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1991-2002

지방자치제도는 1949년 7월 4일 제헌국회에서 지방자치법을 제정하면서부터 시작됐다. 3년 후인 1952년 4월부터 1961년 5월까지 9년에 걸쳐 민선 지방의회가 구성되기도 했으나 이승만 정권의 정치적 도구로 이용되었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에서 주민자치의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그후 30년이 지나 1991년 ‘풀뿌리 민주주의’(grass roots democracy) 지방자치제가 부활했다.

1991년 지방선거는 지방의원만을 선출했지만 지역의 정치권력 구조에 적지않은 변화를 가져오는 전기를 마련했다. 지방의회의 집행부에 대한 예산심의로 지방 정부의 정책결정 과정에 많은 변화가 생겼으며, 주민 선거에 의한 지방의원 선출은 지방정부에 대한 주민들의 감시를 강화하는 한편 지방의원과 시민단체가 지역의 주요한 정치적 당사자로 부상하도록 만드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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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의 지방자치에서 여성들은 지역살림꾼으로서의 역량과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줬으며, 정치적 청렴지수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사진·민원기 기자>

이를 토대로 한 1995년 지방선거는 ‘주민 참여’를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음은 물론이고,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을 모두 주민이 직접 선출하는 4대 선거를 동시에 실시함으로써 35년만에 완전한 지방자치 시대를 열게 됐다.

정치참여의 장은 열렸으나…

지방의회는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일꾼을 선출하는 것이므로 살림꾼인 여성이 적합하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방의회에서 여성의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광역의회 5.8%, 기초의회 1.6%로 매우 저조한 상황이다.

▲지방의회 첫 해인 1991년 3월 26일 실시된 기초의회 선거에 출마한 여성후보는 123명으로 전체 입후보자 1만159명 중 1.2%에 불과했다. 개표 결과 총 당선자 4천303명 중 여성 당선자는 40명(0.92%)으로 여성후보 당선율 33.1%를 나타냈다. 같은해 6월 20일 실시된 광역의회 선거에서는 총 출마자 2천885명 중 여성 출마자는 63명(2.2%)이었으며, 이 중 8명이 당선돼 여성의원은 전체 당선자 858명 중 0.9%를 차지했다.

▲진정한 의미의 지방자치 시대를 연 1995년 6월 27일의 지방선거는 광역자치단체장 15명, 기초자치단체장 230명, 광역의원 972명, 기초의원 4천541명을 뽑는 선거였다.

이중 여성은 기초의회에 206명의 후보가 출마하여 71명 당선, 전체 의석의 1.5%를 차지했다. 1991년 기초의회 여성의원 비율 0.9%에 비해 1.7배 증가한 수치였다.

광역의회 지역구에서는 39명의 여성후보가 나서, 13명이 의회에 진출했다. 또 광역의회 비례대표에 42명이 당선되어 전체 의석의 5.8%를 차지하면서 지난 1991년 광역의회 여성의원 비율 0.9%에 비해 6.4배 증가하는 급성장을 보였다. 이는 비례대표제가 여성의 정치참여를 늘리는 데 큰 요인이 되었음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에서는 4명이 출마하여 1명(전재희·광명시장)만 당선되었고, 광역자치단체장에는 2명의 후보가 무소속으로 나와 모두 낙선했다.

▲6·27 지방선거에서 용기를 얻은 여성계가 ‘여성정치 도약의 해’로 선포하고 제2기 전

국 4대 동시지방선거에 자신감을 나타낸 1998년 6월 4일 지방선거는, 실망스럽게도 등록률에서부터 여성후보의 비율이 저조하게 나타났다.

여성의 정치참여를 증대시켜온 비례대표 의석도 1998년 선거법 개정으로 1995년 97명에서 74명으로 줄어들어 1995년에 비해 광역의회 여성의원의 수를 더욱 줄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특히 6·4지방선거 결과 실망스러웠던 점은 광역자치단체장에 여성후보가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이다. 기초자치단체장에는 8명의 여성후보가 출마했지만 역시 한 명도 당선되지 못했다. 결국 기초자치단체장에 1명의 여성당선자를 낸 바 있던 1995년 지방선거보다 퇴보했다는 평가를 낳았다.

98년 현재 기초의회 의원 3천479명 중 여성의원은 56명으로 1.6%를 나타내고 있으며, 광역의회 의원은 전체 690명 중 여성의원은 41명으로 5.8%를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민주주의 바로미터 여성 정치인

우리나라에서 민주주의를 도입한 지 50년이 지났다. 그 변화의 과정에서 여성들이 국가 발전을 위해 기여한 공로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정치적 발언 수위는 여전히 낮고 그 대표성 또한 터무니 없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여성계는 여성의 정치세력화를 실질적으로 이뤄내겠다는 각오로 올해를 ‘여성정치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다가올 지방선거에 임하고 있다.

또 여성들의 정치참여 확대 방안으로 유권자의 선택권 보장, 여성 및 소외계층의 정치참여 활성화를 위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도입, 각종 선거기탁금 인하, 승자 전취식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의 전환, 선거공영제 확대 및 여성정치참여 활성화 기금 설치, 여성단체의 선거운동 기간 중 정치참여 허용, 여성 공천할당제 엄중 실시 등을 요구하고 있다.

10여 년 지방자치에서 여성 정치인의 수는 미미한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여성들이 보여준 ‘지역살림꾼으로서의 역량과 가능성’ ‘깨끗한 정치인’의 면모는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삶의 변화를 통해 사회변화를 이루어내는 실질적인 ‘민주주의의 최상의 학교’(J. 브라이스)로서의 지방자치제가 제대로 뿌리내리려면 지역에서 숨은 일꾼으로 봉사하고 있는 여성들이 생활정치의 주체로 이번 지방선거의 전면에 나서야 한다. 아울러 현재 각 정당에서 내놓은 ‘지역구 공천 여성 30% 할당’ 등의 여성 정치참여 확대를 위한 법 개정도 서둘러 매듭지어야 할 것이다.

신민경 기자minks02@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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