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모들이 아이들과 함께 지난 6일 제주시내의 한 카페에서 모임을 갖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연관이 없음. ⓒ이유진 여성신문 기자
미혼모들이 아이들과 함께 지난 6일 제주시내의 한 카페에서 모임을 갖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연관이 없음. ⓒ이유진 여성신문 기자

여가부, 한달간 접수한 ‘미혼모·부 일상 속 숨은 차별 및 불편 사례’ 일부 공개

“취업 면접을 보러 갔더니 질문의 80%가 ‘왜 혼자인지, 아이는 어떻게 혼자 키울 것인지’ 같은 업무와는 전혀 무관한 질문뿐이었어요.” (구직 미혼모 A씨)

“동네에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주민들이 무조건 ‘미혼모시설에 있는 미혼모들이 한 일’이라며 민원을 제기했어요.” (시설입소 미혼모 B씨)

“가족형태가 다양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교과서에서는 ‘부모님’이라는 말이 곳곳에 등장해요.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부모’의 존재가 누군가에게는 아닐 수 있거든요. 미혼모와 미혼부 가정의 아이들이 심한 박탈감을 느끼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현직 교사 C씨)

여성가족부가 최근 한 달간 접수한 ‘미혼모·부 일상 속 숨은 차별 및 불편 사례’ 일부다. 이처럼 우리사회 미혼모·부가 일상에서 겪는 차별과 불편이 여전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여가부는 ‘한부모도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여건 조성’을 위한 기초자료 수집을 위해 지난 6월 29일부터 10월 2일까지 홈페이지에서 미혼모·부 당사자나 일반 시민이 겪은 불편·차별 사례를 접수하고 있다. 전국 83개 미혼모·부 시설 입소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도 했다.

그간 모은 사례 분석 결과, 미혼모·부들은 ‘비정상’으로 분류돼 주변의 따가운 시선과 따돌림을 겪는 일이 많았다. 예를 들면 △산후조리원에서 어리고 남편도 없는 산모라고 주변 산모들이 같이 대화하지 않고 밥 먹을 때 끼워주지 않음 △어려 보이는 여성이 아이를 안고 길을 가거나, 낮에 외출하면 ‘뭐야, 학교도 안 갔어?’ ‘사고 친 건가? 엄청 어려 보이는데?’라며 주변에서 수군거린다는 사연 등이 있었다.

학교, 관공서, 병원 등 공개된 공간에서 사생활이 보호되지 않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학교에서 부모참여수업이나 가족여행으로 부모 둘 다 참석하라고 하는 경우가 많아, 아이가 친구들을 부러워하거나 한부모인 것이 알려져 이런저런 얘기가 나오기도 한다는 사연 ▲주민센터에서 상담을 받는데 공개된 장소에서 진행됐고, 상담원이 미혼모라는 사실을 큰 목소리로 얘기해 당혹스러웠다는 사연 ▲임신 당시 미혼임을 밝히자 의료진이 인공임신중절을 전제로 계속해서 물어봤다는 사연 등이 있었다.

사회적 편견이 직접적 차별로 이어진 경우도 많았다. △직장생활 중 혼자 아이를 키우다 보니 스케줄 변경이 어렵자 ‘열정이 없다’고 해고당한 사연 ▲구직활동 시 면접관이 등본을 보며 ‘혼자 아이 키우는데 직장생활 제대로 할 수 있겠냐’라고 묻거나, 면접 질문의 80%가 ‘왜 혼자인지, 아이는 혼자 어떻게 키울 것인지’ 등이었다는 사연 등이다.

여가부는 행안부, 교육부, 고용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고, 8월부터 국민 인식개선 캠페인을 집중적으로 전개할 예정이다. 지난 7월 5일 발표된 관계부처 합동 저출산 대책에는 비혼 출산·양육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야기하는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하고, 임신부터 출산까지 한 번에 지원하는 통합상담서비스를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숙진 여가부 차관은 “모든 형태의 출산이 존중받을 수 있는 문화 정착을 위한 인식개선 작업과 함께 미혼모·부가 겪는 일상 속의 차별과 불합리한 제도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것”이라며 “한부모가 임신·출산·양육으로 인한 어려움을 혼자 감당하지 않도록 보다 안전하고 건강한 출산·양육 환경을 조성하는 데 노력하겠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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