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학기 연세대 캠퍼스에서는 시선을 끄는 행사가 하나 열렸다. 연대 응원단 ‘아카라카’의 남성중심적 문화에 이의를 제기한다고 나선 이들이 있었던 것이다. 어느 수업의 조모임에서 출발한 이 프로젝트는 서명과 티셔츠 판매 등의 방법을 통해 ‘안티아카라카 운동’을 펼쳤고 학우들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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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응원단 문화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재작년 축제 때 5·18 행사와의 마찰을 빚어 대외적으로 비판을 받았었고, 응원제 입장을 통제하기 위해 외부에서 경호원들을 불렀다가 학우들이 부상당하는 일이 발생해 공청회까지 열렸다. 응원단복이나 남녀 차별적인 인상을 주는 응원곡 등에 대한 문제제기 역시 계속되어왔다.

여대를 졸업한 한 여성은 “언젠가 학교 응원제에 다른 남녀공학의 응원단들이 와서 공연을 했는데 마치 왕을 모시듯이 단장이 나오는 모습에 정말 놀랐다. 여대와는 다르게 무척 위계적이고 남성중심적으로 느껴졌다”고 할만큼 단지 연세대 뿐 아니라 공학 응원단 문화가 남녀에 대한 편향된 시선을 따르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실제로 아카라카의 응원에 대해 “1학년 때 멋모르고 따라할 때는 그저 재미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여성으로서 유쾌하지 않은 율동이 있었던 것 같다”(박은경 신방99) “마초맨 같은 곡은 그만 좀 했으면 좋겠다. 여자 단원들의 단복은 보기에 민망하다”(이지은 산업공학98) 등 응원단에 대해 인상이 좋지 않다고 지적하는 여학우들이 많다.

뿐만 아니라 올해 연대 응원제에서 초대가수로 싸이와 설운도, 핑클 등을 부른 것에 대해서도 아카라카가 ‘대학문화를 너무 상업적으로만 몰고 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물론 응원단만의 문제는 아니다. 응원제에 참여하는 학우들 역시 대학만이 가질 수 있는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갖기보다는 ‘하루 재밌게 놀자’는 마음으로 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응원제의 경우, 아예 며칠 전부터 줄을 서서 텐트를 치고 자면서 화투를 하는 등 진풍경이 벌어져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했다.

재미도 좋지만, 많은 관심을 끄는 응원단이 대학만이 가지는 저항과 대안의 문화를 이끌지 못한다는 점이 아쉬운 것은 사실이다. 학우들이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겠지만 많은 관심 속에 활동하는 응원단이 대학 내 응원문화에 대한 좀 더 진지한 고민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올해는 첫 여성단장의 탄생으로 학외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으며 출발하는 만큼 응원단이 학우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수렴하고 많은 변화를 이루었으면 한다.

김이정민/연세대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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