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자 성추행하고도 “성관계만 없으면 죄 아니다”

교단 측은 가해 목사에 실효성 없는 경징계 그쳐

신도를 성추행해 실형까지 선고받은 목사가 여전히 목회를 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교회내 성폭력 추방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측 수도노회(각 교단 내에 있는 교회 모임)가 대법원에서 강제추행으로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임모 목사에 대해 경징계를 내리자 지난 8일 이에 항의하며 ‘목사파직’을 요구했다.

공동대책위에 따르면 C교회 담임목사인 임 목사는 1999년 10월, 철야기도를 하고 의자에 누워 쉬고 있던 이 교회 김모 권사에게 다가가 얼굴을 만지고 자신의 얼굴을 대고 비비는 행동을 했다. 놀란 김 권사가 세수를 하고 오자 기다리고 있다가 옆방으로 밀어 넣고 성기와 가슴을 만지고 옷을 벗기려 했으며 피해자의 손을 자신의 성기로 끌어당기는 등 성추행을 자행했다.

이후 김 권사는 임 목사에게 ‘정중히 사과하면 조용히 이 교회를 떠나겠다’고 했다. 그러나 임 목사는 오히려 ‘하나님께서 기름 부어 세운 종에게 대적하는 자는 하나님이 즉시 내리쳐서 징계한다’며 설교했다. 이에 김 권사가 교회장로 등 당회원들에게 사실을 알리자 임 목사는 성추행을 인정하고 교회를 떠나겠다고 했으나 다시 ‘성관계만 하지 않았으면 죄가 되지 않는다’고 말을 바꾸었다.

결국 피해자는 임 목사를 법원에 고소했다. 공대위는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피해자는 ‘감히’ 목사를 고소하고 여자로서 성추행 사실을 드러냈다는 이유로 온갖 소문과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고 전한다. 2000년 1월 서울지방법원 동부지원은 임 목사에게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의 형을 판결했으며 대법원도 올해 1월 원심을 확정했다.

이 과정에서 공대위는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와 수도노회에 공정한 처리를 촉구하고 가해목사 파직을 요구했다. 그러나 교단 총회는 목사 신분에 관한 사항은 노회 소관이라며 미루었고 노회는 항고 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처리할 수 없다며 2년여를 끌어왔다.

판결이 난 후에야 수도노회는 가해자에게 ‘공직정지 6개월’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공대위는 “공직정지는 노회에 참여하지 못할 뿐 임시당회장의 허락만 있으면 설교는 물론 다른 목회활동도 할 수 있는 경징계로 전혀 실효성이 없다”며 “현재 임 목사는 여전히 C교회 강단에서 설교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여신학자협의회 부설 기독교여성상담소 권미수 간사는 “노회는 목회자와 장로로 구성됐는데 현재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측은 여성에게 목사직을 주지 않고 있다”며 “당연히 노회에 여성이 없고 여성에 대한 이해 역시 전무하다”고 설명했다.

공대위측은 “피해여성을 돌보지도 않고 이 사건으로 위기에 처한 교회공동체에도 미온적 태도를 보여왔을 뿐 아니라 범죄사실이 명백한 목회자를 비호하고 묵인해 온 교단과 수도노회의 태도가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또 “이같은 교단의 태도는 한국 교회의 전반적인 정서이며 이로 인해 교회 내의 성폭력은 지금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며 임 목사를 파직시킬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공대위는 이같은 조치가 성폭력과 같은 파렴치한 행위를 저지르는 일부 목회자에게 경종을 울려 교회내 성폭력을 근절하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여신협 부설 기독교여성상담소 홍보연 부장은 그동안 교회내 성추행에 대한 대책으로 각 교단이 교회법 안에 ‘교회내 성폭력 추방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오는 11월 열리는 한국교회협의회 총회에서 특별법을 채택하도록 촉구할 방침이다.

송안 은아 기자sea@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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