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나보고서』(교육공동체벗) 출간기념 북콘서트가 9월 11일 오후 4시 서울 마포구 합정동 프리미엄라운지에서 열렸다. 9개 청소년 자립지원 현장 관계자들과 청소년 당사자들 등 90여 명이 참석했다. ⓒ사회복지법인 함께걷는아이들 제공
책 『만나보고서』(교육공동체벗) 출간기념 북콘서트가 9월 11일 오후 4시 서울 마포구 합정동 프리미엄라운지에서 열렸다. 9개 청소년 자립지원 현장 관계자들과 청소년 당사자들 등 90여 명이 참석했다. ⓒ사회복지법인 함께걷는아이들 제공

청소년 자립지원 9개 현장 목소리

엮은 『만나보고서』 최근 출간

11일 북콘서트 열려

‘청소년 자립’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가능할까? 국내 청소년 자립지원 현장 이야기를 담은 책 『만나보고서』(교육공동체벗)가 최근 출간됐다. 11일 오후 4시 서울 마포구 합정동 프리미엄라운지에서 열린 북콘서트에는 9개 자립지원기관 관계자들과 청소년 당사자들 등 90여 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각자 활동 내용과 소감을 말하고, 함께 책을 읽고 퀴즈를 풀고 공연을 감상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청소년 자립지원 현장 이야기를 담은 책 『만나보고서』(교육공동체벗)
청소년 자립지원 현장 이야기를 담은 책 『만나보고서』(교육공동체벗)

『만나보고서』는 사회복지법인 함께걷는아이들의 ‘자몽(自夢, 스스로 자립을 꿈꾸다)’ 사업에 참여한 9개 기관의 경험담을 엮은 책이다. 관악늘푸른교육센터(옛 늘푸른자립학교), 움직이는청소년센터 EXIT, 공릉청소년정보문화센터, 꿈꾸는아이들의학교, 청소년 직업훈련매장 커피동물원, 경기위기청소년교육센터 ‘아띠아또’,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 안산YWCA 여성과성상담소, 청소년자립팸 ‘이상한나라’를 거친 청소년들과 기관 관계자들의 인터뷰로 구성됐다.

불합리한 일상에 저항하고, 때론 실패하면서도 자신이 원하는 삶을 만들려, 서로를 존중·지지하는 공동체를 만들려 힘쓰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시간표에 맞춰 딱딱딱딱! 정해진 대로 딱딱딱딱! 쉼터에서는 삶이 ‘로봇처럼’ 느껴졌다. 산속에 있던 그룹홈에서 지낼 때 아이들의 머리는 원장님이 잘라 준 똑단발 아니면 까까머리였다. 강압적인 집이 싫어 탈출했는데 다시 원치 않는 통제를 받는 곳에 와서 화가 났다. (...) 스스로 쫓겨남을 선택했고 청소년 자립팸 ‘이상한나라’의 구성원인 ‘앨리스’가 됐다.” (청소년자립팸 ‘이상한나라’ 니모)

“사장의 감시가 유달리 심했던 와플 가게, 하루 14시간 일해도 정작 100만원도 못 받는 카페를 거쳤다. 근로 계약서 작성도 건너뛰기 일쑤였다. 그나마 다행인 건, 전년도 매출과 비교해 부족분을 아름에게 메우라고 요구했던 사장을 노동청에 직접 신고해 떼였던 임금을 돌려받은 일이었다. (...) “노동권에 대한 것을 여기서 배워야지, 밖에 나가서도 요구할 수 있죠.”(청소년 직업훈련매장 커피동물원 연아름)

 

11일 열린 『만나보고서』 출간기념 북콘서트에서 참석자들이 서로를 소개하고 있다. ⓒ사회복지법인 함께걷는아이들 제공
11일 열린 『만나보고서』 출간기념 북콘서트에서 참석자들이 서로를 소개하고 있다. ⓒ사회복지법인 함께걷는아이들 제공

『만나보고서』에는 각 기관 관계자들의 통찰과 고민도 담겼다. “3분짜리 음악의 안무를 1분밖에 배우지 못한 ‘몸치 친구’가 나머지 2분을 즉흥 창작 댄스로 채워 넣을 때, 교사 김학준은 “이게 진짜구나” 싶었다. 준비된 각본은 교사들이, 어른들이 “보고 싶은 그림”이다. “각본 이후”가, 자기도 모르게 즐기며 만들어낸 즉흥적 2분이 “훨씬 위대해” 보였다. 의도를 넘어선, 기준을 벗어난 순간 자유가 움튼다.” (관악늘푸른교육센터)

“차별과 폭력의 경험이 쌓이면서 청소년 성소수자들의 존재와 삶은 끊임없이 흔들린다. ‘띵동’에게는 “여기가 안전하고 내 말을 귀 기울여 듣는 곳이라는 신뢰”를 주는 게 최우선 과제였다. (...) 매 순간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존중받을 수 있다는 경험, 자기 의견이나 정체성이 무시당하지 않는 경험을 만드는 것에 집중했다.”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

“특히나 청소년 성매매를 범죄 또는 비행으로 여기면서 ‘교정’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일은 경계했다. “교화의 관점에서 접근하면 안 되죠. 못 믿고 튕겨 나가고 나와서 땡깡 쓰고 그런 것도 너야. 이럴 수 있어, 이럴 수밖에 없어, 그것도 너야. 그러면 좀 어때? 성에 대해 관심 있고 성을 일찍 알고 그러면 좀 어때? 그렇게 가야 아이들도 자기를 받아들여요.” (경기위기청소년교육센터 ‘아띠아또’ 남일량 상담사)

 

11일 열린 『만나보고서』 출간기념 북콘서트에서는 ‘자몽’ 참여 기관에서 발견한 키워드의 의미를 소개하는 시간도 가졌다. ⓒ사회복지법인 함께걷는아이들 제공
11일 열린 『만나보고서』 출간기념 북콘서트에서는 ‘자몽’ 참여 기관에서 발견한 키워드의 의미를 소개하는 시간도 가졌다. ⓒ사회복지법인 함께걷는아이들 제공

청소년 자립지원사업 ‘자몽’은 올해로 3년을 맞았다. “청소년 지원 활동가들이 열악한 현장에서 소진돼 그만두지 않도록 튼튼한 현장을 만드는 게 우선이라는 판단”에서 시작된 사업이다. 자몽 참여 기관들의 특징은 “청소년 입장에서 자립 지원 방향을 재구성하려 노력하고, 청소년이 주인인 현장이 되도록 고민하고, 청소년을 비청소년의 생각대로 이끌기보다 곁에서 동행”해왔다는 점이다.

『만나보고서』 기획·집필을 맡은 ‘인권교육센터 들’은 “헤매고 좌충우돌하는 시간 속에서 길러낸 근력이 청소년 자립 현장의 희망의 근거”라고 밝혔다. 유원선 함께걷는아이들 국장은 “‘자몽’ 프로젝트가 현장의 다양한 요구와 필요들을 담아 성장하길 기대한다. 더 많은 현장과 더 많은 활동가들이 함께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