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2018 올해의 성평등문화상’ 시상식에서 신진여성문화인상을 수상한 김유리 큐레이터가 상패를 들어보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2018 올해의 성평등문화상’ 시상식에서 신진여성문화인상을 수상한 김유리 큐레이터가 상패를 들어보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인터뷰] 2018 신진여성문화인상 수상자

김유리 의정부예술의전당 큐레이터

신인 작가들에게 디딤돌 제공하려

신진작가공모전 5년째 운영

미술·영화로 국제결혼가정 한국 정착도 도와

본래 김유리 씨는 작가였다. 대학에서 평면(서양화) 전공 후 유학도 다녀왔다. ‘작가 데뷔 루트’는 다 거친 셈이다. 그런데 작품을 전시할 곳이 없었다. 지금 그는 경기도 북부 문화예술 중심지로 불리는 의정부예술의전당에서 큐레이터로 근무하고 있다. 6년차 큐레이터 김 씨의 목표는 ‘신인 작가들에게 든든한 디딤돌을 제공하는 것’이다. 

“제가 겪어봐서 잘 알아요. 신진 작가 등용문은 아무리 늘어도 부족해요. 지역에서 시각예술계에 도움이 될 일이 뭘까 고민하다가 새로운 작가를 발굴할 시스템을 마련해보기로 했습니다.”

의정부예술의전당이 2014년부터 신진작가 공모전을 진행해온 이유다. 선발된 작가들에게는 창작지원기금과 제반 비용(운송비, 도록비, 케이터링비 등)을 모두 제공한다. 또 선발된 작가들이 공모전 이후로도 꾸준히 작품을 선보일 수 있도록, 지난해 선발 작가가 그해 선발된 작가와 함께 전시를 열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왔다. 그 동안 시각예술 분야에서만 신진작가를 40여 명 배출했다. 공모전 지원자도 점점 늘어나, 이제는 경쟁률이 10대 1에 달한다고 한다. 

작가들 간 네트워킹도 중시한다. 기성 작가들을 초빙해 비평워크샵도 매년 열고 있다. “작가들이 대개 혼자서 작업하다 보니까 자기 작품을 객관적으로 볼 시간이 많지 않아요. 작가들이 여러 전시와 행사를 통해 자연스럽게 교류하면서 지역에서 부족한 인력 풀도 충당하고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도우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독자적인 기획보다 대관 전시에 집중하는 지역 전시관에선 보기 드문 시도다. 의정부예술의전당이 “안 하던 일”을 시작하게 된 것도 김 씨가 “이 작가들이 보여주는 흐름이 이후 현대미술계의 한 지표가 될 거라고 믿는다”며 조직 결정권자들을 끊임없이 설득했기에 가능했다. 그는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12일 (주)여성신문사가 수여하는 ‘신진여성문화인상’을 받았다. 다양한 문화예술 분야에서 꾸준히 활동해 자신의 영역을 확장하며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 여성문화예술인들에게 주는 상이다. 

그는 “문화예술계 진입 단계에서야 여성이라는 이유로 기회의 차별을 받는 경우는 적지만, 원로작가로 발돋움하는 과정이나, 대중의 인식 속에서 성차별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만큼 더 많은 여성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줄 필요가 크다”고 말했다. 

한국 생활이 낯선 국제결혼가정 여성·아이들이 지역사회에 적응하도록 돕는 것도 김 씨의 임무다. 물론 문화예술을 통해서다. 그는 2013년부터 KB국민은행과 함께 의정부에서 ‘청소년의 멘토 KB! 다문화 미술학교’를 진행해 국제결혼으로 탄생한 가족 구성원들이 한국 사회에 안정적으로 적응할 기반을 마련하려 힘쓰고 있다. 2018년 10월 현재 총 16개국 출신 학생 100여 명과 학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 여러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미술학교는 이들 가족에게 네트워킹과 정보 교류의 장이자, “문화예술을 매개로 사회적 신뢰를 구축하고 다른 활동에 나설 동력을 제공”한다. 수업에 참석한 10대 아이들은 직접 자신들의 이야기를 영화도 제작 중이다. 중학생들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촬영한 영화로 조만간 내부 상영회를 열 계획이다. 

그에게 큐레이터를 꿈꾸는 학생들, 특히 여성들에게 전할 조언을 청했다. “문화예술계에서 활동하려면 무엇보다도 내 주변의 일들, 이 사회에 관심이 많아야 해요. 특히 큐레이터나 문화예술을 매개로 하는 사회 활동을 계획하고 계시다면, 나를 둘러싼 이 사회의 이슈가 무엇인지 빠르게 파악하고, 어떤 기획을 통해서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게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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