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회 ‘교통정리’하러 간당게”

노원구 중계본동 김양숙씨

통학버스에 채 오르지도 못하고 끌려가다시피 하는 큰 아들을 보고 시작한 녹색어머니회 일을 올봄 막내 아들이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끝낸 김양숙씨(사진 맨 앞줄)는 13년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겠다고 웃었다.

8시까지면 어김없이 학교 앞에 나가 신호등도 없고 횡단보보도 없는 곳에서 어린 학생들을 안전하게 지켜낸 그를 위해 주민들은 ‘중계본동 교통아줌마’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또 있다. 요즘 세태와는 다소 역행한 가족계획(?) 때문에 일곱 남매를 둔 그는 중계본동 ‘7남매 엄마’로도 통한다.

오랫동안 봉사활동을 해온 덕분에 중계본동에서 ‘그를’ 모르는 사람도 별로 없고 ‘그가’모르는 사람도 별로 없다. 이 점이 기초의원에 도전하려는 그에게 용기를 주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한발 앞서 나가려면 기초의회에서 일할 여성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는 평소 생각도 한몫 거들었다.

그는 교통전문가다. 적어도 중계본동 안에서는 그렇다. 그런 그답게 중계본동 현안을 도로 미비와 인구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대중교통 수단이라고 진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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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도 많이 들어섰고 단독주택도 많은데 교통문제는 10년전과 달라진 것이 없다. 마을버스 사업을 독점하고 있는 버스회사의 횡포 때문에 주민들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추운 겨울날 40분씩 서 있는 것은 예사고 대부분 서민이 살고 있는 이곳은 매일 아침 택시들이 장사진을 치고 줄지어 서있다.

“한번은 구청장님이 택시가 잘 잡히니 다행이라고 말하대요? 그래서 한번 와서 보라고 했죠. 그리 잘 살지 못하는 사람이 택시 탈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고 말이죠.”

그는 검정 양복 입고 윤기나는 승용차 타고 다니는 ‘의원님’들도 그리 달갑지 않다. 기초의원은 행세께나 하는 사람이 아니라 주민과 더불어 같이 살면서 주민이 겪는 일상 생활도 잘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올해 선거에 나서는 그에게는 나름대로의 사명감도 있다. 선거 당락에 상관없이 지방자치에서 여성들이 보다 많이 진출하는 데 자신이 여성들 앞에 놓인 콘크리트 장벽을 말랑말랑한 스폰지 장벽으로 완화해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것이다.

“남자들에 의해 살던 시대는 지나갔잖아요? 모든 것이 열려있고 뜻만 있으면 할 수 있어요. 전 기초의회 의원은 전부 여자가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구수한 지방 사투리가 정겹게 들리던 그와의 짧은 만남을 뒤로 하고 나설 즈음 맥주박스를 가득 싣고 상가 밀집지역 도로를 막고 오도가도 못하고 서있는 트럭과 승용차가 눈에 띄었다. 갑자기 “트럭은 스톱! 그렇지∼! 자, 승용차 출발! 그 다음 트럭 나오고!” 소리에 놀라 쳐다보니 예의 그 멋진 중계본동 ‘교통아줌마’가 그곳에 서 있었다.

신민경 기자 minks02@womennews.co.kr

“내 고향 개명산을 그대로 둬라”

고양시 덕양구 고양동 이선숙씨

대학 졸업 후 7년 동안 매달려온 사법고시를 접고 고향 벽제로 내려 왔을 때 이선숙씨의 나이는 서른이었다. 대문을 열면 눈에 들어오던 서울시립묘지는 옛 모습 그대로였고 개명산은 골프장이 들어선다고 해서 마을이 온통 어수선했다. 골프장을 짓겠다는 사업자와 안된다는 주민간에 밀고 당기는 지리한 싸움이 10년도 넘게 계속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가 골프장 반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사건이 있었다. 바로 1998년 고양동 인근 마을 주민 24명의 아까운 목숨을 앗아간 수해가 그것. 서울시립묘지가 호우로 무너지면서 토사가 유출돼 인명 피해가 컸다.

“경기도 용인 지역이 수해로 큰 피해를 입었는데 그 이유가 골프장 때문이었다고 해요. 골프장에서 사용하는 농약으로 환경 오염이 심각해진다 것도 있지만 산림을 마구 훼손해서 생기는 수해 피해도 그 못지 않게 크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자연보호 대책이 없는 상태에서는 생존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공감대가 주민들 사이에 광범위하게 형성되고 골프장 반대 운동도 탄력을 받게 됐다. 이후 골프장 반대운동을 벌이다가 본격적으로 ‘개명산 살리기 운동’으로 전환한 것은 지난해 10월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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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신청서 내면 반대하고 그 일을 1년에도 두어번 반복하다 보니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판단을 하게 됐죠. 고양시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골프장 사업 승인을 내주겠다고 하니 그렇다면 진정 주민들이 잘 사는 길이 무엇인지 찾아야 했던 거죠.”

그래서 찾아낸 것이 국립공원 수준의 개명산 생태를 그대로 살려 공원화하자는 계획이다. 21세기는 환경이 자원인 시대이므로 개명산은 지금 이대로도 충분히 존재이유가 있으며 자연학습장이나 광릉수목원처럼 가꿔 놓는다면 경제논리로만 설명할 수 없는 효과가 기대된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열 마디 말보다는 직접 봐야 한다는 그의 말에 함께 개명산으로 향했다. 멀리 보이는 개명산은 분명 푸르고 울창했지만 그곳으로 가는 길은 인도도 없이 좁아터진 2차선 도로 때문인지 오가는 주민들은 불편해 보였고 도로 옆은 무덤가를 방불케 하고 있었다.

“제대로 된 주민 편의시설이 없어요. 교육기관도 제가 다니던 초등학교 하나밖에 없죠. 주민의 복리증진이 궁극적으로 지방자치의 본질 아닙니까. 우리들이 수용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면서까지 요구하는 것은 부당한 겁니다. 세수입이 늘어난다는 이유로 주민들에게 고통을 강요한다는 것은 진정한 지방자치가 아니죠. 이건 일방적으로 희생을 강요하는 것에 지나지 않아요.”

주민들의 의사를 무시하는 고양동 시의원과 고양시장을 보면서 그는 출마를 결심했다.

“무책임했어요. 선거가 있을 때 벽보 한번 쳐다보지 않았었죠. 제가 잘못 뽑아놓은 ‘대표’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라면 제가 나서서 해결해야죠.”

신민경 기자 minks02@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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