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 높아져

 

지난 5월 18일, 호찌민 인민위원회는 2016-2020 환경오염 감소 프로그램 시행에 관한 예비 회의를 개최하였다. 이 회의에서 중점적으로 논의된 것은 호찌민 전역에서 매일같이 쏟아져 나오는 쓰레기에 대한 대책이었다. 베트남의 매체인 Thanh Niên이 보도한 호찌민 자연 자원부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호찌민에서는 매일 87,000톤의 고형 폐기물과 350-400톤의 유해 폐기물, 그리고 약 21.2톤의 유해 의료 폐기물을 처리하고 있는데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수거하다보니 그 처리 과정에 문제도 많다. 무단 투기되거나 넘쳐흐르는 쓰레기로 인해 거리의 악취와 위생 문제가 불거지고 있고 점점 늘어나는 쓰레기의 처리 문제 역시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쓰레기 처리와 관련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은 호찌민만이 아니다. 지난 5월 29일 다낭 인민위원회가 개최한 투자 진흥 세미나에서 다낭시의 고체 폐기물 처리 단지가 공개 되었다. 현재 다낭에서는 하루 850-900톤의 쓰레기가 배출되고 있는데 이 가운데 재활용되는 비율은 7-10%에 불과하다. 다낭 시가 건설 예정 중인 폐기물 처리 단지는 2030년까지 다낭에서 배출되는 고형 폐기물의 100%를 수집하고 이 가운데 80%의 재활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

 

<카잉 호아(Khánh Hòa) 지역의 쓰레기 매립지 모습. 유튜브 영상 캡처 - 작성자 VTC1 - Tin tức>

일회용품 사용이 늘어나는 추세

그러나 아직까지 베트남에서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방안은 미흡한 실정이다. 재활용을 위한 쓰레기 분리수거가 일상적이지 않고 음식물 쓰레기 또한 일반 쓰레기와 섞어 배출하는 등 쓰레기 처리 방안이 재활용 보다는 매립에 집중되어 있다. 분리수거를 둘러싼 사람들의 인식 역시 부정적이다. 왜 재활용 가능한 쓰레기를 따로 분류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한 현지인은 개인이 그런 노력을 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각 지역의 쓰레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매장용 쓰레기와 섞일 것이라고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는데 분리수거를 당연하게 여기며 엄격히 실천하는 우리나라와 대조적인 모습이다.

쓰레기 처리뿐 아니라 배출을 줄이는 노력도 미흡하긴 마찬가지다. 베트남에서 배출되는 쓰레기의 상당량은 일회용품이 차지하고 있는데 마트에서 비닐 사용을 제한하는 등 일회용품 줄이기에 나선 우리나라와 달리 베트남에서는 아직도 일상적으로 일회용품을 남용하는 추세다. 마트는 물론 거리에서 물건이나 음식을 구매할 때도 일회용 도구를 원하는 만큼 제공하거나 비닐로 몇 겹을 포장해주기 일쑤인데 일회용품의 가격이 저렴한데다 쓰레기로 인한 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이 낮아 편리하고 뒤처리가 쉬운 일회용품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마트에 가면 일회용품을 판매하는 코너가 한 쪽 벽면을 다 차지할 정도다.

하수처리 역시 환경 문제를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음식물 쓰레기를 따로 분리해서 엄격하게 배출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베트남에서는 음식물 쓰레기 분리 규정이 없고, 또한 주방의 수챗구멍이 크고 넓어 음식물 쓰레기가 생활하수와 함께 하수도로 흘러들어가기 십상이다. 이렇게 배출된 쓰레기들은 강물을 오염시키며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나타내는 증거로 종종 뉴스에 등장하기도 한다.

 

호치민 시내 곳곳에 설치된 분리수거함 ⓒ송수산
호치민 시내 곳곳에 설치된 분리수거함 ⓒ송수산

쓰레기 줄이기에 나선 베트남

얼마 전 베트남 매체 Kênh 14에는 흥미로운 기사 하나가 실렸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불거지는 환경오염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일회용품 사용을 지적하며 환경 친화적인 빨대의 사용을 제안한 것인데 등심초라는 식물을 활용하여 만든 잔디빨대가 그것이다. 골풀이라고도 불리는 등심초는 메콩 델타 지역에서 많이 자라는데 속이 빈 것이 특징으로 바로 이러한 특성을 활용해 빨대의 역할을 하도록 고안한 것이다. 비록 가격이 비싸고 시듦에서 비롯되는 균열을 막기 위해 구입 후 5일 이내에 사용하고 실온 보관을 해야 한다는 까다로움이 있지만 고온에도 발암물질을 발생시키지 않고 환경오염의 심각한 원인이 되는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이 크나 큰 장점이다.

등심초 빨대와 함께 대나무 빨대 역시 눈길을 끌고 있다. VOH online에 따르면 젊은이들 가운데 환경을 위해 플라스틱 빨대 대신 대나무 빨대나 풀잎 빨대를 사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데 타잉 호아(Thanh Hóa) 지역의 농장에서 2년 된 죽순으로 만들어지는 대나무 빨대는 5-6달 동안 반복해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하기 때문에 환경뿐 아니라 비용 면에서도 효율적이다. 또한 여성 단체가 주축이 되어 만들어 낸 식물 빨대 역시 환경과 건강을 생각하는 젊은이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최근 들어 배출되는 쓰레기의 대부분이 매장되어 환경오염을 초래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베트남에서도 분리수거와 재활용을 통해 쓰레기를 줄이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아파트의 관리사무소에서는 쓰레기 배출시 재활용 가능한 물품은 분류해줄 것을 요구하고, 시내 곳곳에도 캔과 병, 플라스틱 등의 쓰레기를 분리해서 버리도록 쓰레기통이 마련되어 있다. 분리수거의 필요성을 공감하지 못하는 다수로 인해 일반 쓰레기들로 채워져 있던 재활용품 수거함도 분리수거를 실천하는 이들의 노력 덕분으로 점차 제 용도를 찾아가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아직까지는 분리수거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회의적이지만 시내 곳곳에 재활용 가능한 물품을 분리해 쓰레기를 줄이자는 호소문이 붙는 등 베트남에도 조금씩 변화의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호치민 시내 곳곳에 설치된 분리수거함 ⓒ송수산
호치민 시내 곳곳에 설치된 분리수거함 ⓒ송수산

베트남 전쟁이 끝난 후 포탄과 고엽제 등으로 황폐화 된 베트남 전역이 회복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경제 복구에 많은 노력과 에너지가 집중됐고 버려진 들과 논을 살리려는 노력도 이어졌다. 그 덕분에 베트남의 경제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고 사라졌던 풀과 나무도 다시 울창하게 자라나고 있다. 혹자는 아직도 베트남은 환경에 힘쓰는 대신 경제 성장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환경 문제에 소홀했던 국가들이 현재 자연 파괴와 환경오염으로 겪고 있는 어려움을 상기해보면 베트남이 다시 갖게 된 아름다운 자연의 가치를 지켜나가면서 더 맑고 푸른 환경에서 성장해 나가기를 응원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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