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상당수 이혼

정신적 후유증 심각

“피해자 가족 전체가 겪는 고통이 어떤 건지 안다면 이럴 수는 없습니다.”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가족모임의 회원들은 청소년 성범죄자에 대한 2차 신상공개가 이루어지는 동안에도 분기탱천한 모습이다. 신상공개라고 해봤자 사진도, 직장도, 주소도 없는 이름 뿐이라 유명무실한데 거기다 신상공개를 반대하는 주장까지 나오다니 용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가족모임 회원 ㅇ씨는 “다들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라고 비판한다. ㅇ씨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자의 부모들은 그 상처를 극복하지 못해 이혼을 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자식 못 챙긴 죄’에 대한 죄책감을 싸안고 있으면서 한편으로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상처를 할퀴면서 더 이상은 가정을 유지할 수 없게 되는 상황까지 가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피해 당사자인 자녀는 ‘나 때문에 부모님이 싸우시는 구나’하고 더욱더 고통받게 마련이다. 청소년기에 성폭행을 당한 한 여성은 모 기관에서 집단상담을 하면서 “어머니가 분노해서 가해자에게 복수하려고 했던 그 시간들, 그 때 오갔던 욕설과 눈물을 하나도 빠짐없이 기억하고 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그는 모든 것이 자신의 탓이고 늘 자신을 ‘죄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20대 후반인 현재까지 앞머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안경을 써서 최대한 얼굴을 감추고 살아왔다.

피해자 가족들은 아동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치료센터, 부모 치료 프로그램 마련 등과 더불어 예비 피해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확실한 대책을 강구할 것을 요구하면서 이렇게 호소한다. “자신이 성폭력 피해자의 부모라고 생각해 보라”고.

조이 여울 기자 cognate@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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