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남 종로여성인력개발센터 관장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김영남 종로여성인력개발센터 관장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여성 취·창업 돕는다②]

김영남 종로여성인력개발센터 관장

경력단절 예방 관점으로

청년여성 니즈 파악에서 출발

직무중심 훈련프로그램 ‘잡 해커톤’ 운영 

2030 참여비율 높아   

 

종로구 대학로는 젊음과 문화의 중심지다. 밤낮 길거리 공연이 계속되고 공연과 연극을 보러 온 젊은이들로 특유의 활기찬 분위기와 역동성을 띤다. 이처럼 문화예술의 중심지인 혜화역 근처에 위치한 종로여성인력개발센터(이하 센터)는 청년여성을 위한 직업훈련과 고용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으로 주목받고 있다. 서울시 여성인력개발기관 운영평가에서 4년 연속 S등급을 받는 등 정부·지자체의 다양한 일자리 창출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다양한 청년 대상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고용노동부 내일배움카드훈련, 취업성공패키지, 내일채움공제, 청년여성 직업훈련(잡해커톤), 청년취업아카데미사업 등이 그 예다. 마케팅·공연·전시기획 등의 직업훈련을 진행함에 있어 현장실무에 초점을 맞춘 직무훈련을 진행하고, 학습동아리·멘토링·인큐베이팅으로 체계적인 지원이 이뤄진다. 직업훈련, 취업 지원, 사후관리가 원스톱(One-stop) 서비스로 제공되는 것이다.

김영남 종로여성인력개발센터 관장은 “이러한 활동은 1953년에 시작된 센터의 운영단체 ‘사단법인 여성중앙회’의 설립 취지와도 맞닿아 있다”며 “여성의 인적자원 개발과 사회경제적 활동을 지원하는 정신을 오늘의 시점에서 재해석해 이 시대에 맞는 인재를 양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 20~30대 참가 비율이 높다.

센터가 지속 성장하려면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중심은 역시 인적 자원의 선순환 구조다. 청년층의 요구를 파악했고, 조금씩 변화가 생겼다. 또 센터가 위치한 종로구 대학로는 지역주민이 없다는 단점이 있기 때문에 이를 프로그램으로 극복해왔던 면도 있다. 대학로라는 지역적 특성을 활용한 공연기획자 양성 등의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청년여성이 늘어났다. 현재 취업자의 65%가 20~30대인데, 그중 20대가 50%를 넘는다.

- 경력단절은 여전히 사회의 가장 큰 문제다. 해결을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나.

이제는 여성의 경력단절을 예방의 관점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 문제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청년여성을 위한 장기적인 고용서비스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의 청년여성들은 졸업 후 취업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체계적인 안내 시스템이 없다.

이에 대학 내 케어를 받던 청년여성이 졸업 후 지역사회의 전문 고용서비스 기관으로 자연스럽게 연계가 되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는 대학 관계자와 전문가들의 의견이 있었다. 대학 졸업 후 취업까지의 간극을 채우기 위한 고용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센터 또한 지난해부터 청년여성 고용서비스 개발연구를 진행해 이를 직업 훈련 프로그램에 반영하고 있다.

- 가장 많은 호응을 받고 있는 프로그램은.

‘대학로, 일(JOB) 내다!’ 프로젝트다. 센터에서 가장 특화된 사업으로, 공연예술을 기반으로 인적자원개발, 일자리 창출, 지식생산, 네트워크로 구성된 일자리 플랫폼이다. 공연기획자로 현장에서 15년 이상 활동한 전문가들의 직무분석을 통해 구성된다. 서울연극협회와 함께 개발했고, 2011년부터 8년째 운영 중이다. 대학로 지역 특성과 접목해 참여자의 만족도가 높고, 우수한 평가와 칭찬을 많이 받았다. 단순히 직업훈련과 취업만으로 끝나지 않고 오직 종로센터에서만 운영하는 차별화된 프로그램이다.

- 지역 거버넌스를 통해 일자리 플랫폼을 구축하고, 그 안에서 다양한 사업을 진행했다.

구체적으로 75개의 지역 일자리 거버넌스를 구축했다. 협회, 단체, 대학, 극단, 극장 등 참여 단체도 다양하다. 문화기획, 전시기획 과정이 있고 연극, 뮤지컬, 무용, 음악 등 세분화해 심화 워크숍을 진행하며, 팀 프로젝트 방식의 수업과 멘토링, 인큐베이팅, 현장실습도 함께한다. 대학 졸업예정자들의 진로 결정에 도움을 주고자 매년 대학로에서 ‘브릿지 박람회’도 열고 있다. 이와 함께 ‘고용환경개선 캠페인’을 실시해 국가 사회보험 가입률을 24.5%로 끌어올렸다.

