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현/한국가정법률상담소 상담위원anti-hoju.lawhome.or.kr

호주제위헌소송 원고인단인 정최경희(30세)·김시완(33세)씨 부부.

이 부부는 99년 결혼했지만 아직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 호주제가 폐지될 때까지 혼인신고하지 말자고 부부가 합의하고 그 뜻을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녀가 결혼하고 혼인신고를 하면 처는 부의 가(家)에 입적하도록 되어있는 현행 법(민법 제826조 제3항)에 의해, 아내는 남편(또는 시아버지)을 호주로 한 가의 가족구성원이라는 종속적인 존재가 된다.

자유·평등, 개인의 존엄과 가치, 혼인과 가족생활에 있어서의 개인의 존엄과 양성평등 존중 등 헌법에서 주창하는 이념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은 물론이다. 법을 잘 모르는 사람들, 또는 법은 우리 사회를 민주적·합리적으로 잘 이끌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대로 따라야 하는 것이 국민된 도리이거니 하면서 법에 정해진 절차대로 혼인신고를 하였던 많은 사람들은, 남편이 호주로 되어있는 호적등본·주민등록등본을 떼어보면서 씁쓸함을 느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여전히 법이 그러하므로 당연한 것 아니냐며 현행 법제도를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있다.

상담소에 찾아와 이혼이나 부부갈등문제를 상담하는 여성내담자들의 하소연을 들어보면 남편의 무시, 모욕, 폭언, 폭행 등의 상습화로 고통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네가 결혼해서 한 것이 무엇이냐” “이 집의 살림살이 다 내가 벌어서 산 것이다” 등 아내의 가사·양육에 대한 인정은 없고 자신의 공만 내세운다.

심지어 자신이 지시하는 대로 말을 듣지 않는다고 집에 세워둔 자동차 바퀴에 체인을 감아두는 남편도 있다. 남편은 하늘이고 아내는 땅이다라는 말을 농담이든, 진심이든 곧잘 하는 남성들을 주위에서 볼 것이다. 이런 말이 현대 민주사회에서 더 이상 용납될 수 없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바로 이러한 가부장적 사고를 조장하는 처의 부가입적조항이 우리 민법에 엄연히 존치하고 있는 것이다.

3월 21일 통계청에서 발표한 ‘2001년 혼인·이혼 통계결과’를 보면 2001년의 혼인 건수는 2000년의 33만4000쌍에 비하여 4.2% 줄어든 32만 100쌍, 혼인율은 인구 천명당 6.7건으로 사상 최저치라고 한다. 만혼현상도 두드러진다.

개인의 가치관 및 사회 변화가 주요인이겠지만 결혼이 개인의 발전에 긍정적이지 않은 영향

을 미치는 점에 대한 젊은이들의 자각도 한 요인으로 보인다. 그리고 현실을 보면 개인으로서 가치가 존중되어야 할 남성과 여성을 결혼으로 주인과 종속적인 가족구성원 관계로 설정하는 법이 자리잡고 있다. 평등하지 못한 부부관계를 확대·재생산하는 근원이 되는 것이 바로 호주제인 것이다. 정최경희·김시완씨 부부가 실제와 마찬가지로 법적으로도 평등한 부부관계로 등재될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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