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참여 확대 약속 공염불 우려
정치 참여 확대 약속 공염불 우려
  • 신민경 기자
  • 승인 2005.05.12 16:29
  • 수정 2005-05-12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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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통과된 여성관련 정치관계법
지난 2월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정치관계법 개정안에 대해 여성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를 위한 법안이 포함되어 있어 여성계의 기대수준이 높았던 데 반해 실제 내용은 30% 이상의 광역의원 후보 추천을 단지 권고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개혁특별위원회(위원장 강재섭)가 2월 25일 전체 회의에서 확정, 법사위를 거쳐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정당법 및 국회법, 정치자금에 관한 개정법안이 여성계의 반발에 부딪친 이유를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편집자 주>

지역구 광역의원 30% 여성공천 실효성 의심돼

비례대표 공천비율 50%보다 대폭 상향토록

우선 이번에 통과된 ‘정당법 및 정치자금에 관한 개정법안’중 여성관련 부분을 살펴보면 ▲정당법 개정안 제31조 제5항 및 제6항 신설조항에서 “비례대표 선거구 시·도의회의원 선거 후보자 중 100분의 50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토록 하고, 지역구 시·도의회의원 후보자 중 100분의 30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하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이를 준수한 정당에 대하여는 보조금을 추가로 지급할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개정안 제17조2 신설조항에서는 “지역구 시·도의회 의원 선거 후보자 중 여성을 100분의 30 이상 추천한 정당에 대하여 공직후보자 여성추천 보조금 총액의 100분의 50은 지급 당시 정당별 국회의석 수의 비율에 따라, 그 잔여분은 최근 실시한 국회의원 총선거의 득표율에 따라 배분·지급한다”는 내용의 보조금 관련 조항이 추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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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계는 이번 개정안이 지금까지 기초단체장, 지역구 시·도 광역의원 공천시 30% 이상을 여성으로 한다는 논의에서 한참 후퇴한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에 있었던 정치관계법 개정 공청회)

또 올 지방선거에서 광역의원 8명을 줄이고 광역의원 선거에서 1인2표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는 유권자가 한 표는 지역구 후보를 선택하고 다른 한 표는 비례대표의원을 선출하기 위해 정당을 선택하는 것이다.

국회를 통과한 정치관계법에 대해 한국여성단체연합(공동대표 이경숙 이강실 정현백)은 2월 26일 “광역의원 비례대표 50%·지역구 30%를 여성에게 공천하도록 한 것은 진일보한 것이나, 장기적으로는 모든 선거에서 현재 10%인 비례대표 의원의 비율을 50%로 상향 조정하는 문제와 막상 각 시·도지부, 지구당에서 여성후보를 추천하지 않는다면 아무 의미가 없는 조항이 어떻게 실효를 거둘 수 있도록 할 것인가”하는 내용의 <지방자치선거에서 실질적인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 확보에 대한 공개질의서>를 민주당과 한나라당에 각각 보냈다.

한국 여성유권자연맹(회장 이춘호)도 2월 27일 성명서을 통해 “실제로 시·도 비례대표는 각 당에서 이미 50% 이상을 여성에게 공천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비판하면서 “지역구 시·도의회 의원선거 후보자 중 여성을 30% 공천하도록 노력한다는 조항과 이를 준수한 정당에 대해 추가 보조금을 지급하겠다는 조항은 지키든 지키지 않든 결정적인 구속력이 없는 내용으로 그간 추진되어 오던 내용과 거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즉, 지역구 시·도 광역의원 후보자들만 30%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하도록 권장하는 수준에 그쳤을 뿐 지금까지 기초단체장, 지역구 시·도 광역의원 공천시 30% 이상을 여성으로 한다는 논의에서 한참 뒷걸음질 친 결과라는 것이다.

한편 여성정치연대(한국여성정치연맹, 한국여성유권자연맹,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의회를 사랑하는 사람들)와 부산여성총연대 공동대표들은 3월 7일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와 민주당 한광옥 대표를 차례로 만나 여성계의 목소리를 전달하면서 “지역구 시·도의회 의원 30% 여성공천 할당제가 실질적으로 실천될 수 있도록 중앙당 차원의 관심을 촉구”하고 “비례대표 시·도의회의원 여성공천비율을 법에 규정된 50%보다 대폭 상향 조정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같은 여성계의 반발은 2002년 지방선거에 대비해 여성정치전문단체들이 결성한 여성정치연대가 지난해 12월 4일 국회에 낸 정치관계법 개정안 청원서 내용의 수위를 보면 충분히 예상되는 것이기도 하다.

당시 청원서에 포함된 내용은 ▲비례대표 명단에 여성을 국회의원 30%, 지방의원 50% 할당하고 이를 어길 경우 선관위 접수 거부 및 국고보조금 차등배분 채택 ▲지역구 공천에서도 여성을 국회의원 30%, 지방의원 50% 할당, 기초단체장 후보에도 30% 이상 공천하고 각 정당의 공천위원회에도 30% 이상 여성위원 참여 보장 등이다.

그러나 여성계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각 당은 ‘해야 할 만큼의 노력은 다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1월 24일 당무위원회에서 ‘광역·기초단체장 및 광역의원 후보자 추천시 여성을 30% 이상 반영하도록 한다’는 조항을 신설하고 당헌에 명시해 놓은 상태이므로 현재 상향식 공천이라는 민주적인 제도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여성 정치 참여 확대를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한나라당의 경우 2월 1일과 22일 두차례에 걸쳐 후보자 추천과 관련한 지침을 각 지구당에 보낸 바 있으며 22일 지침은 여성후보 명단을 파악해서 배려하라는 내용이었다. 김희정 기획조정국 심사부장은 “이후 후속조치로 23일 ‘지역구 광역의원 여성후보 명단 통보’라는 제하의 공문을 보내면서 당 차원에서 파악하고 있는 출마희망 여성들의 명단을 함께 보냈다”고 말했다. 중앙당에서 여성후보 명단을 내려보냈을 때는 ‘간접적인 압력’이 아니겠느냐며 여성 공천을 늘리기 위해 실질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법적 강제를 명백히 하도록 요구하는 여성계와 당 차원에서의 조정을 내세우는 정당

들간의 입장차이가 드러나는 상황이지만 또다시 정치관계법 개정을 요구하는 데는 넘어야 할 산이 남아 있다.

국회 정개특위는 2월 28일로 해산되었고 각 당도 대선후보 경선이 마무리되는 시점까지는 이 사안에 대해 다시 한번 논의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재론될 여지가 적기 때문이다.

때문에 여성계는 각 당이 당헌에까지 명시한 30% 여성할당제가 선심성 구호에 그치지 않고 가시화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정당이나 대통령 후보에 대한 지지의사를 구체적으로 표명할 계획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여연의 공개질의서에 대해 3월 11일 답변서를 보내온 한나라당은 “광역의회 지역구 여성할당 30%가 의무사항으로 입법화되지는 못했으나 이를 약속한 이상 지킬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민주당은 3월 16일까지 회신을 보내겠다는 뜻을 전해왔다. 이에 여연은 각 당의 입장을 모두 수렴한 이후 앞으로의 활동 방향을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신민경 기자 minks02@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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