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신인 드래프트 선발 선수

입단 시기 학력 조사 결과

여자선수 68명 중 67명 고졸

남자선수는 100명 중 6명뿐

여자선수에게만 ‘강요된’ 선택권

 

스포츠 선수들의 학력은 성별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 남자선수들은 ‘대졸’인 경우가 많은 반면, 여자선수들은 ‘고졸’이 많다. 남자선수들은 보통 대학 졸업 후에 프로팀에 입단하기 때문에 대학과 진로가 모두 해결되지만, 여자선수들은 고등학교 졸업 후 프로팀에 바로 입단하기에 은퇴 후에 대학부터 준비해야 한다. 배구선수가 아닌 삶을 준비할 때 남자선수와 여자선수의 출발선상이 달라지는 것이다.

최근 은퇴한 배구선수 A씨는 강사 일을 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있다.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프로팀에 들어갔기 때문에 능력은 좋지만 이력서에 남아 있는 최종학력이 고졸이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 그가 하고 싶은 일은 모두 대학졸업자를 원했다. A씨는 대학진학을 준비하고 있지만, 어릴 때부터 ‘배구’만 해왔기 때문에 수능을 준비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배구전공’을 뽑는 대학이 많이 없어서 대학 진학에도 문제가 생겼다.

반면, 비슷한 시기에 은퇴한 남자선수 B씨는 대학 졸업 후 프로팀으로 갔다. 그래서 프로팀 은퇴 후 대학원에 진학해 A씨보다 앞선 상태에서 자신의 삶을 준비하고 있다.

배구연맹의 ‘규약’ 남녀 달라

V리그(대한민국 배구리그)의 새로운 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2018~2019시즌을 시작하기에 앞서, 프로팀에서 뛰어난 신인을 뽑는 ‘신인 드래프트’가 진행된다. 신인 드래프트를 앞두고 있는 고등학생 남자선수들과 여자선수들이 가는 길이 다르다는 것을 한국배구연맹 ‘규약’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남자부는 ‘가. 해당 연도 시즌 개막전에 대학 4학년에 재학 중인 선수로서 드래프트를 신청한 선수’ ‘나. 대학 재학 중인 선수이거나 고교졸업예정 선수로서 소속 총장 또는 학교장의 승인을 받아 드래프트를 신청한 선수’로 명시돼 있지만, 여자부는 ‘가. 해당 연도 시즌 개막전에 고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선수로서 드래프트를 신청한 선수’로 명시돼 있다.

실제로 지난 4년 동안 신인 드래프트에 선발된 선수들의 입단 시기 학력을 살펴 봤을 때, 남자 신인선수들 총 100명 중 고등학교 졸업선수는 6명에 불과했지만, 여자 신인선수들은 총 68명 중 67명이 고등학교 졸업 선수였다.

은퇴한 A선수는 “여자선수들에게 1순위는 프로팀이고 2순위는 시청팀(실업팀) 그리고 마지막이 대학이다”고 말했다. 현역으로 뛰고 있는 B선수는 “대학 배구팀이 없어서 선택의 기회가 없다”고 이야기했다.

한국배구연맹 관계자는 “여자 대학 배구팀은 아마추어팀이다. 선수들이 대학을 가면 프로로 가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 오늘날까지 관행으로 이어져 왔다”고 전했다. 

5개뿐인 여자 대학 배구팀

여자선수들이 대학에 바로 진학하지 않고 프로팀 입단을 준비하는 것은 “국내에 대학 배구팀이 많이 없으며, 활성화 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국내에 남자 대학배구팀은 ‘성균관대, 홍익대, 경기대’ 등을 비롯해 ‘15개’의 대학이 존재하지만, 여자 대학배구팀은 올해 창단된 ‘호남대’, 2016년에 창단된 ‘서울여대’를 비롯해 총 ‘5개’의 대학이 존재한다. 남자팀과 여자팀을 비교 해봤을 때 ‘3배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남자 대학배구부에서 프로팀 진출이 가능한 것과 달리 여자 대학배구부에서는 프로팀 진출이 불가능하다. 

여자 대학배구팀의 프로팀 진출에 관해 한국배구연맹 관계자는 “많은 선수들이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프로리그에서 플레이를 하기 때문에 대학 리그가 경쟁력이 떨어진다. 그래서 프로팀에서는 대학 선수들을 데려가지 않는다”고 전했다.  A씨는 “프로팀 감독님들이 여자 대학부는 보지도 않는다. 심지어 실업팀도 제대로 보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다.

제2의 삶 위한 대학 진학

프로팀에서는 여자 대학배구 선수를 뽑지 않고, 관행 때문에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프로팀에 입단한 선수들은 제2의 삶을 준비하기 위해 선수생활을 하면서 학점은행제를 등록하거나, 은퇴 후 대학진학에 힘쓰고 있다.

선수생활을 하고있는 B씨는 은퇴 후의 삶을 생각했을 때 대학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선수생활을 하면서 대학생활도 병행하고 있다고 했다.

은퇴한 남자선수 C씨는 은퇴 후의 삶에 있어서 대학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 전했다. “은퇴 후에 어디를 가려해도 학력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취업을 하려 할 때, ‘관심있는 분야에 대해 얼마만큼 전문적으로 배웠는가’에 대해 아직까지는 대학 졸업자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고 말하며 “여자 선수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운동을 했다면 은퇴 후 제2의 인생이 조금 더 준비되어 있지 않을까, 은퇴 후에 대학을 가는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선수 개인에 따라 대학은 ‘중요할 수도,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선택의 기회조차 없이 하나의 길만 정해져 있다면 문제가 된다. 따라서 선수들이 자신들의 가치관에 따라 ‘대학 진학 후 프로 입단에 도전할지,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프로 입단에 도전할지’ 자신의 삶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A씨는 관행·제도 개선 가능성에 대해서는 “쉽게 변할 거 같지는 않다. 연맹이나 협회측은 관심이 없고, 리스크를 감당하기 싫어할 것이다. 누군가가 나서서 개선해야 하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아예 대학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낫다”며 “선수들에게 다양한 선택권이 주어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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