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프랑스 대선을 앞두고 4명의 여성 후보를 포함한 16명의 후보가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현재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후보는 없으며, 현 대통령인 자크 시라크, 수상인 리오넬 죠스팽이 1차 투표에서 나란히 1, 2위를 차지해 5월 5일에 있을 2차전에서 다시 겨루게 되리라는 것이 세간의 전망이다.

프랑스 대선, 네명의 여성후보 출마

좌파 우세, 여성문제에는 모두 진보

이제까지 여론 조사에 의하면 4명의 여성 후보들, 아를레뜨 라기예, 크리스띠안 또비라, 꼬린느 르빠쥬, 크리스띤 보뗑은 낮은 지지율에 머물고 있다. 극좌파인 라기예만이 8%이상의 지지를 받으면서 3위 자리를 다투고 있을 뿐, 나머지 세 후보들은 2% 이하의 적은 지지를 받고 있다. 또 라기예의 경우 벌써 네번의 대선 입후보 경력을 가지고 있지만, 다른 세 여성은 이번 대선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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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를레뜨 라기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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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띠안 또비라

네 후보들은 여성 문제에 대해서는 모두 진보적이지만 정치적 색깔과 출신, 직업 등에서는 제각각이다.

우선 아를레뜨 라기예는 올해 61세로 독신이다. 크레디 리요네 은행의 직원이었고 1999년이래 유럽의회 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가난한 서민 가정 출신에 중졸의 학력을 가진 그는 16세에 타이피스트로 은행에 입사하면서 노동 현장에 뛰어들었다. 그는 1974년 잇단 은행권 파업의 도화선이 됐던 크레디 리요네 은행 파업 주동자 중 한사람이다.

20세에 정치에 입문한 라기예는 노동자가 사회변혁의 주역이 돼야 한다는 자각과 더불어 항상 노동자 편에 서서 자본주의를 비판해 왔다. 외국인 불법 체류 노동자들의 합법화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특히 노동현장에서의 남녀평등, 탁아소, 유치원 증설, 피임 및 낙태를 위한 모든 법안의 적용, 피임·낙태 비용 환불, 낙태 전문의를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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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린느 르빠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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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띤 보뗑

그는 1974년 유일한 여성·노동자 후보로 대선에 첫발을 내딛었다. 처음엔 2% 정도에 그쳤던 지지율이 1995년 대선에서는 5% 이상으로 올라섰고 여론조사에 의하면 올 대선에서는 10%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크리스띠안 또비라는 남미 기아나 출신으로 최초의 유색인종 후보다. 49세로 세 아이의 엄마이며 이혼녀다. 경제학자이고 탁월한 웅변가로 평가받고 있다. 1994년에서 99년까지 유럽 의회 의원이었으며 현재는 ‘중도좌파 기아나 당’ 국회의원이다. 이번 대선에는 좌파 급진당(PRG)의 지지에 힘입어 나올 수 있었다.

그는 반인륜적인 노예제 반대 법안을 제안한 것으로 유명해졌다. 인종차별, 지뢰에 반대하며 제3세계 나라들과 연대하길 원한다. 여성과 어린이의 인권에도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 또비라는 여성차별에 반대하는 특별부서를 설치하고, 출산휴가를 첫아이 때부터 6개월(현재 16주)로, 아버지 육아휴가는 1달(현재 11일)로 연장할 것을 주장한다. 또 임금 노동자에게 자녀 간병의 날을 허용하고 여성 농업인에게 장인 지위를 줄 것도 요구하고 있다.

그의 정치관에서 돋보이는 것은 차이의 긍정이다. “차이는 위험하지 않다”고 말하면서 문화적, 인종적 다양성을 똑바로 바라보길 권한다. 그는 온라인 여론조사에서 거의 4%에 육박하는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꼬린느 르빠쥬는 49세로 두 아이의 엄마이며 기혼이다. 그는 1978년 프랑스 최초의 환경전문 변호사 사무실을 연 이래 환경전문 변호사로 활동해왔다. 1995년부터 97년까지 환경부 장관을 역임하기도 했다. 르빠쥬는 미국 정유회사가 브레따뉴 해안을 오염시킨 사건과 아모코-카디즈 재판으로 유명해졌다. 현재는 에리카 난파로 인한 해양오염 희생자들을 돕는 활동에 열심이다. 그리고 온실효과, 생명공학과 관련된 서류들을 검토하고 있다. 그는 생명공학 연구와 장기·난세포 매매에 반대한다.

또 인종, 성, 성정체성, 나이, 장애, 외모 등에 근거한 모든 종류의 차별을 거부한다. 여성부 혹은 여성문제를 전담할 장관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탁아소 증설 등 육아지원 확대와 함께 가사노동을 노동으로 인정하길 주장하고 있다.

그는 가정폭력에 대처하기 위해 24시간 무료 상담전화, 희생자 보호센터 증설, 신속한 사법 처리 등을 강화할 것을 역설한다. 결국 그는 ‘환경, 건강, 안전, 즉 인간과 생명에 최우선권을 두는 사회’를 향한 ‘생태학적 휴머니즘’의 정치를 원한다.

크리스띤 부뗑은 네 여성후보 가운데 유일한 우파 정치인이다. 57세인 그는 세 아이를 둔 기혼녀이고 기자 출신이다. 현재 이블린의 국회의원이다. 그는 1981년 미테랑의 대통령 당선 및 다수 좌파의 압도적인 승리에 반대해 정치에 입문했다. 독실한 카톨릭신자인 부뗑은 전통적인 가족 가치를 주창하면서 팍스(PACS) 반대 투쟁의 선봉에 서 있다.

그는 사회 문제의 주요 원인의 하나로 결혼으로 맺어진 가족의 약화를 든다. 그래서 가족 전담 부서의 설치를 원한다. 또 결혼한 부부에게는 수입과 관계없이 첫 자녀 출산때부터 정부보조금을 지급해 결혼의 가치를 높일 것을 주장한다.

한편 부뗑은 팍스를 동성애자들의 자녀 입양을 허용하기 위한 준비 단계로 보고, 이는 어린이에게 심각한 부정의라고 평가한다. 또 낙태·콘돔 반대를 내세운 ‘생명권을 위한 연대’를 만들고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모든 생명공학 연구도 비인간적이라며 반대한다.

그는 여성차별적 이미지를 광고에 싣지 않기로 서명한 기업에게 ‘여성 존중’ 마크를 주고 남녀간 평등한 임금을 실현하며 가족을 위해 직장을 잠시 중단한 여성에게 재취업을 위한 도움을 주고 행정통계에 가정주부의 활동을 기록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남성 후보가 대통령이 될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이 여성들은 대통령이 될 야심에서 입후보 한 것이 아니다. 르빠쥬가 밝히고 있는 것처럼 이들은 여성의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더 큰 관심을 보인다.

황보 신/ 프랑스 통신원 몽펠리에 3대학 철학 박사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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