평균적으로 연간 2200여명 정도가 센터를 통해 취업하는데, 공연기획 관련 취업은 100여명 미만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센터에 청년여성들이 모일 수 있었던 토대가 됐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하고 싶다. 아쉬운 건 창업 관련 인큐베이팅을 위한 공간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앞으로 어떻게 지속해서 독립된 사업을 키워갈 것인지에 대한 과제도 해결해야한다.

- 여성인력개발센터 일을 해오면서 느낀 소회를 밝힌다면.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그 가운데, 여성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정부 정책을 가장 먼저 실현하는 곳이 바로 여성인력개발센터다. 정책의 빠른 흐름에 맞춰 변화하지 않으면 센터를 이용하는 구직자들이 양질의 고용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따라서 정책과 더불어 자립성장의 모델을 연구해봐야 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종로센터의 미션 또한 시대에 따른 재해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센터의 정체성을 지키며 관계기관들과 협업하고 다각도에서 일자리를 창출해야 하는 시점에서 센터 운영이 쉬운 것만은 아니다. 그럼에도 항상 새로운 프로그램과 고용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여성인력개발센터가 가진 한계를 넘어설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 여성인력개발센터가 가진 한계를 극복할만한 방안이 있다면.

전국 53개의 여성인력개발센터가 있다. 운영 주체도, 지역마다 각 기관이 가진 특성도 다르다. 지역주민, 여성 구직자, 산업체의 분포도 또한 다를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의 특정된 여성인력개발센터에 대한 시선으로 전체를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하지만 여성인력개발센터 입장에서도 여성인력개발센터가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시선에 대한 브랜드 이미지를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 현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일자리 정책에 있어 직업훈련의 다양성이 필요하다. 정부 일자리 정책 중 직업훈련의 틀은 획일적이기 때문에 이를 통한 일자리 또한 다양성을 잃을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직업훈련의 성과를 제대로 평가하기 위한 시간을 갖기 어려운 시스템이다. 따라서 단기적인 성과, 장기적인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다. 또 이러한 시스템은 청년들의 창업에 대한 독려 정책과 직업훈련이 모순되는 현상을 가져온다. 정부도 창업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이는 실제로 직업훈련 현장에서 창업의 성과나 평가 면에서 불리하게 작동된다.

일자리 정책에 지속성이 있어야 한다. 일자리 정책의 실현 현장으로서 센터의 가장 어려운 점이 정책 사이클, 즉 정책의 주기와 수명이 너무 짧다는 것이다. 한 가지 프로젝트가 자리를 잡을 때까지는 평균 3년 정도의 시간이 걸리고, 그 이후 양질의 성과 가속도가 붙기 시작하는데, 그 안에 사라지거나 바뀌는 정책이 많은 점은 일자리 생태계의 지속성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동한다.

또한, 최근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서 직접일자리 지원 사업이 확대되고 있는데, 직업훈련이 배제된 직접 일자리에 지원금이 투입되는 것에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이는 시간이 갈수록 더 많은 사회적 비용을 필요로 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향후 지속적으로 일자리가 생겨날 수 있는 씨드머니(Seed Money) 개념의 일자리 기반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앞으로의 계획은.

종로여성인력개발센터의 포지셔닝을 새롭게 정비할 때인 듯하다. 현재까진 양질의 직업훈련을 개발하고 취업으로 연계해 성과 창출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이와 더불어 여성의 취·창업에 있어 신모델을 개발하고 사례를 창출하고자 한다. 또, 현장에서 청년여성특화센터의 필요성을 체감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취업에 있어 청년여성은 나를 깊숙이 아는 ‘담임선생님’이 필요하다. 여성인력개발센터가 그런 역할을 잘 할 수 있는 적임자다. 하지만 지금의 모습으론 청년여성에 어필하기에 부족하다. 이런 부분에 대한 개발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종로여성인력개발센터를 찾은 수강생이 관련 자료를 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종로여성인력개발센터를 찾은 수강생이 관련 자료를 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여성인력개발센터는 여성의 직업능력개발과 직무능력 향상을 위해 다양한 취·창업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센터의 전신인 ‘일하는 여성의 집’은 1993년 고용노동부의 연구과제로 시작해 서울 노원구에 최초로 생겼다. 여성 일자리 정책 실행에 있어 정부가 민·관 거버넌스를 시도한 첫 사례다. 현재 22개 여성단체가 전국 53개의 여성인력개발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서울에만 18개 센터가 있다. 여성신문은 각 센터의 지역별 특징과 주요 프로그램을 다룬 정보를 기사로 제공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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