 가슴 아픈 동료의 죽음 즉 ‘희생’이 그것이다. 이들로 그들이 쟁취한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애초에 그들에게 있었어야 할 ‘당연한 권리’였다. 단선적이긴 하지만 이를 공식화해보면 이렇다. ‘간절함+버팀+함께+희생 ⇒ ‘일상의 당연한 권리’’. 참으로 보탬이 없는 덧셈 공식이다.

혹자는 ‘희망’이라 말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그것은 ‘희망’이 아니라 ‘일상의 당연한 권리’였다. 여성신문은 KTX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연대의 의미로 승무원들의 인터뷰를 매호 실어왔다. 극적 타결로 투쟁하는 승무원들의 인터뷰를 중단하게 됐지만, 반가운 중단이다.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희망’이라 부르지 않는 뉴스를 1500호 이후에는 싣고 싶다. 더 이상 ‘당연한 권리’를 위한 요상한 공식이 우리사회에서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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