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이주노동자 그리고 차별

“내·외국인을 불문한 밀매 금지를 제외하고는 실제적으로 여성 이주노동자의 평등한 노동권을 보장하는 법 제도적 근거는 없다.”

‘모든 이주노동자 및 그 가족구성원의 권리보호에 관한 국제협약’‘세계인종차별철폐회의’ 등 이주노동자의 인권보장을 위한 국제조약이나 국제협약의 권고는 많지만 현실에서 각국을 떠도는 이주노동자, 특히 여성 이주노동자에게 ‘인권’이란 말은 사치에 불과하다.

“베트남 여성노동자 ㄷ씨는 영천군 모회사에서 한국인 계장이 밤 10시경 기숙사에 들어와 껴안고 상의와 바지를 벗기며 성폭행을 시도했다. 이에 여성이 심하게 저항하자 발로 차 이를 다쳤다. 그는 다행히 성폭행은 피할 수 있었지만 아직도 심한 정신적 후유증을 앓고 있다.”

“대구 ㅇ섬유업체에서 일하던 필리핀 여성노동자 ㅈ씨와 ㅇ씨는 3인조 강도에게 강도강간을 당했다. 이 회사는 공장내의 한켠을 개조해 기숙사를 만들었기 때문에 공장문을 안에서 잠글 수 있는 잠금장치가 없어 옆에 있는 쪽문을 이용해야 했고 화장실도 외부에 있었다. 사건당일 여성노동자들은 화장실을 다녀와서 공장문을 닫지 않고 기숙사 옆에 있는 샤워실에서 샤워를 마치고 방으로 들어왔을 때 이미 강도들이 침입해 있었다. 기숙사 내 안전장치의 부재로 발생한 이 사건으로 피해여성들은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안고 본국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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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여성인권연대가 주최한 정책토론회에서는 차별받는 여성 이주노동자의 다양한 사례가 발표되어 이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켰다.

<사진·민원기 기자>

지난 달 29일 이주·여성인권연대가 마련한 정책토론회에서 발표된 사례들이다.

오정진 한국여성개발원 연구위원은 “남녀차별금지법, 성폭력특별법 등은 내국인에 한정한다는 규정이 없으므로 여성이주노동자에게도 적용할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은 이들에게까지 미치지 못하고 있다”면서 “협소한 시민권의 개념에서 벗어나 여성의 권리가 곧 인권이라는 전제 아래 여성부의 제2차 여성정책기본계획이나 노동부의 제3차 남녀고용평등기본계획에 여성이주노동자의 인권보장을 정책계획 항목으로 포함, 체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주여성인권연대는 “싱가포르, 대만 등의 국가는 불법체류자에게 ‘영주비자’를 제공해 체류를 합법화했으며 한국의 파독 간호사·광부도 독일정부가 제공한 영주권으로 현재까지 독일에서 거주하고 있다”며 “한국정부도 산업연수생제도 철폐와 노동허가제 등 불법체류자를 합법화하는 방안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이 부자 기자 bjchoi@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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