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서 22년 동안 일하고 임원이 된 필자가 직장생활을 잘하기 위해 고민하는 여성 직장인들에게 선배로서 직접 현장에서 보고 듣고 경험한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편집자주>

 

[나도 승진하고 싶어요]

 

제가 회사에 입사하던 시절은, 개인별로 PC로 업무 하는 것이 막 시작되던 때였습니다. 소프트웨어도 그리 발달하지 않았고요. 그래서 전 입사할 때 IT 능력이 별로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입사를 했습니다. 그때는 다 그랬지요.

회사 생활을 하면서, 업무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타이핑도 빨라지고, PPT도 사용할 수 있게 됐고, 엑셀도 어느 정도 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회사생활 연차가 높아지면 대체로 실무에서는 손을 떼게 되고 주로 업무 지시하고 보고 받는 관리업무로 변환하게 되는데, 저는 운이 좋았는지 나빴는지 사회와 회사의 분위기는 점점 ‘수평조직’, ‘효율화’라는 키워드로 모이게 됐습니다. 그래서 임원 승진을 하고 나서도 보니 업무 지시도 하고, 챙기기도 하고, 제가 직접 문서도 만들고 하는 등의 업무를 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PPT를 만들고, 애니메이션과 슬라이드쇼 처리를 직접 하고 있습니다. 나름 타이핑도 빨라 져서 PC에서든, 모바일에서든 남들에게 뒤지지 않고 신속하게 타이핑을 해냅니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영어도 많이 사용하게 됐습니다. 제가 입사 전에 배웠던 영어는 교과서 영어였고, 회사 생활을 하면서 승진에 필요해서 토익(TOEIC)이라는 시험을 처음 봤습니다. 그리고 나이가 마흔이 넘어 직급이 차장이 되어서 정말 운이 좋고 감사하게도 합숙 영어 공부를 할 기회를 받았습니다. 제 TOEIC 점수는 공식적으로는 그리 높지 않습니다만, 회사에서 해외 업무를 점점 많이 하다 보니, 어느덧 업무에 큰 지장이 없도록 영어를 하게 됐습니다.

제가 모셨던 상사 중의 한 분은, ‘날쌘돌이’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모든 면에서 부지런하고 신속한 분이셨습니다. 사무실을 다니면서 직원들에게 슬쩍슬쩍 질문을 하셨는데, 순식간에 곁에 나타났다가 순식간에 다른 데로 가 계셨습니다. 정성 들여서 이메일 하나를 작성하고 나면, 순식간에 답장이 ‘쑝’ 날아왔습니다.

어느 날 아침, 구두로 의논드릴 일이 있어 그 상사의 자리로 찾아갔더니, 해외에서 온 메일에 답장을 쓰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제게 고개를 돌리고 무슨 일인지 들으시면서 타이핑하던 손은 멈추질 않으시더군요. 아! 저보다 영문 타이핑 실력이 월등하셨던 겁니다. 자판이나 화면을 보지 않고서도 타이핑을 능숙하게 하셨습니다. 전 깜짝 놀랐습니다. 50대 후반, 대기업의 고참 임원이고, 휘하에 몇 백명의 직원이 있는 분인데, 타이핑 실력이 장난이 아니네.

“대학 합격 발표가 나고 나서 부모님께 축하선물로 ‘타이프라이터’를 사 달라고 졸랐지. 그리고 입학식 전까지 몇 달 동안, 타자 교본대로 타이핑 연습을 죽어라 했어.” 상사의 말씀입니다.

요즘 취업 준비생이나 직원들을 보면, 스펙이 너무도 훌륭해서 엄청납니다. TOEIC 점수도 화려하고, MS오피스 사용능력도 다들 우수하다고 기입돼 있고, 해외 연수나 유학을 다녀온 분들도 많더군요. 그런데 입사해서 일을 하게 되면, 왜 그것이 업무와 연동이 안 되는지요.

신속한 타이핑 능력, 엑셀을 포함한 오피스 도구 사용능력, TOEIC 점수에 걸맞은 영어 말하고 듣고 쓰고 이해하기 능력은, 스펙을 취득하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부단한 연습에서 오는 것을 다들 아실 겁니다. 우리가 어디서 무슨 일을 하건 간에, 이런 몇 가지 도구들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꾸준히 훈련해야, 더 발전할 수 있습니다. 이건 업무를 잘하고 승진하기 위한 기본의 기본입니다. 스펙과 자격증을 따고 나서 멈추지 마세요. 늘 연습하여 내 것으로 딴딴하게 만들어야 진짜 실력이 됩니다.

조은정

서울대학교 가정관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소비자학 박사 학위를 받은 조은정 박사는 1995년 삼성그룹 소비자문화원에 입사해 22년간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 연구소장, 프린팅사업부 마케팅그룹장 등 삼성전자의 마케팅 및 역량향상 업무를 진행했다. 여성신문에서 재능기부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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